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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前여친 복수위해 방화"…현역 군인 '텔레그램 청탁' 범죄



사건/사고

    [단독]"前여친 복수위해 방화"…현역 군인 '텔레그램 청탁' 범죄

    지난해 11월 공군 하사 A씨, 텔레그램서 "불 질러달라"
    헤어진 여자친구 부모 운영하던 꽃가게 실제로 불 질러
    익명성 기반으로 한 텔레그램이 범죄 통로 돼
    전문가들 "수사기관 압수수색 피할 수 있다는 점 가장 큰 요인"

    (그래픽=안나경 PD)

     

    'n번방 사태'를 계기로 온라인 메신저인 '텔레그램'에서 상식 밖 범죄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지난해 발생한 현직 군인의 방화 청탁 사건 때에도 이 메신저가 범행의 매개로 활용됐던 것으로 CBS 취재결과 드러났다.

    텔레그램이 지닌 특유의 보안성이 '범죄의 가림막'으로 악용되고 있는 만큼 제재가 절실하지만, 아직까지 본사의 정확한 위치도 파악되지 않은 상태라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 공군 하사, 이별 통보에 앙심…텔레그램서 "450만원 줄테니 불 내라"

    30일 광주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현직 부사관 A(22)씨는 지난해 11월24일 공범 B씨를 시켜 전 여자친구 부모가 운영하는 광주 서구의 한 비닐하우스 꽃집에 불을 질렀다. 이 불로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비닐하우스 2개 동이 모두 불타면서 8000만원의 재산피해까지 났다.

    경찰은 불을 지른 B씨를 현조건조물 방화 혐의로 구속하고, 방화를 청탁한 A씨를 작년 12월2일 붙잡아 헌병대에 넘겼다. A씨는 여자친구와 이별 뒤 앙심을 품고 이런 짓을 저질렀다고 한다.

    경찰 조사 결과, A씨와 B씨는 텔레그램 메신저에서 접촉해 방화를 모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가 범행 석 달 전 한 포털사이트 카페에 '죽을 용기를 갖고 일하실 분을 찾는다'면서 구인 광고를 내며 텔레그램 아이디를 적었고, 이를 본 B씨가 연락을 한 것이다. B씨는 450만원을 받기로 하고 불을 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인터넷에서는 텔레그램을 통해 살해·위해 청탁을 받는다는 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글을 게시한 이들은 대부분 선수금만 받고 잠적하는 '사기범'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번 방화 사건의 경우, 실제 범행으로까지 이어졌다는 점에서 텔레그램을 중심으로 한 범죄 청탁 실태 파악이 시급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 마약 거래 이용되다 성범죄까지…"익명성이 핵심"

    텔레그램은 마약 유통 범죄에도 주로 이용 돼 왔다. 개인적으로 마약 구매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신상정보를 받고, 약속을 잡아 돈거래를 하는 식이다.

    여성 수십명을 잔혹하게 성착취한 혐의를 받는 '박사' 조주빈도 애초 텔레그램에서 마약이나 총기 거래 관련 사기 범행을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들에게 마약을 판매할 것처럼 돈을 요구한 뒤 이체 후 잠적한 것으로 파악됐다.

    텔레그램이 이렇듯 강력범죄들의 통로가 된 배경은 바로 '익명성'이다. 텔레그램은 가짜 전화번호를 사용하거나 등록 정보를 조작할 수 있다. 심지어 가입할 때 주민등록번호나 주소지 등 개인정보도 필요하지 않다.

    디지털 성범죄도 결국 익명성을 쫓아 발전해 왔다. 인터넷 사이트 소라넷의 운영자 검거로 잠시 주춤했던 성착취 영상 유포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으로 자리를 옮겼었다. 일명 '빨간방'이라고 불리는 익명 오픈채팅방에서 성범죄자들은 성착취 영상을 돈을 받고 거래했다. 텔레그램에 '박사'나 '갓갓'이 있다면, 당시 카카오톡에는 '평경장' '고니'가 있었다.

    하지만 카카오톡은 결국 실명 기반 서비스인데다 국내 수사 기관의 압수수색에도 협조한다. 카카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음란물 거래 채팅방이 자동 삭제되기도 한다. 음란물 유통이 텔레그램으로 자리를 옮긴 배경이다.

    (사진=자료사진)

     

    ◇ 텔레그램 본사 위치조차 '물음표'…경찰, 최종 주소 확인했지만 '가짜'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는 텔레그램을 제재하기 위해서는 본사부터 찾는 것이 첫 걸음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n번방 사건'에 가동할 수 있는 모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경찰은 일단 주요 운영자와 회원들을 추적하기 위한 차원에서 텔레그램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지만 현재 본사 위치 파악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러시아인이 만든 것으로 파악된 텔레그램의 본사는 러시아와 독일 등 각지를 거쳐 최종적으로 중동 지역으로 옮겨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경찰은 이 중동 본사 주소를 파악해 국제 공조를 거쳐 현장을 확인했지만 가짜로 밝혀졌다.

    현재 경찰이 음란물 유통 실태를 텔레그램 측에 온라인으로 알리면 관련 콘텐츠가 삭제되고는 있지만, 유통자나 소비자의 정보를 요구하면 이에 응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중동 이후로는 (주소도) 파악이 안 된다"라며 "텔레그램은 단속 가능성을 고려해 노출을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텔레그램이 애초 정부 당국의 감시를 피해 만들어진 메신저라며, 추적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나 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고려사이버대 정보관리보안학과 박대하 교수는 "수사기관이든 해커든 텔레그램은 해킹이나 추적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그렇지만 완벽한 것은 아니다. 휴대전화 자체를 확보하면 여러번 초기화했더라도 데이터가 남아있을 수 있다"며 "지금 수사기관의 수사 실마리도 대화 흔적을 복구하면서 풀려가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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