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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자본 마음대로 철수…울고야 만 한국산연 노동자들



경남

    日 자본 마음대로 철수…울고야 만 한국산연 노동자들

    일본 산켄전기 자회사 한국산연 48년 만에 폐업
    마지막 출근 노동자 삭발식 "각종 세금 혜택·지원받고 위장 폐업 강행"
    김경수 경남지사 "국제적 상생 벗어난 행위"

    이형탁 기자

     

    일본 자본 철수로 '한국산연'이 48년 만에 폐업을 강행하면서 결국 노동자들이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마지막 출근길, 그들은 삭발을 하며 폐업의 부당성을 호소했다.

    20일 오전 창원시 마산자유무역지역 앞. 금속노조 소속 한국산연 노동자들이 하나 둘 모여 들었다.

    금속노조 오해진 한국산연지회장과 김은형 부지회장은 이 자리에서 머리를 삭발했다. 5분도 채 안 되는 삭발식에 곁에 있던 동료 노동자들은 눈물만 흘릴 뿐이다.

    김은형 부지회장은 "97년 한국산연에 민주노조를 세운 이후 많게는 3번, 짧게는 2번째 해고를 맞이한다"며 "한국산켄은 외국인 기업으로 각종 세금 혜택과 지원을 받으면서도 투자는 하지 않고 결국 위장 폐업을 강행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오늘 폐업으로 법인이 말소된다 하더라도 완전히 끝나는 것은 아니다"며 "한국산연의 본사인 산켄전기가 일본에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투쟁을 외치고 외국투자 기업 규제 법안을 국내외로 촉구하겠다"고 말했다.

    이형탁 기자

     

    오해진 한국산연지회장은 "지난해 7월 해고를 통보할때부터 2차례 회사의 조기퇴직 회유가 있었다"며 "회사는 정말 어려워서 폐업하는 게 아니라 말을 듣지 않는 노조원들을 잘라내는 목적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산켄전기는 세계매출 8위의 기업으로 한국산연에 투자하면서 살릴 수도 있지만, 단체협약도 지키지 않고 투자약속도 지키지 않았다"며 "불법과 위장폐업으로 노동자들을 기만하는 산켄전기에 대해 외투기업을 규제하는 법안을 만들도록 촉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973년 일본 산켄전기에 의해 설립된 한국산연의 투쟁의 역사는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산켄전기가 한국산연을 철수하고 인도네시아에 공장 설립을 시도했고 당시 노조가 결성돼 투쟁으로 막았다.

    이후 2016년 정리해고 통보로 다시 위기를 겪었다. 이에 한국산연 노동자들은 일본으로 원정 투쟁에 나서 또 한번의 위기를 막았다. 그러나 세 번째 위기는 막지 못했다. 지난해 7월 사측이 경영 악화의 이유로 아예 해산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사측은 지난해 7월과 12월 두차례에 걸쳐 위로금 지급을 통지하면서도 회유하기도 했다. 1차때는 통상임금 60개월, 2차때는 52개월치를 제안했다. 생활고로 더이상 버틸수 없던 노동자 수십 명이 참지 못하고 자리를 떠났다. 지난해 초 관리직까지 포함해 42명이 있었는데 현재 16명만 남아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형탁 기자

     

    노동자들은 한국산연 폐업이 일본 정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으로서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을 준수해야 할 의무도, 폐업 6개월 전에 노조와 협의해야한다는 단협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경남도와 지방의회도 한국산연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다국적 기업이 가야 할 국제적 상생의 길에서 벗어난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해산 결정을 철회하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내용의 서한문까지 보냈다. 창원시의회도 한국산연이 단체협약을 어겼다며 폐업 철회 촉구 건의문을 채택했다.

    그러나 일본 산켄전기는 꿈쩍도 하지 않고 폐업을 강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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