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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꿀알바라고요? '헬알바'입니다"



사회 일반

    "우리가 꿀알바라고요? '헬알바'입니다"

    알바들에 바리스타에 조리사까지 '멀티 노동' 요구하면서 시급은 최저임금

    # 주말 오후 서울 대학가 P피시방에서 일하는 A씨(22)가 카트에 라면 네 그릇을 채우고 달렸다. 저녁시간 주문이 밀려 A씨가 서빙을 하는 동안에도 주방에서는 라면 물이 끓고 있다. A씨가 가장 기피하는 메뉴는 자장라면. 소스를 직접 비벼주는 것도 A씨의 몫이어서 주문이 밀렸을 때 시간을 잡아먹기 때문이다. PC방 130개 좌석에 손님이 가득차자 새로 온 손님들이 소위 ‘오바이트’됐다. 오바이트는 자리가 없어서 새로 온 손님을 받지 못하고 내보낸다는 은어다. A씨는 “이 타임이 오바이트할 것처럼 바쁘다는 의미도 된다”고 설명했다.

    # 점심시간 강남에 위치한 편의점에 직장인 한 무리가 들어온다. 카운터에서 도시락을 주문한 직장인들이 바로 옆 조리구역에 영수증을 건네자 아르바이트생이 밥솥에서 밥을 푸고 계란후라이를 얹어 내놓았다. 구운 햄과 볶은 김치, 소시지 등의 반찬까지 곁들어진 그럴싸한 ‘집밥 도시락’이 집이 아닌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생의 손으로 완성됐다. 서울 강남의 다른 편의점에서는 점심, 저녁시간 도시락을 구매한 사람들에 한해 1,000원에 샐러드바를 무료 이용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샐러드바를 관리하고 매장 내 카페형 공간을 정리하는 일도 아르바이트생의 몫이다.

    서울시내 한 PC방

     


    ◇ 바리스타, 조리사, 청소부, 약사까지 돼야 하는 만능알바

    요즘 PC방은 ‘프리미엄’ 아니면 손님들이 찾지 않는다. 소위 ‘카페형 PC방’이 늘어나면서 알바생의 역할은 게임 전문가에서 바리스타, 조리사, 청소부 등으로 세분된다.

    실제 신촌 한 PC방의 메뉴판에는 45가지의 메뉴가 있다. 카페 메뉴에는 커피뿐 아니라 스무디, 에이드까지 일반 커피전문점 못지않은 가짓수(16개)가, 음식 메뉴는 볶음밥에 파스타까지 있다. 배달음식은 철저히 반입금지다.

    과거 배달음식을 안내해주는 역할만 했던 알바는 이제 직접 조리 업무를 떠안게 됐다. 식사를 마친 손님들이 게임에 집중하도록 적절히 그릇을 치우는 센스도 발휘해야 한다. 물론 본연의 업무도 빼놓을 수 없다. 게임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정도는 필수다.

    편의점도 마찬가지다. 편의점 열풍을 타고 커피, 치킨, 젤라또, 군고구마 등 즉석 식품 판매가 눈에 띄게 늘었다. 택배 수령과 은행업무를 볼 수 있는 편의점은 물론, ‘세탁소 편의점’에 ‘밥 짓는 편의점’까지 등장했다. ‘못 하는 게 없는 편의점’에 알바생들은 ‘만능일꾼’이 돼야 한다.

    ◇“우리가 꿀알바라고요? ‘헬알바’입니다”

    프리미엄 열풍을 탄 PC방은 주말 저녁 피크타임 때는 ‘헬알바’나 다름없다. 단체손님들이 모여 함께 음식을 시킬 때면 주문이 밀리기 일쑤다. 사람을 많이 쓰지 않는 PC방 특성상 매니저와 알바 한 명이 100석이 넘는 좌석을 커버해야 할 때도 있다. A씨는 “PC방이 아니라 일인 식당이다. 주문이 밀려서 정말 손님이 많을 때는 두 시간 내내 그 자리에 서서 라면만 끓인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1년 7개월째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B씨(23)는 “처음에는 사실 담배냄새 없어진 것만으로도 어딘가 싶었다. 그런데 이제 흡연실 청소도 따로 하고 설거지에 음식물쓰레기까지 늘어났다”며 “시간대마다 다르기야 하겠지만 이런 대도로변에서 주말 저녁 PC방 알바는 ‘헬알바’”라고 말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또한 업무가 늘어나며 신경 써야 할 게 산더미다. 특히 물품점검과 시세관리뿐 아니라 위생에도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도시락을 포함해 즉석식품류를 찾는 손님이 급격히 많아졌기 때문이다.

    편의점 알바생 C씨는 “튀김 기계 앞에서 기름이 깨끗한 게 맞냐고 의심하는 손님은 흔한 편”이라며 “도시락을 먹는데 테이블이 더럽다고 당장 치워달라는 손님 때문에 포스를 비우고 달려 나간 적도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 알바를 하며 가장 힘든 게 ‘진상손님’ 때문인데 여러 업무가 복합되니 ‘복합 진상손님’도 많아졌다는 하소연이다.

    다른 편의점에서 일하는 D씨(21)는 ‘약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궂은소리를 들었다. 한 손님이 매장에 비치된 두 종류의 감기약 중 아이에게 먹이려면 어느 게 낫냐고 묻자 제대로 답하지 못해 ‘그것도 모르면 어떻게 하냐’고 한 소리를 들었던 것. B씨는 “전문교육을 받는 것도 아닌데 아르바이트생에게 면박을 줘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멀티노동’ 요구하면서 시급은 최저임금

    PC방이나 편의점 등의 아르바이트가 ‘꿀알바’로 불렸던 때도 있다. 개인적으로 컴퓨터를 하면서 자리정리 등의 간단한 업무만 보면 됐기 때문이다. 편의점도 타 알바에 비해서 육체적 노동이 덜 들어간다는 이유로 선호돼왔다. 그러나 최근 프리미엄 열풍을 탄 이들 업종 아르바이트생들은 자신들의 일을 ‘신흥 헬알바’라고 입을 모은다.

    업무가 많아진 것에 비해 시급은 바닥 수준이다. 알바천국과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지난 7월 발표한 ‘2017년 청소년 및 청년 아르바이트 노동실태’에 따르면 업종별 평균 시급은 편의점이 6,562원, PC방은 6,617원으로 조사됐다. 2017년 최저임금 6,470원에 단 92원과 147원을 더 받는 셈이다. 시급이 낮은 아르바이트 각각 2위와 3위에 해당하는 순위다.{RELNEWS:right}

    B씨는 “PC방 알바가 ‘시급 쥐꼬리만큼 주는 극한알바’에 2위에 오른 커뮤니티 글을 보고 너무 공감했다”며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인데 일은 갈수록 많아지는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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