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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제한' vs '민생 정책'…음식점 총량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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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1년에 10곳이 문을 열면, 8곳이 문을 닫는다. 진입의 벽은 낮지만, 현실의 벽은 높다. 대한민국 요식업의 현주소다. 여권 대통령 후보가 언급한 '총량제'를 두둔할 의도는 없다. 그렇다고 시장원리에만 기대기에는 '폐업률'이 너무 높다. 우리나라 요식업이 살아남기 위한 숙의의 시간이 필요한 시점이다. CBS노컷뉴스는 요식업계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개미지옥'…위기의 자영업자들]⓸
과잉경쟁 속 폐업률↑…총량제 거론
反시장주의 '거센 반발'에 진화 나서
창업자유·업체총량 제한 부작용 우려
타업종 쏠림, 권리금 상승 '풍선효과'
반면 시장만능주의 아닌 '민생론'도
요식업 생존, 극약처방 필요성 제기
"진입장벽·경쟁력 제고 현실방안 절실"

▶ 글 싣는 순서
①한 지붕아래 치킨집만 세 곳…거리제한도 '무용지물'
②지원 말만 믿고 너도나도 푸드트럭…"지금은 떠돌이 신세"
③"대박날 것 같아서"…유행 따라 '창업', 유행 따라 '폐업'
④'자유 제한' vs '민생 정책'…음식점 총량제 논란
(계속)
 
이재명 후보가 지난달 27일 서울 관악구 신원시장을 방문해 상인과 인사하고 있는 모습. 이날 현장에서 이 후보는 음식점 허가 총량제 관련 발언을 해 야당 등의 반발이 이어졌다. 박종민 기자이재명 후보가 지난달 27일 서울 관악구 신원시장을 방문해 상인과 인사하고 있는 모습. 이날 현장에서 이 후보는 음식점 허가 총량제 관련 발언을 해 야당 등의 반발이 이어졌다. 박종민 기자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음식점 총량제' 발언 후 전체주의적 발상이라는 반발에 부딪히면서 "공약으로 삼겠다는 건 아니다"라고 한 발 물러섰지만, 대선국면에서 논란이 재점화 될 가능성은 남아있다.
 
'자유 제한'이냐 '민생 정책'이냐를 놓고 찬반이 엇갈린 가운데, 과잉경쟁에 내몰린 요식업계의 생존 대책을 마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과잉경쟁 '줄폐업'…총량제 언급에 '정계 반발'

 
11일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지난 6월 행정안전부 인허가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일반음식점의 창업 대비 폐업 비율은 82.7%로 10곳이 오픈하면 8곳은 문 닫는 실정이다.
 
지난 2019년 기준 전체 운영사업자 수 대비 폐업자 비율을 뜻하는 폐업률(국세청)을 보면, 음식점업은 21.5%로 총 산업 평균 폐업률(11.5%)의 2배에 달했다.
 
외식업체의 경우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다보니 준비가 덜 된 예비창업자들이 창업과 폐업을 반복하며 경제적 손실 등 각종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달 당내 경선 후 첫 민생행보에서 "무슨 개미지옥도 아니고 그래서 음식점 허가 총량제를 해볼까 생각했다"며 "자율성을 침해한다고 해서 실행하지는 못했는데 좋은 규제는 필요하다"고 과당경쟁으로 인한 요식업계의 폐단을 막기 위한 정부 역할론을 강조했다.
 
그러자 야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는 '반시장주의', '자유제한', '전체주의 발상'이라며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자유보장이라는 헌법적 가치와 시장경제체제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지난 2018년 국정감사 중 백종원 대표가 자영업자의 진입장벽에 대한 답변을 하는 장면. 노컷브이 영상 캡처지난 2018년 국정감사 중 백종원 대표가 자영업자의 진입장벽에 대한 답변을 하는 장면. 노컷브이 영상 캡처이에 이 후보 측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과거 발언과 총량제가 적용된 택시, 변호사 등 다른 업종과 비교하며 "고려할 만하다는 취지지 당장 추진하겠다는 건 아니다"라고 물러섰다.
 
다만 이 후보는 "자유의 이름으로 위험을 초래하는 방임을 용인해선 안 된다"고 여지를 남겼다.
 

타 업종 쏠림·권리금↑ '풍선효과', 자유권 침해도

 
한 번도 시행해보지 않은 사회적으로 예민한 사안인 만큼 전문가들의 의견도 양분됐다.
 
