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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날 것 같아서"…유행 따라 '창업', 유행 따라 '폐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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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1년에 10곳이 문을 열면, 8곳이 문을 닫는다. 진입의 벽은 낮지만, 현실의 벽은 높다. 대한민국 요식업의 현주소다. 여권 대통령 후보가 언급한 '총량제'를 두둔할 의도는 없다. 그렇다고 시장원리에만 기대기에는 '폐업률'이 너무 높다. 우리나라 요식업이 살아남기 위한 숙의의 시간이 필요한 시점이다. CBS노컷뉴스는 요식업계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개미지옥'…위기의 자영업자들③]
핫도그·밀키트…너도나도 '미투창업'
유행 믿고 창업…"유행은 금방 지나갔다"
프랜차이즈도 흔들…재료값 상승, 제품값은 그대로
부실 프랜차이즈 방지…가맹사업법 개정
"무턱대고 가맹점 내주는 프랜차이즈 문제"

▶ 글 싣는 순서
①한 지붕아래 치킨집만 세 곳…거리제한도 '무용지물'
②"지원 믿고" 푸드트럭…'떠돌이' 불법노점 전락
③"대박날 것 같아서"…유행 따라 '창업', 유행 따라 '폐업'
(계속)

2년 전 '대만 식품' 유행과 함께 가맹점을 열었다가 경영난으로 이번 달 폐점하는 경기 수원의 한 대만 샌드위치 전문점. 정성욱 기자2년 전 '대만 식품' 유행과 함께 가맹점을 열었다가 경영난으로 이번 달 폐점하는 경기 수원의 한 대만 샌드위치 전문점. 정성욱 기자
경기도 수원의 한 '대만 샌드위치' 전문점의 간판불이 꺼진 지 일주일. 2년 전 가게 문을 열 때만 해도 샌드위치 열풍이 한창이었던 터라 '실패'는 머릿속에 없었다.

하지만 유행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손님은 계속 줄고, 최근에는 주말 영업만 해왔다.

점주 주모(58)씨는 "사업 초기만 해도 대만 음식이 유행이었지만 금세 손님이 줄었다"며 "인건비라도 아껴보려고 주말에만 문을 열었는데, 결국 버티지 못 하겠다"며 허무한 한숨을 내쉬었다.

주씨의 가게는 이번 달 폐업을 앞두고 있다.


버블티, 샌드위치 열풍에 '급 창업'…유행은 빨랐다

이번 달 폐점하는 경기 수원의 한 대만 샌드위치 전문점. 매장 앞에 테이블과 의자, 각종 집기들이 쌓여 있다. 정성욱 기자이번 달 폐점하는 경기 수원의 한 대만 샌드위치 전문점. 매장 앞에 테이블과 의자, 각종 집기들이 쌓여 있다. 정성욱 기자
주씨가 매장을 여는 데 걸린 시간은 '한 달'이었다. 당시 번화가 곳곳으로 파고들던 대만 관련 아이템은 주씨의 빠른 결정을 이끌기에 충분했다.

준비 기간과 경험 모두 부족하다 보니 사업은 번창하지 못했다. 공원 옆에 있어 유리할 것 같았던 위치는 주말에만 손님이 찾았다.

가맹점 본사의 허술함도 실패를 부채질했다. 개점 전 주씨가 200만원씩이나 주고 받은 영업교육은 단 사흘에 불과했다. 개점 이후에도 신메뉴 개발은 없고, 마케팅 지원은커녕 재료 납품이 늦어지는 경우까지 발생했다.

주씨는 "하루 매출이 3만원에 그칠 때도 있을 만큼 손님이 끊겼다"며 "사업 경험은 없었지만 유행하는 아이템이라 잘 될 거라 믿고 시작했는데 결국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

유명 프랜차이즈도 '흔들'… "재료비는 인상, 가격은 그대로"

이한형 기자이한형 기자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인기를 끈 무인아이스크림점도 최근에는 시들한 양상이다. 최근 들어 납품업체가 아이스크림 등 제품 가격을 편의점과 똑같이 정하도록 해 할인율이라는 장점이 사라져 버렸다.

