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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왜 우병우를 '황제'라 칭했나



법조

    사람들은 왜 우병우를 '황제'라 칭했나

    이석수 전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을 불법 사찰하고 그 결과를 보고받은 혐의 등과 관련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50)이 지난 11월 29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우 전 민정수석의 검찰 출석은 국정 농단 사건이 터진 후 네 번째다. (사진=박종민 기자)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지난 11월 29일 검찰에 네번째 소환됐을 때 언론은 그의 '레이저 눈빛'이 "많이 시들었다"고 평가했다.

    진짜 그의 눈빛이 초라해진 것일까.

    카메라 앞에 선 우 전 수석도 많이 지쳤을 것이다. 검찰에 네번, 다섯번 소환당해야 하는 처지에서 과거와 같은 '기세'를 보이기란 아무리 멘털이 강해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재판정에서 보는 우 전 수석은 여전히 그의 본질이 '우병우'(What he was)라는 사실이다. 재판부가 피고인의 재판 태도를 지적한 이후 몸을 크게 움직이는 일은 줄었지만 변호인에게 방어를 적극 주문하고 관여하는 그의 모습은 변하지 않았다.

    지난 주와 이번 주는 우 전 수석 재판에서 중요한 고비였다. '위력'으로 특별감찰관실의 직무수행을 방해한 핵심 혐의에 관한 재판이 열렸기 때문이었다.

    두 번의 재판에는 대통령과 친.인척 및 청와대 수석에 대한 감찰권한을 갖고 있던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과 백방준 전 특별감찰관보가 핵심 증인으로 출석했다.

    ◇ 피감찰자가 특별감찰관실에 '감찰권 남용'이라고 반복적 위협

    우병우(49)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6일 피고발인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사진=조선일보 제공)

     

    사람들은 그가 2016년 11월 검찰에 소환됐을때 검사 앞에서 팔짱을 끼고 있는 모습을 보며 '황제 조사'라 칭했다.

    그러나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과 백방준 전 특별감찰관보의 증언을 들어보면 우 전 수석은 '황제'라 칭해도 모자라지 않을 만큼 막강한 권한으로 자신의 감찰을 방해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심지어 우 전 수석은 피감찰자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달랑 한장짜리 서면 답변서를 특별감찰관에게 보내면서 맨끝줄에 '감찰권한의 남용금지(제 23조)'조항을 적시했다.

    많은 법조인은 이 부분에서 "우병우는 우병우답다"라고 입을 모은다.

    특별감찰관법 제23조(감찰권한의 남용금지)
    ① 특별감찰관 등과 파견공무원은 법령에 위반되거나 강제처분에 의하지 아니하는 방법으로 이 법의 시행을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감찰을 행하여야 하며, 다른 목적 등을 위하여 감찰권을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특별감찰관실은 '가족기업 정강'과 '의경 아들 꽃보직 특혜' 조사를 위해 10페이지가 넘는 서면질의서를 우 전 수석에게 보낸 터였다.

    그런데 한 장짜리 답변서에서 우씨는 "병역 특혜는 아는 것이 없고, 정강 조사는 감찰권 남용이다"라고 지적한 뒤 답변서 말미에 '감찰권 남용금지 조항'을 삽입한 것이다.

    '사정기관의 총수' 우병우 민정수석이 아니라면 어느 누가 본인을 조사하는 특별감찰관에게 '감찰관법을 남용하고 있다'는 위협을 서슴지 않았을까.

    다음은 재판에서 검사측과 백방준 증인간 질의 답변이다.

    검사> 피고인(우병우)이 보낸 답변서 1장짜리에는 병역특혜는 아는 것 없고 정강은 감찰권 남용이라고 적혀 있나요?

    백방준> 네

    검사> 답변서에 감찰권 남용금지 조항(23조)까지 기재했지요?

    백방준> 네.

    검사> 답변서 보고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남용금지조항 기재는 특별감찰관실이 감찰권 남용이라는 취지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얘기했다 하는데 증인도 그런 얘기를 했습니까?

    백방준> 네.

    검사> 감찰 대상자가 오히려 감찰권 남용으로 특별감찰관실이 형사처벌될 수 있다고 한 건 고위 공직자의 부적절한 처신 아닌가요?

