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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장해분류표' 12년 만에 바뀐다

사고 하나로 생긴 파생 장해 합산해 인정

(자료=보험연구원 제공)

 

#사례1. 3년 전부터 이명과 함께 어지럽고 쓰러지는 경험을 여러 차례 겪은 A씨.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여서 병원 진료도 봤지만, 보험사의 장해분류표상 어지러움증과 관련된 항목이 없어 보험금을 받을 수 없었다.

#사례2. 말하는 기능의 장해가 있는 B씨는 보험사로부터 장해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현행 장해분류 기준으로 말하는 기능의 장해를 4종 어음(입술소리, 잇몸소리, 입천장소리, 목구멍소리)을 발음하지 못하는지로 평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실제 병원에 물어보니 매우 제한적인 설명이라고 말했다.

민영 보험회사에서 보험금을 지급할 때 신체 손상 정도를 판정하는 기준인 '장해분류표'가 12년 만에 개정된다. 하나의 장해로 인한 파생장해가 발생할 경우 최초의 장해와 파생장해를 비교한 뒤 그중 높은 지급률로 장해보험금을 지급하고, 표준약관 상 장해분류표에 알아듣기 어려운 용어를 줄이는 방향이다.

보험연구원은 1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보험 표준약관의 장해분류표 개선' 공청회를 열고 장해보험금을 받는 기준인 장해분류표 판정 기준을 구체화했다.

장해분류표란 민영보험에서 상해 또는 질병으로 신체에 남아 있는 영구적인 손상 정도를 판정하고 장해보험금을 지급하는 기준이다. '보험업감독업무 시행세칙' 표준약관에 규정돼 있다.

이번 공청회는 보험 표준약관의 장해분류표 개선 방안에 대한 각계 전문가와 소비자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열렸다. 현행 표준약관(생명·질병·상해보험 등)에 규정된 장해분류표는 지난 2005년 개정된 이후 10년 이상 변경 없이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현행 장해분류표는 앞선 사례들처럼 장해 판정 기준이 미비하고, 의료현실에 부합하지 않거나 모호해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서영일 금융감독원 팀장은 "각 장해등급이 포괄적(6개 등급)으로 설정돼 있어 장해 정도에 차이가 있는 경우에도 동일한 등급으로 분류돼 동일한 보험금이 지급되거나 장해등급별 지급 보험금의 현격한 차이로 장해등급 판정과 관련한 분쟁이 다수로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제2주제 발표로 나선 임동섭 광주보건대학교 교수는 "현재 마련 중인 장해분류표 개선방안은 의학적으로 통용되는 객관적인 장해 평가기준과 방법을 제시하는 것에 방점을 뒀다"며 "보험 소비자의 장해 평가방법에 대한 선택의 폭을 확대하고 장해지급률을 현실에 맞게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파생장해(한 장해가 다른 신체의 장해에 미치는 경우)를 평가하는 방법도 최근 대법원 판례를 반영해 변경된다. 현행은 하나의 장해에 다른 장해가 파생하면, 각각 그중 높은 지급률만을 적용한다.

그러나 수정안에는 하나의 장해로 둘 이상의 파생장해가 발생하는 경우, 각 파생장해를 합산해 파생장해와 최초의 장해를 비교한 뒤 그중 높은 지급률을 적용한다.

가령 신경계 장해를 15%입었던 사람이 팔, 다리, 발가락에 각각 10%씩 파생장해가 생기면 과거에는 15%를 지급받았다. 하지만 장해분류표가 바뀌게 되면 최초 장해 15%보다 높은 파행 장해를 더한 30%가 되는 것이다.

치매는 임상 증상뿐 아니라 뇌 영상검사를 기초로 진단돼야 한다는 평가 기준도 새로 생겼다.

코 장해를 호흡과 후각 기능을 구분해 지급률을 차별화하고 코 호흡 기능을 완전히 잃었을 때 평가 기준을 구체화했다.

이 밖에도 눈의 장해, 귀의 장해, 외모의 장해, 척추의 장해, 체간골의 장해, 팔·다리의 장해 등 평가방법도 의료계 현실에 맞게 바뀐다.

금융감독원은 오는 9월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 개정을 추진하고, 오는 10월부터 세칙 개정안을 마련하고 개정을 예고한다는 방침이다. 이후 40일간 의견 수렴을 거치고 2018년 1월 체결되는 신규 계약부터 개정된 장해분류표를 적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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