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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튼 "오수처리량 정상·바다유입 근거 없어" 반박…주민들 거센 반발

부산 기장군의 한 주민들이 인근 호텔에서 나온 오폐수가 바다로 흘러들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부산 기장군 동암어촌계 제공)

 

부산 기장군의 한 마을 앞바다가 인근 대형 호텔에서 나온 오수로 오염됐다는 주장(관련기사: 8.16 부산CBS 노컷뉴스=기장 힐튼호텔서 나온 오·폐수, 인근 앞바다에 쏟아져)과 관련해 해당 호텔 측이 기존 입장을 바꿔 오수가 방류된 사실이 없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피해를 호소하는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는가 하면서 호텔 측과 사업 시행처인 부산도시공사 등 관계 기관 사이의 책임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부산 기장군 기장읍 동암마을 주민들이 오·폐수에 따른 피해를 호소한 건 지난 4일.

당시 주민들은 바다에 연결된 하수관에서 온갖 오물이 포함된 폐수가 쏟아진다며 이를 지난달 들어선 대형 숙박 시설 '힐튼 호텔'에서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힐튼 호텔은 여름철 극성수기를 맞아 오수 방출량이 급증해 순간적으로 사고가 발생했다며 책임을 인정하고 그에 따른 보상과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1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힐튼 측은 기존의 입장을 바꿨다.

힐튼 호텔 측은 사고 이후 자체 조사 결과 호텔에서 나온 오수가 모이는 '펌프장' 수위가 기준치를 초과한 기록이 없었으며 모두 정상적으로 처리됐다고 밝혔다.

힐튼 측은 오수가 발견된 곳이 오수처리 시설이 아닌 생활하수와 빗물이 모여 흐르는 '우수관'이었다며 호텔에서 나온 오수가 이 우수관으로 흘러 들어간 정황이나 흔적도 강조했다.

힐튼 호텔 관계자는 "당일 기록을 재차 확인한 결과 호텔 오수가 모이는 펌프장 수위는 정상이었고, 사고가 있었다는 정황이나 기록도 없었다"며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한 곳은 생활하수가 모이는 '우수관'인데, 여기에 흘러든 오수가 호텔에서 나온 것이라는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애초 오수처리시설 설계와 시공에 문제가 있었다며 이를 만들고 관리하는 부산도시공사 측에 화살을 돌렸다.

힐튼 호텔 관계자는 "시설을 만든 부산도시공사가 애초 오수처리량을 제대로 계산하지 않고 처리시설을 만든 탓에 불가피하게 예비 펌프까지 동원해 오수를 처리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오수 처리 과정에서 용량 초과로 사고가 났다'는 오해를 받는 등 호텔 역시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힐튼 호텔 측이 입장을 번복하자 주민들은 더욱 거세게 반발했다.

동암마을 관계자는 호텔이 들어선 이후 오수 때문에 각종 악취와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를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동암마을 서수만 개발위원장은 "애초 힐튼 호텔이 들어선 뒤 오수와 악취가 나기 시작했고, 신고 당일 사건은 일부에 불과하다"며 "호텔 측이 책임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까지 약속해놓고 뒤늦게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면 주민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도시공사 역시 오수 처리시설 설계와 시공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재반박에 나섰다.

부산도시공사 동부산사업처 관계자는 "힐튼 호텔 측의 주장과 달리 해당 오수처리 시설은 법정 기준의 최대 용량으로 설계됐기 때문에 설계와 운용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하지만,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만큼 오수처리 펌프를 추가하는 등 힐튼 측과 협의해 사고 재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기장 앞바다를 오염시킨 오수의 정체와 책임을 두고 공방이 오가면서, 힐튼 호텔과 부산도시공사, 마을 주민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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