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전 세계에 골프장과 리조트, 호텔을 거느린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회사의 경영권을 두 아들에 맡기기로 한 조치를 놓고 미국 내에서 윤리적인 문제와 함께 위헌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의 선거개입과 섹스파티 의혹, 그리고 언론과의 갈등 등 각종 스캔들에 휩싸인 트럼프가 자산신탁 문제를 비정상적으로 처리해 정권이 출범되기도 전에 지뢰밭을 걷고 있는 셈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현지시간으로 11일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재임기간 중 자신의 사업과 자산의 관리를 두 아들인 트럼프 주니어와 에릭에게 맡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두 아들은 저와 회사 운영에 대해 상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주말 두바이에서 20억 달러 규모의 사업을 제안 받았지만 거절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변호인측은 재임 기간 동안 새로운 거래를 엄격히 제한할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측의 조치는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이 정도로 과연 현직 대통령이 이해상충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겠냐는 회의론을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윤리청(The US Office of Government Ethics)의 월터 샤웁 청장 조차 이날 워싱턴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그룹의 경영권을 두 아들에게 이양하겠다는 대통령 당선인의 계획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의 계획은 과거 40년간 역대 대통령들이 형성해온 표준모델과 전혀 맞지 않다. 이해 충돌을 막으려면 반드시 자산을 처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가 대통령직을 수행하면서 본인이나 가족들이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잠재적인 기회를 원천적으로 제거하기 위해서는 자산을 매각하거나 독립적인 신탁법인에 백지신탁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조치가 있어야만 지위를 이용한 재산증식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백지신탁이나 그에 준하는 조치를 취했다. 부유한 땅콩농장주의 아들이었던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자산을 백지신탁했고 오바마 대통령은 재산을 국채에 투자한 바 있다.
대부분의 윤리 변호사들도 트럼프 당선인이 보유 지분을 처분하거나 자기 소유 자산이 어떻게 운영되는 지 대통령이 전혀 알수 없도록 백지신탁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수석 윤리변호사를 역임한 노먼 아이젠은 “(트럼프가 내놓은) 그런 구상이라면 오는 20일 취임과 함께 트럼프는 눈을 가린 채 지뢰밭을 걷는 셈”이라고 말했다.
미국내 시민단체인 선거법률센터 관계자도 “트럼프의 경솔한 행동은 스캔들과 부패를 촉발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비등하는 비판론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당선인 측은 사업규모가 방대해 백지신탁의 절차가 너무 복잡할 뿐더러 현실적으로 트럼프 그룹을 경영할 독립적인 신탁회사도 없다는 이유로 백지신탁을 거부했다.
트럼프측은 대신 윤리담당 전문가를 고용하는가 하면 외국의 호텔 경영에서 벌어들이는 돈을 전액 기부금으로 내는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이 재산 문제를 깔끔하게 정리하지 못한 채 정권을 출범시킨다면 특정 목적을 가진 사업가나 로비스트가 트럼프 그룹과의 각종 사업을 미국 정부에 접근하거나 영향력을 발휘할 통로로 악용할 가능성이 충분히 예상된다. 향후 대형 스캔들로 비화할 시한폭탄을 안고 정권이 출범하는 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