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합성니코틴 전자담배를 규제하기 위한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정치권의 논의 지연 속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청소년들이 니코틴이 포함된 제품을 규제 없이 구매·흡연할 수 있는 사각지대가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선 앞두고 표 의식?…규제 결론 차일피일
현행 담배사업법은 '연초의 잎'을 원료로 만든 제품만을 '담배'로 정의하고 있어, 합성니코틴 제품은 담배가 아닌 것으로 간주된다. 이에 따라 합성니코틴 제품의 경우 담배세와 국민건강증진부담금 부과는 물론, 경고 문구 표시, 광고 제한, 온라인 판매 금지 등의 규제를 피할 수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합성니코틴을 담배 정의에 포함시키는 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됐고, 마침내 지난 2월 10일과 1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 심사에 올랐다.
2월 10일 회의에서 여야 모두 규제 필요성에 동의했다. 당시 속기록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은 "국민의 건강권이 최우선이라는 기본 원칙 그것 하나는 정했고 다들 동의를 하셨다"고 발언했고,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도 "지금까지는 국민 건강보다 탈세를 막는 게 목적이었다면, 이제는 국민 건강이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그러나 마지막 회의였던 2월 18일 소위는 끝내 의결 없이 산회했다. 당시 해당 소위는 기재위 전체 회의를 30분 앞두고 진행됐다. 회의 시간이 길지 않았던 것은 이미 전날(17일) 양당 간사인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과 민주당 정태호 의원이 비공개 회의를 통해 합의점을 도출한, 이른바 원포인트 소위였기 때문이다.
2월 18일 회의에서 특히 민주당 정일영 의원은 보건복지부 차관이 출석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으며 회의를 다시 열 것을 제안했다. 정 의원은 "상임위 전체회의를 앞두고 (담배사업법은) 시급히 처리해야 될 안건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이와 관련해서 여러 가지 민원과 문자도 많이 오던데, 그러면 정부에서도 여기에 대한 차관의 책임 있고 소신 있는 발언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정태호 소위원장도 "한 사람이라도 억울한 피해자가 나와서는 안 된다. 그 사람들은 전 재산을 들여가지고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다"라며 결론을 유보하고 회의를 마무리했다.
일각에서는 정치인들이 대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하기 시작하면서 합성니코틴 규제 문제에 대해 소극적으로 변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실제 규제에 반대하는 액상담배 업계는 소위 개최 직전인 지난 2월 10일 일부 의원들에게 개정안 반대 문자 메시지를 단체 발송한 것으로 전해진다.
법 개정 표류 사이 청소년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정치권 논의가 계속 표류하는 사이, 청소년들이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합성니코틴 제품은 지금도 시중에 퍼지고 있다.
지난 3월 26일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무니코틴'으로 판매된 일회용 액상 전자담배 15종 가운데, 무니코틴 표시 제품 7종과 니코틴 미표시 제품 2종에서 니코틴이 82~158㎎ 검출됐다. 일부 제품에서는 안전성 검증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메틸니코틴' 성분도 확인됐다.
여기에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연구 용역 최종 결과에 따르면, 합성니코틴 원액에는 발암성·생식독성 등 유해물질이 상당량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에 근거해 기획재정부도 '담배 정의 확대'가 타당하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상황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한국, 일본, 콜롬비아를 제외한 35개국은 이미 합성니코틴 제품을 담배로 간주해 규제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니코틴의 출처와 관계없이 동일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여전히 입법 미비로 인해 규제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 관련 국회 상임위 회의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은 상태이며, 대선 이후 통과 역시 불투명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