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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사 집배원' 그 후…힘겨운 산재 싸움



대전

    '과로사 집배원' 그 후…힘겨운 산재 싸움

    "자료 제공 비협조적" 숨진 지 3~4개월 만에 산재 신청…승인 과정도 쉽지 않아

    (사진=자료사진)

     

    '과로사 집배원'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지난 4월과 5월 갑작스럽게 숨진 두 집배원의 죽음을 산업재해로 인정해달라는 신청이 이들이 숨진 지 3~4개월 만에 제기됐다.

    연이은 집배원 사망이 알려진 이후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실상은 산재 신청을 위한 자료를 제공받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고 유가족과 전국집배노조는 주장했다.

    지난 5월 13일 자택에서 심정지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된 공주우체국 소속 고(故) 이은장 집배원의 나이는 불과 34세였다.

    흡연도 하지 않고 건강검진에서도 이상이 없었던 이 집배원의 갑작스러운 죽음. 무기계약직이었던 이 집배원은 정규직 전환시험에 앞서 무료노동과 상사의 갑질에 시달린 사실이 드러나면서 집배원의 '과로사'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퇴근하고 집에서도 우편물 분류를 할 만큼 과중한 업무가 이어졌고, '개똥 치우기, 개밥주기, 이삿짐 옮기기' 등 상사의 부당한 요구는 감사에서도 사실로 확인됐다.

    이 집배원의 죽음 한 달 전에는 동천안우체국 고(故) 전경학(사망 당시 56세) 집배원의 죽음이 있었다. 전 집배원은 지난 4월 11일 출근길에 몸이 좋지 않아 연차휴가를 내고 집으로 돌아온 직후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전 집배원이 숨진 날 낸 연차휴가는 그가 근무한 지 39년 만에 처음으로 낸 것이었다고 노조 측은 설명했다.

    하지만 두 집배원의 유가족들은 산재 신청 과정에서 또 한 번 눈물을 삼켜야 했다.

    고 이은장 집배원의 형 이모씨는 29일 근로복지공단 대전유성지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동생의 억울함을 풀어주고자 저희 가족은 노력했지만 우정사업본부의 처음과 다른 태도로 인해 조사와 자료를 받지 못한 채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집배노조는 "우정사업본부는 사망사고 발생 초기 유가족들에게 자료 제공을 성실하게 할 것과 노동조건 조사사업에 협조하기로 약속했지만, 제공하기로 했던 출퇴근 CCTV 영상은 약속된 기일이 훌쩍 지나서야 받을 수 있었고 노동조건 조사 역시 현재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전국집배노조와 숨진 집배원의 유가족들이 29일 근로복지공단 대전유성지사 앞에서 산재 신청에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김정남 기자)

     

    이어 "우정사업본부는 죽음의 원인을 밝히고 유가족과 슬픔을 나누기는커녕 사건을 축소하고 은폐하기에 급급하다"며 "매달 죽어나가는 동료의 숫자를 세야하는 것도 비참하지만 죽음을 대하는 우정사업본부의 태도를 보면 더욱 절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유가족들은 아들과 남편이 숨진 지 3~4달이 지난 이날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을 했다. 하지만 산재 승인까지는 또 갈 길이 먼 실정이다.

    과중한 업무가 죽음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인정받아야 되는데, 이 또한 고스란히 유가족들의 몫이 되고 있다.

    산재 신청 대리인인 김민호 노무사는 "전경학 집배원의 경우 CCTV 등으로 확인된 근무시간만 사망 이전 12주 동안 평균 주 57시간 50분, 이은장 집배원은 약 53시간 20분으로 추정되며 부족한 휴식과 무료노동 등 장시간 노동 및 열악한 업무환경 등에 지속적, 누적적, 복합적으로 노출된 것이 원인이 돼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며 "집배원은 업무의 육체적 강도와 정신적 긴장 모두 높은 수준으로 판단되고 있고 높은 과로성 재해 사망률을 보인다는 점에서 이들의 죽음 역시 그와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지난달 작성된 우정사업본부의 '집배원 과로 방지 대책' 문서에서 주당 52~60시간 근무는 과로 위험군으로 정의되고 있다.

    김 노무사는 또 "근로복지공단이 승인해준 사례도 있지만 불승인해준 사례도 있다. 그런 경우 유족들은 결국에는 소송을 통해 인정받아야 되는데, 유족들이 산재 신청 과정에서 또 다른 상처를 입고 긴 고통의 시간을 지내야했던 과오들을 근로복지공단은 잊지 말고 속히 승인해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사이 6월에는 "병가 낸 동료들 몫까지 맡아 일하던" 당진우체국 집배원이 뇌출혈로, 또 지난 26일에는 경기 가평우체국에서 근무하던 한 집배원이 심정지로 숨지는 등 집배원 과로사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라고 집배노조는 말했다. 올 들어 숨진 집배원은 11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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