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선수 최초 썰매 종목 금메달의 위업을 달성한 남자 스켈레톤의 새로운 황제 '아이언맨' 윤성빈(23·강원도청)은 겸손하고 당당했다.
17일 강릉 코리아하우스에서 진행된 '스켈레톤 남자 선수단 기자회견'에 참석한 윤성빈은 "준비한 모든 것을 후회 없이 보여줘 매우 기분이 좋다"며 "팀원 모두 노력하고 고생했는데 제가 보답을 할 수 있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윤성빈은 올림픽 스켈레톤 역사상 2위와 가장 큰 격차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에 대해선 "사실 그 기록은 기사를 보고 알았다"며 "주행할 때마다 아쉬움이 있었기에 그 아쉬움을 채우기 위해 집중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나타난 것 같다"고 평가했다.
'향후 10년은 윤성빈의 시대'라는 평가에 대해서도 윤성빈은 자신을 낮췄다.
윤성빈은 "이번 올림픽으로 우리 종목의 인지도가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오히려 이렇게 많이 알리는 계기가 돼 기분이 좋다"며 "향후 10년이란 평가에 대해선 지금은 생각하고 싶지 않고 이 순간을 즐기고 또 그저 쉬고 싶다"고 말했다.
윤성빈은 감독을 눈물 젖게 하는 깜짝 세러모니도 펼쳤다.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 이용 감독은 "오늘 아침에 윤성빈이 목에 메달을 걸어주는데 울컥한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며 "더 잘 탄 것도 아니고 더 못 탄 것도 아닌 350번~400번 주행한 그대로 결과가 나왔고 훌륭한 제자를 둬서 기쁘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3년, 4년 전 만해도 '불모지'라는 타이틀을 달고 살았고 지금은 '기적'이란 말을 달고 산다"며 "돈이 없어 눈물을 흘리고 주먹으로 벽을 치고 통곡했던 적이 많았다"며 그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감독은 "(유승민) 선수촌장이 어제 찾아와 '숨은 영웅은 이용 감독이었다'고 말했다"며 "그 칭찬만큼 더 큰 회포를 푸는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축전에 대해선 윤성빈은 "대통령 축전 이야기를 듣고서 '정말 성공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한편으론 이게 끝이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전날 자신의 종전 최고기록을 갈아치우며 6위에 오른 김지수 선수도 "제가 성빈이한테 '(너를) 이기겠다' 말해도 성빈이가 지금은 신경도 안 쓰고 있다"며 "다만 4년 뒤에는 제가 '널 이긴다' 말했을 때 성빈이가 조금이라도 신경 쓸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를 잘하겠다"며 선의의 경쟁을 예고했다.
이어 "아직도 '불모지 종목'이 매우 많다"며 "이번에 우리가 보여줬으니 정부가 다른 종목도 과학적 시스템으로 3년~5년만 도와주면 스키는 물론 여러종목에서도 메달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지원을 부탁했다.
15일 강원도 평창군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남자 스켈레톤 1차 경기에서 대한민국 남자 스켈레톤 대표 윤성빈이 질주를 하고 있다.
앞서 전날 윤성빈은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남자 스켈레톤에서 합계 3분 20초 55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압도적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엄청난 질주였다. 윤성빈은 15일 1차 주행 50초 28을 시작으로 2차 50초 07, 16일 3차 50초 18, 4차 50초 02로 완벽했다. 1차 주행과 2차 주행, 그리고 4차 주행에서 모두 트랙 레코드를 연거푸 갈아치웠다.
특히 은메달을 차지한 티니카 트레구보프(OAR)의 합산기록 3분 22초 18과 '1초 63'의 차이는 올림픽 스켈레톤 역사상 가장 큰 격차다.
아래는 윤성빈과의 일문일답.
▶금메달을 거머쥔 소감이 어떤가-우리가 여태 준비한 것들을 정말 후회없이 다 보여줘서 너무 기분좋고, 우리팀 모두 다같이 엄청 노력하고 고생했는데 그런 것들을 제가 보답을 해줄수 있었던 것에 대해서 기분좋게 생각하고 있다. ‘불모지에서 메달을 땄다’ 이런 감회보다는 ‘우리가 해냈구나’ 하는 느낌이 더 강했고 그리고 그 순간 감정을 즐겼다.
