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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법원도 왜 못 막았나…정부, 아동학대 첫 진상 보고서



법조

    경찰·법원도 왜 못 막았나…정부, 아동학대 첫 진상 보고서

    정부 기관 최초 아동학대 첫 진상 조사 결과 보고서
    법무부, 아동인권보호 특별추진단 활동 중간발표
    '계부 목검 사건'에서 드러난 문제점, 개선안으로 추진 예정

    연합뉴스연합뉴스법무부가 정부 기관 최초로 아동학대 첫 진상 조사 결과 보고서를 낸다.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 사건의 대응체계 전반을 재점검하기 위해 만든 법무부 '아동인권보호 특별추진단(추진단)'의 성과다.

    추진단은 2019~2020년에 발생한 아동학대 사망 사건 가운데 형사 재판이 확정되었고 여러 기관의 개입이 있었음에도 아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계부 목검 사건'을 우선 선정해 문제점과 제도 개선 필요사항 등을 추려냈다.

    '계부 목검 사건' 경찰과 법원이 개입했는데도 왜 못 막았나

    천안에서 9살 의붓아들을 여행용 가방에 가두는 등 학대행위를 한 계모(왼쪽)와 인천시 미추홀구에서 5살 의붓아들을 숨지게 한 계부. 연합뉴스천안에서 9살 의붓아들을 여행용 가방에 가두는 등 학대행위를 한 계모(왼쪽)와 인천시 미추홀구에서 5살 의붓아들을 숨지게 한 계부. 연합뉴스2016년 11월 2살이었던 A군과 친모 B씨는 계부 C씨와 같이 살기 시작했다. C씨는 동거 시작 직후부터 A군을 학대했고, 이듬해 1월 A군의 상처를 본 한 시민이 경찰에 신고를 하면서 경찰이 알게 됐다. 하지만 주거지를 방문한 경찰은 형사 입건 없이 아동보호전문기관에 '통보'만 했고,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는 '사례 관리'만 실시했다. 계부 C씨의 A군에 대한 폭력은 이어졌다.

    결국 친모 B씨가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해 C씨는 아동학대 혐의 등으로 입건됐다. A군은 아동복지시설로 보호조치돼 비로소 C씨와 분리됐다. 2018년 4월 C씨는 아동학대 혐의 등으로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보호관찰, 80시간 수강명령)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C씨는 명령을 위반하며 A군이 생활하는 시설로 계속해서 전화를 하고 무단 접근을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경찰은 '구두 경고'에 그쳤다.

    친모 B씨와 계부 C씨는 피해아동명령이 끝나면 아이와 가정에서 생활하고 싶다며 퇴소 절차를 진행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부터 퇴소 전 상담·교육·심리치료와 함께 사후 관리까지 받기로 하고 퇴소 절차를 진행했다. 2019년 7월 피해아동보호명령이 종료됐다. 1년 3개월의 시설 생활을 접고 A군은 가정으로 복귀하게 됐다.

    당시 법원은 "피해아동보호명령에 대한 위반 사실이 없고,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부터 특별한 재학대 위험성이 있다는 의견이 없다"는 이유로 보호명령을 종료했다. 각 유관기관 사이의 정보 공유 없이, 법원은 잘못된 사실에 기인해 판단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퇴소를 위한 상담과 교육과정에서 C씨의 폭력성과 불성실함이 있었지만 △집행유예 기간인 점, △CCTV설치와 같은 재범방지 노력 등을 고려해 퇴소 의견을 지자체에 제출했다.

    A군이 집으로 돌아가면서 지옥은 시작됐다. 신장 172㎝, 체중 90㎏의 건장한 체격인 C씨는 신장 110㎝, 체중 16㎏에 불과한 A군을 무자비하게 구타했다. 폭행은 하루에도 여러 차례, 짧게는 몇 분에서 길게는 수십분씩 지속됐다. 특히 이씨는 목검으로 A군의 엉덩이 등 전신을 100회 이상 때린 뒤 머리채를 잡아 바닥에 내팽개쳤다.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전화 상담을 할 때는 아이의 상황과 상태를 거짓으로 말했다. 가정 방문과 대면 상담도 계속해서 거부했다.

    A군은 가정 복귀 후 한 달 도 되지 않은 시점에 사망에 이르렀다. 발견 당시 A군은 얼굴, 가슴, 어깨, 다리 등을 포함한 전신에 광범위한 멍이 있었고, 머리카락은 군데군데 뽑혀 있었다. 간, 신장, 장간막, 후복막강 등 복부에도 치명적인 손상이 발견됐다. C씨는 살인죄 등으로 징역 25년을 선고받아, 지난해 4월 15일 확정됐다.

    법무부 제공법무부 제공

    아동학대를 막기 위해…개선해 나가야 할 숙제

    추진단은 이 사건을 통해 7가지의 제도 개선 필요사항을 추려냈다. ①학대 행위자 분리·피해아동과 다른 가족구성원 일상 지원 제도 마련, ②피해아동보호명령에 돌봄서비스 기관의 돌봄 위탁 추가, ③학대행위자의 피해아동에 대한 정보 접근 방지 위한 법령 정비, ④유관기관 간 효율적 정보 공유 체계 마련, ⑤아동학대 대응 인력 교육 체계화, ⑥피해아동보호명령 개선, ⑦피해아동 국선변호사 대응 역량 강화 등이다.  

    먼저 추진단은 가해자의 가정으로부터 분리를 우선시하는 방식이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는 아동학대가 일어날 경우 아동을 보육 시설 등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피해 아동 분리만 실시했다. 실제로 아동학대 가해자의 주거퇴거 등 격리 조치 외 유치장·구치소 유치처분이나 보호처분의 감호위탁 처분이 많이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가정 내 피해 아동을 보호하는 조치도 마련할 계획이다. 법무부는 피해아동보호명령에 돌봄서비스기관의 돌봄위탁을 추가할 예정이다. 가정에서 방임되는 아동이 원가정과 분리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보호와 양육을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또 아동학대로 아동과 학대 행위자를 긴급히 분리할 필요가 있을 경우 피해 아동의 친인척 등이 일시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도 정비한다.

    추진단은 각 유관기관에 보고서 형태로 이같은 상황을 공유하고 실무자들과 정책적 변화를 꾀할 방침이다. 안성희 추진단 팀장은 "중대 사건을 통해 절차 전반에 대해 훑었고, 여기서 드러난 문제점 등을 개선하기 위해 법률 개정안을 정비하고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아동학대 사망 사건 발생 시 가해자 처벌 강화 등을 골자로 한 대책들이 나왔지만, 정부 차원의 심도 있는 진상 조사가 제대로 진행된 적은 없다. 학계·시민단체 주도로 아동학대 사건 진상보고서인 '이서현 보고서'(2014년), '은비 보고서'(2017년) 등을 냈지만 민간 차원에서 진행돼 자료 수집과 조사 결과 이행에 한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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