특히 반대하는 입장에선 음식점 총량제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했다. 업체 총량을 정해 진입 자체를 막으면 생계를 위해 자영업을 할 수밖에 없는 창업희망자들이 또 다른 업종에 몰리는 '풍선효과'를 초래해 마찬가지로 과잉경쟁에 내몰릴 것을 걱정했다.
 
또 진입규제가 생겨 일부 식당에 매출이 집중될 경우 특정 업체의 권리금만 터무니없이 올라 자칫 요식업이 일부 업자가 권리금으로 돈을 버는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총량 제한에 인상된 권리금 부담까지 더해짐으로써 신규 진입 자체가 어려워지면, 결국 자본력을 갖춘 소수 업자의 독점으로 인해 시장질서가 무너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박상인 교수(경제학 박사)는 "시장 진입을 제한하면 다른 진입장벽 낮은 업종으로 옮겨가거나, 잘 되는 식당은 권리금 높이기에 주력할 수 있다"며 "총량제 취지에 맞지 않게 경쟁완화와 수익증대 효과가 일부에만 편중돼 부작용만 초래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후보의 음식점 총량제 관련 발언이 알려지자 야당 측은 즉각 반발했다. 박종민 기자이재명 후보의 음식점 총량제 관련 발언이 알려지자 야당 측은 즉각 반발했다. 박종민 기자총량제가 시장경제체제에 부합하지 않는 데다,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이라는 헌법적 가치에 위배된다는 비판도 거세다.
 
이미 음식업은 위생, 소방 관리 기준 등 부분적으로는 공공의 요구에 따라 규제를 받는데, 적은 비용을 들여 생계수단으로 시작해보려는 실업자들의 기회마저 박탈할 수 있다는 의미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음식점 총량제는 자율경쟁에 의해 산업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업종 특성과 시장경제 시스템을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이를 강제하는 순간 자영업자들의 성토가 정부책임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제한적 도입 가능성…'진입장벽 논의' 기회 인식도

 
반면 찬성 측은 '제로섬 게임'으로 불릴 정도로 국내 요식업계가 포화 상태인 만큼, 다소 강제적이더라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일본, 미국과 비교해 음식점 수가 인구 대비 3배 이상인 상황에서 '시장만능주의'에만 기댈 게 아니라, 민생 차원에서 경쟁을 완화해 수입안정을 도모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
 
일각에서는 음식점 총량을 제한하는 세분화된 기준을 마련해, 특정 소규모 지역이나 업종 등에서 시범적으로 총량제를 시범 운영해 본 뒤 효과가 입증되면 국가적으로 확대하는 방식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 밖에 총량제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예비창업자들의 탈출구로 삼을 혁신산업 일자리 창출과 유인책 등에 대한 후속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무분별한 권리금 상승 우려에 대해서는 기존 과열된 요식업 시장에서도 꾸준히 제기돼 온 문제로, 총량제 만의 부작용으로 볼 순 없다고 반박했다.
 
김성완 시사평론가는 "반시장주의라는 이유로 논의 자체를 배척하는 건 민생을 이념화하는 것"이라며 "쟁점을 보완하는 후속 메시지를 내고 논의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업계 진입장벽·경쟁력 높일 방안 급선무"

 
경기도 수원의 한 종합상가건물. 미분양으로 상가 여러 곳이 비어있는 모습이다. 정성욱 기자경기도 수원의 한 종합상가건물. 미분양으로 상가 여러 곳이 비어있는 모습이다. 정성욱 기자외식업계는 총량제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수를 제한하는 방식이 아니라, 업계 진입장벽을 높이고 위기에 처한 업체들의 경쟁력과 자생력을 높일 현실적인 방안을 요구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한때 총량제를 도입하면 기존 업체의 생존권이 보호되는 등 긍정적인 면도 있겠다 싶었지만 자유권 침해 때문에 쉽진 않다"며 "우선은 창업준비가 잘 되도록 위생과 시설, 자격 조건을 세밀하게 설정해 문턱부터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 류필선 정책홍보실장은 "과잉경쟁 문제에 대한 화두를 던진 건 긍정적으로 본다"며 "다만 경영 쇠퇴기인 업체를 발굴해 다른 길을 찾아주거나 재기할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해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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