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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우리집', 아이들도 알 건 다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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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셜 노컷 리뷰

    [리뷰] '우리집', 아이들도 알 건 다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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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컷 리뷰]

    오는 22일 개봉하는 영화 '우리집' (사진=아토 제공)
    ※ 영화 '우리집' 내용이 나옵니다.

    아직 초등학교 5학년밖에 안 됐는데, 여름방학 앞두고 담임 선생님은 "지금 놀면 평생 논다"고 말하며 겁을 준다. 특출하게 공부를 잘 하진 않지만 온화하고 부드러운 성품을 지닌 하나(김나연 분)는 방학식 날 선행상을 받고 돌아온 후 엄마에게 소원을 들어달라고 한다. 바로 가족 여행을 가자는 것.

    요즘 따라 부쩍 엄마와 아빠가 목소리를 높여 싸우는 일이 잦아진 것을, 하나는 안다. 자기감정에만 충실해서인지, 엄마·아빠는 이제 하나가 보든, 오빠 찬(안지호 분)이 보든 상관없이 큰소리를 내며 서로의 마음을 할퀸다. 그래서 하나에게는 더더욱 여행이 시급하다. 엄마랑 아빠 사이가 나빴을 때, 가족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나아졌던 걸 똑똑히 기억하기 때문이다.

    운은 뗐는데, 확답까진 듣지 못한 하나. 장을 보러 갔다가 우연히 유미(김시아 분)-유진(주예림 분) 자매를 만난다. 언니 없이 혼자 다니는 유진이 걱정돼 집에 바래다주려는 하나. 장 본 것을 들고 다니느라 두 손이 무거운데도 낑낑대며 돌아다닌다. 그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유진은 한가롭게 놀이터에서 모래 장난을 한다. 다행히 유미가 놀이터로 와서 유진을 데려가고, 유진은 가기 전 하나에게 작고 깨끗한 소라껍질을 선물한다.

    하나가 밖에서 의외의 인연을 만들고 난 후에도, 집안 상황은 영 별로다. 엄마, 아빠는 각방을 쓴 지 오래인 듯 아빠는 자연스럽게 소파에서 잠들어 있다. 또 다른 날 밤에는 '주대리'라고 적혀 있는 상대가 아빠에게 건 전화를 우연히 받는다. '오빠'라고 하며 술 더 마시고 가라고 하는 말을 듣고 놀라서 휴대폰을 들고 들어온 하나는, 자기만의 비밀상자에 가둬버린다.

    그러는 사이, 하나와 유미-유진 자매는 조금씩 가까워진다. 부모님이 타지에서 일하느라 둘만 사는 와중에 동생 유진이 아프게 된다. 하나는 어디서 배웠는지 바늘로 손을 따 주고, 유진은 체기가 내려가 트림까지 한다. 어린아이 둘만 지내는 것이 걱정된 자매의 부모는 여러 가지 규칙을 써서 집에 붙여놨다. 거기엔 '친구 데려오지 않기'도 들어가 있었지만, 하나는 둘의 세계에 한 걸음씩 들어간다.

    '우리집'의 하나와 유미-유진 자매는 모두 나름대로 근심이 있다. 하나는 부모님 사이가 진짜 안 좋은 것을 걱정하고, 유미-유진 자매는 부모님 일 때문에 본인들 의사와 상관없이 계속해서 이사 가는 상황을 싫어한다.

    하나와 유미-유진 자매는 우연히 동네 마트에서 마주친 후 서로의 집에 번갈아 놀러갈 정도로 친한 사이가 된다. (사진=아토 제공)
    부모의 불화를 오랫동안 목격한 하나는 그것이 얼마나 살얼음판 같은지를 잘 안다. '가정이 깨지는 것'이 가져올 후폭풍'이 클 것인지도 어느 정도는 가늠할 수 있다. 가족 여행이 부모의 사이를 낫게 하는 데 약효가 있었다는 걸 한 번 경험한 만큼, 오빠와 이성 친구가 같이 있는 모습을 찍어서 그것을 무기 삼아 '가족 여행 추진' 계획에 오빠도 거들게 한다.

    유미-유진 자매는 부모 없이 낯선 동네와 낯선 사람들에 적응하는 것이 얼마나 고단한 일인지를 안다. 지금 사는 곳이 집이 집을 구하는 사람들 눈에 매력적으로 보이면, 유미-유진의 이사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셋은 힘을 합친다. 나쁜 짓을 한 사람에게 골탕을 먹여야겠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친 아이들은, 공중전화로 주대리에게 전화해서 하고 싶은 말을 소리치고 끊는다. 하나와 유미-유진 자매는 괜히 집에서 벌레가 많이 나온다고, 덥다고 말을 보태며 집주인과 부동산업자를 난처하게 한다.

