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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명단이 발표되자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포지션 분배가 엉망이었기 때문이다.
류중일 감독은 제3회 WBC 대표팀 명단에 1루수 3명과 유격수 3명을 포함시켰다. 이승엽(삼성)과 이대호(오릭스), 김태균(한화)이 1루수, 강정호(넥센)와 손시헌(두산), 김상수(삼성)가 유격수로 대표팀에 합류했다.
1루수 이승엽과 이대호, 김태균은 한국 최고의 타자들이다. 지난해 홈런왕인 박병호(넥센)가 경쟁에서 밀렸을 정도다. 포지션이 겹치기는 했지만 큰 이견은 없었다. 셋 모두 수비도 수준급이라 누가 1루에 서도 문제는 없었다.
류중일 감독은 컨디션과 상황에 따라 1명을 1루수, 1명을 지명타자, 1명을 대타로 활용할 계획을 세웠다. 결국 이대호가 1라운드 3경기에서 붙박이 4번으로 나서고, 이승엽과 김태균이 플래툰 시스템을 통해 번갈아 출전했다. 하지만 각 팀을 대표하는 타자가 대타로 뛰는 것은 쉽지 않을 일이었다. 결국 네덜란드전 이승엽, 대만전 김태균이 대타로 나섰지만 범타로 물러나면서 패했다.
유격수를 3명이나 뽑은 것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덕분에 2루수는 정근우(SK), 3루수는 최정(SK)이 전부였다.
류중일 감독은 "강정호와 손시헌, 그리고 김상수 모두 유격수와 2루, 3루 백업을 들어가게 될 수 있다. 2루수나 3루수가 유격수를 보는 것은 힘들어도 유격수가 2루와 3루를 보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다"라고 설명했지만 다른 2루수와 3루수가 있는 데 굳이 유격수를 백업으로 뽑을 필요는 없었다.
물론 일찌감치 주전으로 낙점한 최정과 정근우가 3경기 내내 제 활약만 해주면 류중일 감독의 생각이 맞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대만과 3차전에서 포지션 중복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3루수 최정이 허벅지 부상으로 빠졌고, 2루수 정근우는 컨디션이 최악이었다. 그럼에도 교체할 선수가 없었다. 결국 3루는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3루수 경험이 있는 강정호에게, 2루는 그대로 정근우에게 맡겼다. 3루수와 유격수는 기본적으로 수비 방향이 비슷하지만 2루수와 유격수는 다르다. 정근우를 계속 출전시킨 이유다.
결국 강정호는 제 몫을 했지만 정근우는 1회 3루, 5회 홈에서 아웃되는 등 주루 플레이마저 흔들렸다. 득점으로 연결됐다면 대량 득점의 물꼬를 틀 수도 있었다. 만약 백업 2루수가 있었다면 대만전 결과가 조금은 달라졌을까.
[BestNocut_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