    백방준> 네, 그렇게 생각합니다.

    검사> 우병우 피고인이 당시 사정 컨트롤타워여서 부담스러웠을 텐데요?

    백방준> 2016년 8월 16일쯤 우 피고인이 감찰에 응할 생각이 없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특히 마지막 유선상으로 '감찰권 남용'을 반복적으로 지적했고 대응하겠다고 해서 감찰이 마무리되면 향후 뭔가 조치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어항속의 붕어라는 느낌을 받았다 소름이 끼쳤다"

    백방준 전 특별감찰관보. (사진=자료사진)

     

    백방준 전 특별감찰관보는 "특별감찰관실이 마치 '어항속의 붕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증언했다.

    다음은 재판장인 이영훈 부장판사와 백방준 증인의 일문일답이다.

    재판장> 윤장석(당시 민정수석실 민정비서관)이 피고인(우병우)에 대한 감찰을 항의할때 '형사 처벌'을 언급했습니까? 왜냐하면 (변호인측이) 감찰권 남용만 지적했지 형사처벌을 언급한 적이 없다고 해서 그렇습니다.

    백방준> 처벌조항이 있다고 언급을 했습니다. 법 위반이 되면 곤란하지 않겠냐고 전화로 기분이 안좋게 얘기를 했습니다.

    재판장> 특별감찰관팀이 피고인 주거지에 현장조사 나갔을때 '차량 조회기를 소지한 것이 불법'이라는 얘기를 했다고 했는데 어떤가요?

    백방준> '어항 속의 붕어구나'라고 이렇게 느꼈습니다. 한편으로 주거지 현장조사를 나간 것이 1시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고 전화를 했는지) 소름이 끼쳤습니다.

    특별감찰관팀은 작년 7월 29일 오후 2시 30분쯤 우병우 전 수석 주거지로 현장조사를 나갔다.

    그런데 윤장석 당시 민정비서관이 백방준 특별감찰관보에게 전화를 걸어온다. 윤 전 비서관은 백 감찰관보에게 "현장에게 나간 감찰반이 왜 차량조회기를 불법으로 소지했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나 확인결과 감찰반은 '차량조회기'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나중에 밝혀졌지만 차량조회기는 모 언론사의 청탁을 받은 강남경찰서 소속 경찰관이 소지했던 것이었다.

    민정수석실이 특별감찰반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특별감찰관실은 감찰반에게 즉각 철수할 것을 지시했다.

    백 전 감찰관보는 증언에서 "윤 전 비서관의 전화를 받고 민정실과 불필요한 마찰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곧바로 현장에서 철수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 우 전 수석의 '시들해진' 레이저 눈빛에 현혹되지 말아야

    우병우 전 수석.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우 전 수석의 기세는 거침이 없었다. 그의 수하에 있는 윤장석 민정비서관을 시켜 수시로 특별감찰관실에 항의를 했다.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이 오죽했으면 윤장석 전 비서관은 "우 전 수석의 변호인 같았다"고 증언했을까.

    이 전 특별감찰관은 "난데없이 윤 비서관이 차량조회기를 썼다며 불법이라고 항의해서 이상했다. 대응 방식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민정비서관이 감찰대상의 변호인처럼 행동하는게 적절한지 의문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우병우 전수석측은 윤 전비서관의 행태는 특별감찰관실의 감찰권 남용을 감시하기위한 조처였다"고 변론하고 있다.

    특별감찰관실이 대통령과 친척들·수석비서관들을 감찰하는 견제할 수 없는 권한을 갖고 있기때문에 민정수석실에서 특별감찰관이 감찰권한을 남용하지 않도록 '방어'를 했다는 것이다.{RELNEWS:right}

    특별감찰관실에 대한 감찰권 남용 위협이 '방어권 행사'인지 아니면 '위력에 의한 협박'인지는 재판부의 판단에 달려 있다.

    다만 재판정의 광경은 카메라앞에 선 '사그라들었다'고 하는 그의 레이저 눈빛에 현혹돼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이 세상에 '변명없는 무덤'은 단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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