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발인식이 열린 13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운구 차량이 서울시청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과 관련 '수사정보 유출'이 진상규명의 첫 단추로 떠올랐다. 청와대‧경찰‧서울시 모두 유출사실을 부인하는 가운데 시민단체의 줄고발로 수사 근거는 마련된 상황이다.
이와 함께 디지털 포렌식이 예정된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가 '스모킹건'이 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포렌식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도 있다는 점, 휴대전화 내부 내용에 따라 추가 확인 조사를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수사는 아직 '첩첩산중'인 모습이다.
◇수사정보 유출 '진상규명' 핵심 키로…박 전 시장 '아이폰' 관건15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는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의 잠금을 풀기 위한 포렌식 작업을 위해 대기하는 상태다.
경찰청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서울지방경찰청으로부터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를 넘겨 받은 뒤 분석 작업에 돌입할 것"이라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아직 예상하긴 어렵다"라고 밝혔다.
경찰이 포렌식에 착수한 근거는 박 전 시장 변사사건 수사를 위해서다. 경찰은 "변사 사건 외에 성추행 의혹 사건이나 유출 의혹 조사에 활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휴대전화에 박 전 시장의 행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진상규명의 '스모킹건'이 될 가능성이 높다.
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가 박원순 시장이 고소인에게 보낸 것이라며 비밀대화방 초대문자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성추행 의혹 사건은 박 전 시장 사망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되기 때문에 수사 재개의 명분이 없다. 다만 유출 의혹에 대해선 시민단체의 고발로 수사 근거는 마련된 상황이다. 성추행 의혹 자체를 조사하긴 어렵지만, 유출 수사를 통해 진상규명에 일부 접근할 수 있는 셈이다.
앞서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 활빈단, 미래를여는청년변호사모임, 자유대한호국단 등의 시민단체들은 경찰과 청와대, 서울시 관계자들을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성추행 피해 고소인 측 역시 수사정보 유출 문제로 박 전 시장의 극단적인 선택이 이어지고, 그 결과 2차 피해와 고통을 입었다며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포렌식 작업 기일, 추가 조사 등 수사 '첩첩산중'…답 고심하는 김창룡다만 유출 의혹의 진상을 밝히기까지 수사가 순탄치 않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수사의 단초가 될 수 있는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 포렌식 작업이 상당한 기일이 걸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휴대전화 기종은 아이폰XS로 비교적 최신 기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지난 10일 0시 1분쯤 박 전 시장의 시신을 찾은 숙정문 주변에서 해당 휴대전화를 발견했다.
아이폰 자체가 보안성이 강한 것으로 파악되는데다가 암호 패턴이 복잡할 경우 수개월의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경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는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의 휴대전화 갤럭시S9의 암호를 약 2개월 만에 풀었다. 하지만 조씨의 또다른 휴대전화인 아이폰X는 4개월이 넘도록 암호 해제를 못하고 있는 상태다.
암호가 해제될 경우 아이폰에 담긴 자료를 통해 확인 수사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통화 녹음 자료 등이 없는 한 관련자들이 혐의를 부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찰 관계자는 "통화를 한 관련자들을 조사할 수 있겠지만, 통화 기록만으로 유출을 입증할 핵심 증거가 될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이 15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직원 인권침해 진상규명에 대한 서울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일단 청와대와 경찰, 서울시 모두는 수사정보 유출 의혹을 부인해 '진실공방'은 이어지고 있다.
성추행 피해 고소인 측은 8일 오후 4시 30분에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정식 보고 라인에 따라 서울청, 경찰청, 청와대 순으로 보고가 올라갔다. 고소인 조사는 9일 새벽까지 이어졌다. 박 전 시장은 9일 오전 실종돼 10일 시신으로 발견됐다.
이 과정에서 박 전 시장에게 수사정보가 유출됐는지 등이 핵심 검증 사안이다. 고소를 접수하기 전 서울시 젠더특보가 이를 감지하고 박 전 시장에게 보고했다는 언론보도도 나왔으나, 젠더특보 측은 이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수사는 '박 전 시장 변사', '고소인을 향한 2차 가해'와 함께 '유출 의혹'까지 3개의 트랙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김창룡 차기 경찰청장 후보자는 박 전 시장과 관련한 수사를 면밀히 보고, 오는 20일에 열릴 청문회 답변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후보자 청문회 준비팀 관계자는 통화에서 "현재 수사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며 "큰 현안인 만큼 고심하면서 답변 방향을 정리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