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선 후보의 사법리스크에 총력으로 대응하고 나섰다. 대법원의 파기환송으로 이 후보의 피선거권 박탈 가능성이 재차 부상하자 아예 법을 바꿔서라도 사법리스크를 해소하겠다는 구상이다.
당내에서는 대선까지 '할 수 있는 건 다해야 한다'는 강경 기류와 자칫 '방탄 입법' 논란으로 역효과를 살 수 있다는 우려가 교차한다.
민주당 소속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2일 대통령 당선시 재판을 중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했다. 사실상 이 후보의 재판을 염두에 둔 '이재명 재판 중지법'이다.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이 일방적인 법안 상정·소위 회부에 반발했지만, 다수 의석을 점한 민주당 위원들의 찬성 표결은 막지 못했다. 개정안은 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같은날 오전 대표 발의했다.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지 하루 만이다.
이어 소관 상임위 상정과 소위 회부까지 불과 반나절이 안 되는 시간에 일사천리로 마무리됐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그만큼 민주당이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에 큰 충격을 받았고, 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대법원 판결은 기속력을 갖고 있어 사건을 돌려받은 원심법원은 특별한 사정 변경이 없는 한 이 후보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유죄를 선고해야 한다. 이후 사건이 다시 대법원으로 올라가면 유죄 판결은 확정된다.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피선거권 박탈형을 선고한 1심 판결이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으로서는 최악의 수가 이 후보의 대통령 당선 이후 이같은 판결이 내려지는 경우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다른 곳도 아닌 대법원에서 유죄로 판단했다면 그 자체로 범죄 사실이 인정된 것과 다름없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냐의 문제일 뿐 유죄 확정은 피하기 어렵다"며 "민주당의 입법 조치는 피선거권 박탈 우려가 커지는 속에 대법원의 판단을 무력화시키려는 목적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비전형 노동자 간담회 종료 후 당 관계자에게 전달받은 휴대전화를 확인하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이 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황진환 기자자격 논란을 희석시키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이후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선거법을 위반한 인물이 선거에 나오는 게 적절하냐'는 뒷말이 무성하다. 자격 논란의 여파로 중도층 표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파기환송으로 촉발된 이 후보의 자격 논란을 당장 해소하기는 쉽지 않다. 이건 떠안고 가야 하는 부분"이라며 "대신 내란 사태 동조로 역시나 자격을 의심받는 상대 후보의 문제점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대통령이 되면 사법리스크는 해소된다'는 메시지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앞세워 계속 내놔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 당선시 민주당이 꺼낸 '대통령 형사재판 중지법'은 위헌 시비만 해소되면 실제 법 개정으로 현실화할 공산이 크다. 우선 민주당을 포함한 범진보진영의 의석수가 압도적이라 개정안의 국회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이유도 없다. 그렇게 재상고심 이전에만 법안을 개정하면 이 후보는 임기 동안 재판을 받지 않을 수 있다.
다만 문제는 여론이다. 민주당의 '대통령 재판 중지법' 발의에 '방탄 입법'이라는 지적이 이미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대법원 파기환송 이후 재차 추진된 민주당의 줄탄핵과 맞물리면서 비판의 목소리는 갈수록 거세질 조짐이다.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한 관계자는 "대선을 앞두고 정책과 비전보다는 이재명 구하기에 몰두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면 되레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