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서베링해에서 침몰한 '501 오룡호' 출항 전 모습
'오룡호 침몰사고'가 필수선원을 태우지 않은 채 무리하게 조업에 나서 발생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국내 원양어선의 절반 이상이 '필수 선원'을 태우지 않은 채 조업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항해를 총책임지는 선장도 선박에 탑승하지 않는 등 안전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이었지만, 원양어선에 탑승한 승무원을 점검하는 절차는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부산경찰청 수사2과는 국내 54개 선사, 선박 311척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 50개 선사, 선박 172척이 승무기준을 위반하는 등 불법행위를 한 사실을 확인해 입건한 뒤 조사하고 있다고 22일 밝혔다.
적발 업체 가운데는 국내 최대 원양 선사인 사조오양, 동원산업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선사들은 법으로 명시된 최저승무기준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2013년 이후 최근까지 6개 선사 소속 선박 8척은 선장도 없이 출항해 위험천만한 운항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나머지 어선에서는 선장은 있었지만 기관장이나 통신장, 항해사 자격 기준에 미달하는 사람이 그 역할을 대신했다.
선박은 출항할 때 법으로 명시된 최저승무기준을 충족시킨 신고서를 관할 항만청에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이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업계에서는 허위 신고서를 제출한 뒤 출항을 하는 것이 만연해 있는 것이다.
최저승무기준을 위반하더라도 처벌수위가 통상적으로 벌금 5백만 원 이하로 낮기 때문에 선사들은 공공연히 위반행위를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통상적으로 선장의 연봉이 1억 원에 달하는데, 굳이 선장을 승선시키지 않고 벌금만 내더라도 이른바 '남는 장사'이기 때문.
특히, 국내 메이저 선사인 S사의 경우 지금까지 최저승무기준 위반으로 3번이나 처벌을 받은 전례가 있지만 이번에 또 적발됐다.
정창석 부산경찰청 수사2과 수사계장은 "해상에서 운항하는 모든 선박에 대해서는 그 톤수와 기관의 유형에 따라 해양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승무기준을 법으로 정하고 있다. 원양어선 조업이 힘들어 해기사를 구하기 힘들기도 하지만, 불법 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아 불법 운항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200톤 이상 원양어선에 필수적으로 탑승해야 하는 '통신장'의 경우 2012년 이후 전문적인 양성기관이 없어져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말 베링해에서 침몰한 501 오룡호 역시 최저 승무기준은 위반한 사실이 드러나 사고의 한 원인으로 지적받기도 했다.
501 오룡호에는 2급 항해사 자격을 갖춘 선장이 탑승해야 하지만 3급 항해사가 승선했고 기관장, 1등 기관사, 2등 기관사, 3등 기관사 등 4명이 필수도 다 채우지 못한 채 운항하다가 사고가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