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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전에도 표준근로계약서 쓴 영화는 이미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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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생충' 전에도 표준근로계약서 쓴 영화는 이미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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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노동환경이 좋은 영화를 만든다 ①]
    초장시간 노동-저임금-임금 체불 악순환 속에서 태어난 표준근로계약서
    2012년 첫 노사정 이행협약 체결해 '표준근로계약서 권고' 도출
    2014년 '관능의 법칙'-'국제시장' 제작사에서 선도적으로 나서
    법정 근로시간 준수·초과 수당 지급·4대 보험 가입·휴식 시간 보장 등 골자
    도입률 2012년 22.7%→지난해 74.8%까지 올라
    국내 4대 투자 배급사 메인 투자·배급 영화엔 대부분 적용

    CJ ENM·롯데엔터테인먼트·NEW·쇼박스 등 국내 4대 투자 배급사는 메인 투자·배급하는 영화는 대부분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2019년 기준 4개사 모두 100%)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스태프와 표준근로계약서를 체결한 올해 개봉작 '돈' 촬영 현장 모습 (사진=㈜사나이픽처스, ㈜영화사 월광 제공)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기생충'. 이 영화는 근로기준법을 바탕으로 한 표준근로계약서를 썼다는 이유로 더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표준근로계약서는 장시간 노동-저임금-임금 체불의 악순환을 겪던 영화 스태프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은 끝에 도입돼 '정착되는 중'이다. CBS노컷뉴스는 '표준근로계약서'가 탄생해 자리 잡기까지를 돌아보고, 어떤 변화를 불러왔으며, 앞으로 더 어떤 것이 필요한지 살펴봤다. [편집자 주]

    1518만 원. 적게는 11년, 많게는 21년 일한 영화 감독급·기사 스태프가 10년 전 받았던 평균 연봉('2009 영화 스태프 근로환경 실태조사')이다. 스태프 중에서도 가장 경력이 많은 감독급·기사들이 이 정도였으니 아래로는 말할 것도 없었다. 팀장급 1154만 원, 퍼스트 928만 원, 세컨드 615만 원, 써드 이하 수습까지 274만 원에 불과했다. 월급이 아닌 '연봉'이 이랬다.

    영화는 정해진 기한에 한 편을 만들고 개봉하는 하나의 '프로젝트'로 여겨졌기에, 노동에 대한 대가도 '임금'으로 정확하게 계산되지 않았다. 해당 분야(제작·연출·촬영·조명·미술·분장·소품·의상·그립·동시녹음 등) 팀 단위로 맺는 턴키 계약이 관행처럼 굳어져, 계약금과 잔금을 받는 방식이었다. 이 과정에서 그 '저임금'마저도 체불되는 일이 잦았다.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이하 영화노조)이 창립 전 준비 단계부터 가장 신경 쓴 스태프 부당 피해 부분도 '임금 체불'이었다. 영화인신문고를 만들어 체불 피해에 적극 대응하고 해결을 유도했다.

    한 번 촬영을 나가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장시간 노동, 저임금, 임금 체불이라는 악순환 속에서 '표준근로계약서' 도입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표준근로계약서란 근로기준법을 토대로 근로조건에 관한 기준과 당사자 간의 권리와 의무를 명확히 하기 위한 문서다.

    영화노조 홈페이지에 게시된 2017년 영화산업 노사 근로 표준계약서를 보면, 제작 기간·구체적인 업무 내용부터 근로시간과 휴게시간, 프리프로덕션-프로덕션-포스트 프로덕션 각 단계에 따른 임금, 휴가, 4대 보험, 산업 안전과 재해보상 조치 등 총 24개 조항이 명시돼 있다.

    근로기준법 제50조에 따라 근로시간은 1일 8시간, 1주 40시간을 원칙으로 하되, 사용자와 노동자 합의 하에 1일 근로시간은 12시간, 1주 근로시간은 52시간으로 할 수 있다. 사용자는 근로시간이 4시간이면 30분 이상, 8시간이면 1시간 이상의 휴식 시간을 근로시간 도중에 줘야 하고, 노동자는 식사시간을 포함한 휴식 시간을 사용자의 지휘·감독 없이 자유롭게 쓸 수 있다.