    자기 집뿐 아니라 유미-유진네 집도 지키겠다고 한 하나는 이사를 막기 위해 유미-유진 부모를 찾으러 가자고 제안한다. 그런데 자꾸만 문제에 부닥친다. 믿었던 버스 노선은 바뀌어 있었고, 버스 정류장에서 하염없이 기다려도 차는 오지 않는다.

    후반부에는 유미의 '눈치'가 자주 발휘된다. 집에서 오는 전화를 전혀 받지 않고, 그 사실을 숨기려고 하며, 여행 가기로 했던 날에 선뜻 같이 떠나자고 하는 하나를 보고, 하나가 그렇게 기다리던 가족 여행이 깨졌다는 걸 알아챈다.

    자매의 부모를 만나겠다는 처음 목표에서 자꾸 멀어지면서, 하나와 유미의 사이는 벌어지고 결국 언성을 높여 싸운다. 화가 치밀자, 셋이 합쳐 정성껏 만든 집 모양에 애꿎은 화풀이를 해 다 부숴버리기도 한다.

    같이 맛있는 걸 먹고, 사적인 고민을 나누고, 위로하고, 힘을 주고, 아플 때 안 아프게 하며 친구가 된 아이들은 그렇게 한바탕 갈등을 겪는다. 그런데 정말 우연한 기회로 찾아온 의외의 행운에 모든 불화가 눈 녹듯 녹아버린다. 아늑한 공간에서 몸을 가까이 댄 셋은 여기가 우리집이었으면 좋겠다-고 바랄 만큼 최상급의 행복을 표현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다시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 하나는 헤어짐만을 앞둔 부모 때문에 가정이 갈라질 것을, 유미-유진 자매는 다시 낯선 동네에서 낯선 사람들에게 적응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물론, 같은 동네에서 지내지 않더라도 하나가 유미-유진의 언니로 계속 지낼 수 있다는 것 역시.

    하나와 유미-유진 자매는 유미-유진 자매의 부모를 만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사진=아토 제공)
    '사루비아의 맛'을 시작으로 이번 '우리집'까지 어린이(와 청소년)의 세계에 카메라를 댄 윤가은 감독은, 아이들을 그릴 때 게으르게 접근하지 않는다. '우리집'의 아이들은 어른들이 손쉽게 예단하는 것처럼 '뭘 모르지' 않는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언어적·비언어적 표현에 생각보다 예민하고, 영향을 받는다. 위기감을 느끼면 돌파하려고 노력한다. 고민도 걱정도 많은 복합적인 존재다.

    어린 시절을 지나오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한국영화에서 어린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언제나 어른들만 가득했다. 어린이들은 있어도 스치는 수준이거나 간편하게 틀지어졌다. 해맑음과 순수함이 강조된 표백 상태이거나, 지나치게 철이 일찍 들어 달관하거나, 무조건적인 보호가 필요한 약한 존재 정도로.

    윤 감독은 섬세하고 사려깊은 시선으로 아이들의 세계를 포착했다. 그래서 세상에 없던 무언가를 일부러 '탄생'시켰다기보다,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세계를 '옮겨온' 느낌이 강하다.

    전작 '우리들'과 비교하자면, '우리집'은 관여해야 할 범위가 가정으로 한 뼘 커졌지만, 한결 편안하게 볼 수 있다. 적어도 아이들끼리는 반목하고 대립하는 시간보다는 마음을 열고 '함께여서 충만한 기분'을 마음껏 느끼는 시간이 훨씬 길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노골적으로 괴롭히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어른들이 안 나오니 이렇게 산뜻할 수가 없다.

    셋이 뚝딱뚝딱 집을 만드는 장면, 물놀이를 하는 장면, 하나가 한 음식을 나눠 먹는 장면, 가장 큰언니인 하나의 어깨와 무릎에 한 자리를 차지하며 자는 유미-유진의 장면 등 놓칠 수 없는 장면이 가득하다. 특히 막내 유진 역의 주예림은 천진난만함과 귀여움으로 무방비 상태의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우리들'을 본 관객에겐 반가울 얼굴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 찰나를 놓치지 말기를.

    22일 개봉, 상영시간 91분 55초, 전체관람가, 한국, 드라마/가족.

    왼쪽부터 하나 역을 맡은 배우 김나연, 유진 역을 맡은 주예림, 유미 역을 맡은 김시아 (사진=아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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