지난달까지 아이스크림 무인점포를 운영했던 박모(27)씨는 "무인점포도 늘어나고 있는데다 납품업체에서 가격을 제한해 버리니 고객들이 무인점포를 찾을 이유가 없어지고 있다"며 "매일 24시간 점포에 신경을 써야 하는 스트레스에 비해 수익도 적어서 사업을 접었다"고 털어놨다.

무턱대고 프랜차이즈의 유명세만 믿고 창업했던 업주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경기도 안양에서 1년째 핫도그 프랜차이즈의 가맹점을 운영중인 이모(62)씨는 요즘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홀로 매장을 지키고 있다. 핫도그를 튀기는 데 쓰는 기름값부터 당장 2배나 올랐다. 반면 메뉴 가격은 마음대로 올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이씨는 "그나마 널리 알려진 브랜드이고 신메뉴 개발도 꾸준히 해서 유지해 왔다"면서도 "재료값은 계속 오르는데 핫도그 메뉴 가격은 수년째 똑같은 수준이어서 인건비라도 아껴야 한다"고 말했다.

유행 따라 '미투창업', 실패 가능성↑

경기도 수원의 한 상가 건물. 높은 임대료와 미분양으로 상가 여러 곳이 비어있다. 정성욱 기자경기도 수원의 한 상가 건물. 높은 임대료와 미분양으로 상가 여러 곳이 비어있다. 정성욱 기자
대만 샌드위치와 핫도그 열풍 이전에도 많은 아이템이 뜨고 졌다. 망치로 깨먹는 과자 슈니발렌, 벌집 아이스크림과 치즈등갈비를 거쳐 대왕 카스테라와 마라탕까지. 최근에는 무인 밀키트(meal kit)매장이 번화가를 점령하고 있다.

이처럼 반짝 유행하는 '미투창업'은 지속성이 관건으로 꼽힌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생명력은 길지 않다. 2018년 유명세를 탔던 핫도그 전문매장의 경우, 그해 전국에서 전국에서 213곳이 문을 열었지만, 1년뒤 새로 문을 연 매장은 56곳으로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폐점 수는 32곳에서 70곳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또 미투창업을 포함해 현재 전국에 있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7천여 개, 가맹점은 25만여 곳으로 파악된다. 특히 외식업 프랜차이즈 업체는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외식업 가맹본부 수는 2017년 3457곳에서 2018년 3617곳, 2019년에는 3861곳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등록을 취소하는 사례도 증가세다. 같은 기간 외식업 등록을 취소한 가맹본부 수는 평균 54곳, 52곳, 60곳이다. 프랜차이즈가 늘어나는 만큼 부실 프랜차이즈도 계속 증가하는 셈이다.

중앙대학교 창업경영대학원 김재홍 교수는 "유행은 빠르게 변하는데 유행만을 쫓는 사업 방식은 결코 성공하기 어렵다"며 "쉽게 창업할 수 있는 시스템이나, 무턱내고 가맹점을 내주는 본사 시스템 등 현재로선 프랜차이즈 산업이 불안정하다고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부실 프랜차이즈 방지…가맹사업법 개정


무분별한 프랜차이즈 난립을 막기 위한 관련법 개정안이 이달부터 시행된다.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이다.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직영점을 1년 이상 운영해 본 사람만이 신규 프랜차이즈 업체를 창업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가령, 치킨 프랜차이즈를 차리려는 사람은 자신이 직접 직영점을 1년 이상 운영해야 한다. 준비가 덜 된 프랜차이즈로 인한 가맹점주의 피해를 막겠다는 취지다. 개정안은 오는 19일부터 시행된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는 "과거 유행으로 시작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모두 본사가 탄탄하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반면, 가맹점 관리에 손을 놓은 브랜드는 대부분 사라졌다"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무분별하게 가맹본부를 차렸다가 점주들이 투자금을 잃는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며 "개정안을 통해 가맹점주들의 피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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