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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우 안보낸 한국, 미국도 성범죄자 안보낼 것"…비판 봇물



법조

    "손정우 안보낸 한국, 미국도 성범죄자 안보낼 것"…비판 봇물

    범죄인인도 철저히 '상호호혜'적…미 협조 의문
    '기소 실패' 검찰에 또 수사 주도하라? '월권 결정'
    16년간 55건 인도심사 중 5건만 '불허'…"이례적"

    손정우 씨가 6일 오후 법원의 미국 송환 불허 결정으로 석방되어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법원이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 운영자인 손정우(24)를 미국에 강제송환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 비판이 거세다. 특히 범죄인 인도 조약은 국가간 '상호호혜(상호주의)'가 원칙이라는 점에서 이번 법원의 결정은 앞으로 한국에 비슷한 피해자가 생겼을 때 해외에 있는 가해자 수사를 어렵게 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고법 형사20부(강영수 부장판사)는 6일 오전 손씨에 대한 세 번째 범죄인 인도 심사 심문에서 손씨를 청구국(미국)에 인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법무부는 법원 판단에 따라 미국에 최종 결정내용을 공식 통보하고 후속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범죄인인도법에서는 △정치적 성격의 사건이거나 △절대적 사유 또는 △임의적 사유가 존재하는 등 크게 3가지 사유로 인도를 불허할 수 있는 근거를 둔다. 해당 범죄의 공소시효가 끝났거나 한국에서 재판이 진행 중인 경우 등이 절대적 불허 사유다.

    손씨의 경우 정치적 사건도 아니고 공소시효나 인도범죄 혐의(범죄수익은닉 등)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도 아니기 때문에 법원은 '임의적 사유'에 따른 인도 거절을 결정했다. 즉, 재판부가 가장 재량을 발휘한 판단을 했다는 의미다.

    결정문에 따르면 재판부 판단의 근거는 크게 5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①전통적·대면 범죄가 아닌 초국가적 네트워크 기반 범죄여서 범죄 관할지가 중요하지 않은 점 ②웰컴투비디오 나머지 회원에 대한 수사를 위해 손씨 신병확보가 필요한 점 ③범죄인인도 제도의 목적이 타국에서의 '더 센' 처벌을 위한 것이 아닌 점 ④검찰이 범죄수익은닉 혐의로 손씨를 제때 기소하지 않아 손씨가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게 된 점 ⑤범죄인 인도가 아니더라도 다른 공조 제도가 있다는 점 등이다.

    강한 처벌을 위해 범죄인인도 제도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재판부의 지적에는 일리가 있지만, 이번 판단이 다소 이상적이며 기존 사례에 비춰봤을 때도 이례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승재현 형사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초국가적 범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제사법 공조"라며 "한쪽 나라가 자국의 형사사법 주권이나 자국민 보호를 들어 범죄의 성격을 도외시한 결론을 내리면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로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범죄인인도 제도는 상대국이 우호적인지 비우호적인지에 따라 똑같은 수준의 대우를 교환하는 상호호혜주의가 절대적인 원칙으로 지켜지는 상황이다. 범죄인인도 협약이 체결되지 않은 나라 간의 범죄인 인도 상황이 발생하면, 이번 협조에 대해 다음번 협조를 약속하다는 보증을 계약하기도 한다.

    승 연구위원은 "성착취의 피해자가 한국인이고 가해자가 미국인이어서 우리가 범죄인 인도 청구를 했을 때, 가해자 측이 이번 '손정우 인도거절 결정문'을 번역해 미국 법원에 제출한다면 인도허가를 내주지 않을 것이 뻔하다"며 "굉장히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법원이 웰컴투비디오의 여죄 수사를 위해 손씨를 남겨둘 필요가 있다고 제시한 부분에 대해서도 논리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미 검찰이 한 차례 손씨의 범죄수익혐의에 관한 수사와 기소에 실패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재판부가 직접 결정문에 서술했듯이 검찰은 2018년 3월 손씨를 청소년성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기소하면서 범죄수익은닉에 대해선 기소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당시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 근거한 범죄수익의 몰수 추징보전을 하면서도 검찰이 해당 혐의로 기소는 하지 않았다"며 "지난해 4월 미국이 범죄인인도 청구를 하기 전에라도 추가수사를 통해 기소했다면 손씨가 예측하지 못한 인도절차에 놓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렇게 지적하면서도 재판부는 다시 손씨를 미국 수사기관이 아닌 국내에서 주도권을 가지고 수사한다면 "아동·청소년 관련 범죄 예방과 억제라는 측면에서 대한민국에 상당한 이익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반성폭력 단체의 한 활동가는 "초국가적이면서 비대면으로 일어난 범죄인데 손씨 한 명을 잡아두는 게 수사에 도움이 된다고 본 재판부의 기대가 너무나 비논리적"이라며 "피해자들이 더 이상 한국 수사기관과 사법부를 믿을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결국 검찰과 사법부 모두 손씨 처벌에 실패했음을 알면서도, '주권'을 핑계로 자신들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형사사건 전문인 한 변호사는 "범죄인인도는 법무부의 인도청구 자체가 1심 재판이며 법원은 2심을 맡은 셈"이라며 "오히려 검찰에선 인도가 타당하다고 청구했는데 재판부가 검찰의 수사를 걱정하며 재량의 범위를 넘어선 월권적 판단을 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이번 결정은 범죄인인도 허가에 크게 제동을 걸지 않았던 법원의 기존 판단과도 배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대법원에 따르면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55건의 범죄인인도 심사가 법원에서 이뤄졌고 '인도거절' 결정이 나온 것은 5건에 불과했다. 이날 손씨 사건까지 6건이다.

    그동안 인도거절 결정이 나온 사례는 대부분 정치범 사건으로 2006년 베트남 정치범 응우옌흐우짜인 사건, 2013년 '야스쿠니 신사 방화범' 중국인 류창 사건 등이 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재판부의 고심이 느껴지긴 하지만 앞선 인도심사에선 대부분 명백한 인도거절 사유가 존재하는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판단한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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