▶간밤에 회포는 풀었는지. 메달 세리머니 이후 어떤 시간 보냈나-메달세리머니 끝난 후에 이것저것 하다 선수촌에 들어갔다. 일단 배가 너무 고파서 밥 먹고 숙소에 들어오니까 오전 12시 반이었다.(웃음) 몸이 너무 피곤하고 쉴 시간도 없고 해서 우리끼리 따로 한 건 없다. 쉬는 거 말고는 할 수 있었던 게 없었다.
▶9번 트랙 4번 지날 때 순간 포착사진이 마치 한 번 지나간 것처럼 된 게 인상적이었다. 본인만의 노하우 있었나-그렇게 하기 위해서 여태까지 훈련을 해왔고 그게 바로 홈트랙이라는 이점이다. 그 이점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돼서 기분이 좋았다. 연습할 때 아무 생각 없이 훈련에 임했다기보다 훈련 한 번 할 때마다 다 같이 고생하는 분들 너무 많다. 그런 노력들 때문에 좋은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역대 올림픽 남자 스켈레톤 역사상 2위와의 가장 큰 격차를 벌렸다. 2차 주행 이후 특별히 신경을 썼나.-기사 보고 나중에 알았다. 그런 것까지 신경을 쓰지는 않는다. 다만 시합하면서 결과적으로는 좋게 잘 됐지만 매번 주행할 때마다 아쉬움이 있었기에 그 아쉬움을 채우기 위해 노력했던 게 조금씩 개선되면서 모든 주행에서 좋은 결과 나온 것 같다.
▶어머니와 여동생 온 걸로 안다. 가족들과 어떤 이야기 나눴나.-특별히 긴 시간이 있지는 않았다. 아예 못 볼 수 있었던 걸 겨우 보긴 봤는데 다른 특별한 건 없었다. (웃음) 비춰지는 대로면 만나면 부둥켜 안고 막 울 것 같은데. (웃음) 그렇게 격하게 표현하지 않아도 전달이 됐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체운동 어떻게 하는지 설명해달라.-하체는 나도 잘 모르겠다. 다들 똑같은 스케줄로 운동하는데 나만 유독 그렇게 된 건 핏줄이라고 생각한다.(웃음)
▶스켈레톤은 심리적인 요소가 중요하다는데.-맞다. 조그마한 격차로 순위가 뒤바뀌지 않나. 그래서 이번 올림픽서도 여러 이변있었다 생각한다. 진천에서 심리 관련 수업을 들을 때 아무 걱정 없이 웃을 수 있는 시간이 됐다. 편안한 마음 갖는 게 시합에 도움 많이 된다. 아무래도 올림픽에서는 두 번이 아닌 네 번 주행해야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 축전 받은 뒤 소감은.
-직접 받기 전에 기사로 먼저 접했는데 보고 ‘정말 성공했구나’ 라고 생각했다.(웃음) 한편으로는 이게 끝이면 안된다는 생각도 했다.
▶윤성빈에게 김지수는?-룸메이트다.
▶이용 감독이 ‘앞으로 10년간 윤성빈 시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 본인도 ‘이대로 끝나면 안된다’고 했는데 무슨 뜻인가.-여러 팀이랑 많이 생각했다. 평창올림픽 시작으로 앞으로는 내가 아닌 나 이후의 선수도 나와야한다 생각했다. 이번 올림픽으로 우리 종목 인지도가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오히려 이렇게 많이 알아주시는 계기를 만들 수 있게 돼서 기분 좋았다. 향후 10년 이런 것은 지금은 생각하고 싶지 않고 이 순간을 즐기고 만끽하고 싶고 또 쉬고 싶다.
▶포스트 윤성빈이 나오려면 무엇이 필요한가-아무래도 인재발굴이다. 인재를 발굴했을 때 같이 그 인재를 육성해나갈 시간도 필요하다. 우리는 가장 중요한 경기장 보유 국가가 됐기 때문에 그 경기장을 앞으로 잘 활용해야 할 것 같다.
▶4년 후에 어떤 포부 있는지- 벌써 4년 후 얘기를 하면 어떻게 하나 어제 끝났는데. (이용감독 웃음) 이번 평창으로 끝낼 것 아니고 4년 후는 베이징인데 우리 종목이 홈 이점이 강하다보니 베이징 때 그걸 이겨내고 잘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이제는 정말 월드컵이나 올림픽이 나 혼자가 아닌 우리나라 선수들이 포디움에 같이 올라가서 울려퍼지는 애국가를 같이 공유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