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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하은이 성매매 판결에 '지적장애' 고려는 처음부터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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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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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하은이 성매매 판결에 '지적장애' 고려는 처음부터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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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세 지적장애아 성폭행 혐의 고소했으나, 단순 성매매로 결론

    하은이(가명.당시13세)가 실종당시 신었던 신발 (사진=하은 어머니 제공)
    13세 지적장애아에게 숙박을 대가로 6명의 남성이 차례로 성관계를 하고 달아난 '하은이(가명) 사건'이 민사재판에서 '성매매'로 규정된 배경에는 앞서 선고된 형사재판에서 장애 여부조차 고려하지 않았던 점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드러났다.

    ◇ 형사재판부 "단순 성매매로 기소…지적장애 몰랐다"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서울동부지법 성폭력사건 전담재판부 형사9단독 재판부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상 성매수등 혐의로 기소된 양모(25) 씨에게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양 씨는 2014년 6월 8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모텔에서 스마트폰 채팅을 통해 만난 가출 청소년 하은이(당시 13세)에게 숙박을 대가로 유사성행위를 시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이 판결에서 하은이가 IQ 70 수준의 경계성 지적장애아인 점이나 성적 자기결정능력을 행사할 능력이 있는지 등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 "피고인은 초범이고 범행 인정하며 반성하는 점, 그밖에 피고인의 연령, 직업, 성행, 가족관계, 범행 전후의 정황 등 기록상 나타난 모든 양형요소를 참작"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을 뿐이다.

    이에 대해 동부지법 관계자는 "1년 전 사건이라 담당 판사가 사건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며 "판사가 직접 하은이와 대면하지 못했기 때문에 장애를 갖고있는지 알 수 없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검찰에서 성매매로 기소했으면 재판부는 기소한 내용이 맞는지를 판단할 뿐"이라며 "그런 사실관계가 드러났다면 양형에 참작하거나 공소장 변경을 요구할 수는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제출된 기록에는 '경계성 지능 의심' 적시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형사소송 판결문 캡처
    하지만 당시 공판 과정에서 '하은이의 진술서'와 '진술 속기록', '아동 성폭력 사건 전문가 의견서' 등이 재판부에 제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전문가 의견서 첫장에는 "하은이에게 경계성 지능이 의심된다"는 소견이 적혀 있었다.

    사건을 기소한 검찰 또한 'IQ 70에 7세 정도 수준'이라는 기록을 재판부에 보냈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이같은 소견을 면밀히 검토했다면 애초에 성폭행으로 고소된 이 사건이 단순 성매매로 규정되지는 않았을 개연성이 있다.

    하지만 이를 무시한 판단은 민사재판까지 이어지면서 결국 13세 지적장애아에게 자발적 매춘녀라는 낙인을 찍게 된 것.

    최근 서울서부지법 민사21단독 재판부는 "형사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함부로 배척할 수 없는 유력한 자료로 본다"며 하은 모녀가 양 씨를 상대로 치료비 등을 요구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기각했다.

    '심신미약'이 인정되고 아청법상 장애인간음 혐의로 선고됐다면, 양 씨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라는 중형을 받게 될 수도 있었다.

    ◇ 전문가들 "석연찮은 재판…하은이 어쩌나"

    십대여성인권센터 등 178개 여성.청소년 단체 회원들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서부지법 앞에서 만13세 지적장애 아동(가명 하은이)을 성매수한 가해자를 아동에 대한 침해가 없어 배상할 필요가 없다고 판결한 재판부에 대해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전문가들은 형사재판부의 판단이 석연찮았다고 입을 모은다.

    들꽃청소년세상 조순실 대표는 "만13세 2개월인 아이가 지적장애까지 갖고 있다면 상식적으로 성폭행이었는지 고려했어야 하지 않냐"며 "보호받아야 할 아동이 성적 먹이사슬 속에서 폭력을 당한 셈"이라고 밝혔다.

    장애여성공감 배복주 소장은 "기록으로 포착할 수 있는 단서들이 있었는데도 장애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재판부가 의지가 있었다면 공소장 변경을 요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17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원이 이런 판결을 해서는 안 된다"며 "만13세 2개월의 지적장애아가 어떻게 성매매를 했다고 판결할 수 있냐"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고영한 법원행정처장은 "충분히 일리 있는 지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문제를 인정하며 "상고심에서 적정한 결론이 도출되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는 이날 오후 성명서를 통해 "장애아동을 피해자로 인정하지 않는 재판부의 반인권적 결정을 규탄한다"며 "사회가 보호해야 할 장애 미성년자를 자발적 성매매 행위자로 간주한 것은 청소년성보호법 입법 취지에도 반하는 잘못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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