    ◇ 2012년~2013년 : '표준근로계약 사용 권고' 끌어내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은 '12시간 일하고 12시간 쉬자'는 '12 on 12 off' 캠페인을 벌였다. 표준근로계약서 도입 이후 근로시간 준수 흐름이 강해지면서 12시간 넘는 장시간 촬영은 많이 줄었다는 것이 현장 관계자들의 말이다. (사진=김수정 기자)

     

    영화노조는 앞서 2010년 12월 스태프 표준계약서 사업을 완료했다. 그 후 2012년 4월, (사)영화제작가협회·CJ ENM·CJ CGV·영화진흥위원회와 함께 '한국영화산업 노사정 이행협약'을 체결해 '표준근로계약 사용 권고'를 끌어냈다.

    그해 8월 이루어진 임단협 내용에는 영화 스태프들의 노동 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조처들이 포함됐다. 단협에는 △노동강도 강화 등에 따른 추가인력 고용 △1일 근로시간 12시간 원칙 △다음 회차 촬영 시까지 10시간 이상의 휴식 보장 등이, 임협에는 △월 1회 이상 지급 △영화산업 최저임금 시급 5300원 등이 들어갔다.

    2013년에는 노사정 이행협약에 참여한 단체가 늘어났다. 4월 16일 체결된 노사정 이행협약에는 1차 협약부터 함께한 CGV를 포함해 롯데엔터테인먼트, NEW, 쇼박스까지 국내 4대 배급사가 모두 이름을 올렸다.

    주요 내용은 △4대 보험 적용 △'표준근로계약서' 사용 △영화산업 단체협약 준수 △표준임금 가이드라인 공시 △임금 체불 중인 제작사의 투자·배급·상영 금지 등이었다.

    국내 최대 투자·배급사인 CJ E&M이 2013년 8월부터 메인 투자·배급이 결정된 작품에 제작사와 현장 스태프 간 표준근로계약서를 쓰도록 한 점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 2014년 : '관능의 법칙', '국제시장'의 등장

    2014년은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작품이 개봉하기 시작한 해다. 그해 2월에 개봉한 영화 '관능의 법칙'(감독 권칠인)은 촬영 단계부터 모든 스태프들과 표준근로계약서를 이행한 첫 사례다. 제작사 명필름은 아직 '권고 사항'이었던 표준근로계약서를 일찌감치 적용했다.

    심재명 명필름 대표는 "당시 이은 공동대표가 제작가협회 회장이기도 했고, 누가 먼저 실행하느냐 이게 중요하다고 봤다. 그래서 '관능의 법칙'부터 시작했고, 투자·배급사하고도 이견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관능의 법칙' 초반엔 스태프들이 일찍 촬영을 마쳐 집에서 저녁을 먹는 걸 낯설어하는 에피소드도 있었다"고 전했다.

    최종 관객수 1426만 명을 넘겨 역대 흥행 4위를 기록한 '국제시장'(감독 윤제균)은 '표준근로계약서를 쓰고 만들어진 대작'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국제시장'은 2014년 당시 총제작비가 140억 원에 이르는 블록버스터였다.

    2014년 2월 13일 개봉한 영화 '관능의 법칙'과 같은 해 12월 17일 개봉한 영화 '국제시장'은 도입 초기 발 빠르게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한 대표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사진=각 제작사 제공)

     

    제작사 JK필름은 '해운대'(2009) 때 촬영·조명 2개 팀에, '시크릿'(2009) 때는 연출·제작·촬영·조명 4개 팀에 4대 보험을 적용하는 것으로 '촬영 현장 개선'의 첫발을 뗐다.

    길영민 JK필름 대표는 "제가 (원래) 영화를 하던 사람이 아닌데, 와 보니 환경이 너무 열악하더라"라며 "제작가협회 차원에서도 스태프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며 표준근로계약서를 권고할 때여서 시도해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노사정 이행협약이 차례로 체결되고 스태프 임금이 시급제로 바뀌는 등 상황의 변화가 있어서 잠시 쉬었다가, 본격적으로 표준근로계약서를 쓴 첫 작품이 바로 '국제시장'(2014)이다.

    길 대표는 "'국제시장' 때 처음 해 봤는데, (이행 상황이) 완벽하진 않았지만 스태프, 감독, PD도 모두 협조적이어서 잘 마무리됐다"면서 "업계 사람들에게 ('표준근로계약서'가) 인지되는 과정이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또한 2014년 10월에는 3차 노사정 이행협약이 체결됐다. 이때는 기존 참여자에 메가박스·PGK(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한국독립영화협회가 추가됐다.

    ◇ 2015년 : 영화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 내용 담은 '영비법' 통과

    2015년 4월에는 열악한 영화 노동자의 노동 환경 개선 관련 내용이 포함되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이 통과되는 성과가 있었다. 노사정 이행협약에서 체결된 내용이 실제 법에 명문화됐다는 데 의의가 있다.

    개정된 영비법에는 "영화업자는 영화근로자와 계약을 체결할 때 영화근로자의 임금, 근로시간 및 그 밖의 근로조건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제3조의4),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영화업자 또는 영화업자단체에 표준계약서의 작성 및 사용을 권장할 수 있다"(제3조의5) 등의 조문이 새로 생겼다.

    표준근로계약서를 사용하면 △영화발전기금 지원 등 영화·비디오물산업에 관한 재정 지원('문화산업진흥 기본법' 제8조 및 제9조에 따라 같은 법상의 지원을 받은 투자조합의 문화산업에 관한 투자를 포함)에서 우대받을 수 있고 △반대로 영화 제작 기간 영화근로자에 대한 임금을 체불하거나 근로조건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을 경우 재정 지원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내용도 들어갔다.

    2015년 5월 18일 개정된 영비법에는 표준계약서 사용과 확산에 대한 내용이 신설됐다. (사진=국가법령정보센터 캡처)

     

    ◇ ~ 현재 : 4대 배급사 메인 투자·배급 영화엔 '표준근로계약서' 정착돼

    영비법 개정 이후, 표준근로계약서 작성은 점차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영진위가 지난달 발표한 '2018 영화 스태프 근로환경 실태조사'(스태프 825명 참여)에 따르면, 스태프들이 표준근로계약서를 인지하는 비율과 실제 계약 경험이 해마다 늘고 있다.

    표준근로계약서를 알고 있다(잘 알고 있음+들어보았음 합산)는 응답은 2012년 45.7%, 2014년 90.8%, 2016년 95.7%, 2017년 96.5%, 2018년 98.6%이었다. 잘 알고 있다는 응답률만 살펴보아도 2014년 32.3%, 2016년 44.2%, 2017년 37.0%, 2018년 60.1%로 상승 추세다.

    표준근로계약서 작성 경험 비율은 2012년 22.7%, 2014년 35.3%에 그쳤으나 2016년 53.1%로 절반을 넘겼고 2017년 55.3%, 2018년 74.8%를 기록했다.

    직군별로 살펴보면 연출이 93.8%로 가장 높았고, 제작 91.5%, 동시녹음 91.3%, 미술 87.3%, 촬영 86.7%, 조명 85.2%, 의상 81.0%, 분장/헤어 73.9%, 소품 45.2%, 기타 33.8%로 전체 평균 76.7%였다.

    또한 국내 4대 투자 배급사가 메인 투자·배급하는 영화들은 대부분 표준근로계약서를 쓰는 것으로 확인됐다.

    CJ ENM은 메인 투자·배급 작품에 표준근로계약서 작성을 의무 적용하겠다고 발표한 2013년 8월 이후 작품은 100% 계약서를 쓰고 있다고 밝혔다. 참고로 '기생충'은 CJ ENM 작품 중 표준근로계약서가 적용된 48번째 작품이다.

    CJ ENM 관계자는 "현장 스태프들이 부당 처우에 대한 걱정 없이 제작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함으로써, 양질의 인력이 지속해서 업계에 유입되는 선순환적 생태계를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2017년부터 메인 투자·배급 영화는 100% 표준근로계약서를 쓰고 있다고 전했다. 2017년 5편, 2018년 6편, 2019년 7편 등 총 18편이다. NEW도 2018년 8편, 2019년 7편 전부 표준근로계약서를 썼다고 밝혔다. 쇼박스는 지난해 5편 중 4편(80%)에서 계약서를 썼고, 올해는 예정작까지 총 7편 전부 계약서를 썼다고 전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올해 5월 발표한 '2018 영화스태프 근로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표준근로계약서 작성 경험이 있는 스태프 비율은 응답자의 74.8%였다. (표='2018 영화스태프 근로환경 실태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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