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성. (자료사진=KBL)
이미선. (자료사진)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이 4일 폐막식을 끝으로 16일 간의 일정을 마쳤다.
한국은 79개, 은메달 71개, 동메달 84개로 종합 2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메달 색깔에 따라 웃기도, 울기고 한 아시안게임. 하지만 인천아시안게임이 마지막인 베테랑들에게는 메달 색깔에 상관 없이 기억에 남는 아시안게임이다.
▲금메달과 함께 '안녕'을 외치다김주성(35, 동부)은 귀화혼혈 문태종(39, LG)을 제외하면 남자 농구대표팀의 최고참이다.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부터 참가했고,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 순간에도 코트에 있었다. 하지만 김주성은 한국 농구의 암흑기도 함께 했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정상에 서지 못했고, 어느덧 세계 대회에도 12년 동안 나서지 못했다.
인천아시안게임 결승전. 김주성은 동생들과 함께 이란을 79-77로 꺾고 12년 만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마지막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아시안게임이 금메달이라는 값진 결과로 끝났다.
여자 농구 이미선(35, 삼성생명)도 마지막 국가대표 경기를 금메달로 마무리했다. 이미선은 2002년 부산 대회, 2010년 광저우 대회에 출전했지만, 금메달이 없었다. 2006년 도하 대회는 출전하지 못했다. 꼭 갖고 싶었던 금메달을 위해 마지막 투혼을 불살랐고, 1994년 히로시마아시안게임 이후 한국 여자 농구 20년 만의 금메달을 이끌었다.
우선희(왼쪽), 이현일. (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여자 핸드볼 우선희(36, 삼척시청)에게도 이번 금메달은 특별하다. 우선희는 핸드볼하면 흔히 생각하는 '우생순' 멤버 중 유일한 현역이다. 2002년 부산 대회, 2006년 도하 대회 모두 금메달이었다. 하지만 동생들을 이끌고 나갔던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는 동메달에 그쳤다. 동생들에게 다시 아픔을 주고 싶지 않았다. 결국 우선희는 마지막 아시안게임에서 동생들을 이끌고 8년 만에 금메달을 되찾았다.
남자 배드민턴 이현일(34, MG새마을금고)도 동생들에게 금메달을 선물하고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사실 이현일은 이미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었다. 하지만 "베테랑이 필요하다"는 요청에 다시 대표팀에 돌아왔고, 중국과 단체전 마지막 단식을 승리로 장식하며 금메달을 땄다. 12년 전 형들에게 받았던 금메달을, 이번에는 동생들에게 물려줬다.
여자 펜싱 플뢰레 남현희(33, 성남시청)도 개인전 3연패에는 실패했지만, 단체전 금메달로 마지막 아시안게임을 마무리했다. 남현희는 여자 플뢰레 단체전 5연패 가운드 네 차례 금메달에 힘을 보탰다.
▲금메달보다 값진 마지막 메달
사이클 간판 조호성(40, 서울시청)도 아시안게임을 마지막으로 은퇴했다. 1994년 히로시마 대회를 시작으로 2002년 부산,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 총 5개의 금메달과 1개의 은메달을 따는 등 한국 사이클의 최고 스타였다. 마지막으로 힘껏 페달을 밟은 조호성은 남자 옴니엄 은메달과 함께 사이클에서 내려왔다.
사격에서는 박봉덕(41, 동해시청)이 베테랑의 힘을 보여줬다. 박봉덕은 사격 50m 소총복사에서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봉덕은 실력이 된다면 계속 방아쇠를 당길 계획이다. 하지만 이미 지도자의 길을 생각했던 만큼 후배들이 치고 올라온다면 망설임 없이 총을 내려놓을 생각이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수영 자유형 400m에서 동메들을 획득한 '마린보이' 박태환이 23일 오후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시상대에 올라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박종민기자
대한민국이 리듬체조에서 '체조요정' 손연재의 활약에 힘입어 한국 리듬체조 역사상 최초로 은메달을 획득했다. 1일 오후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단체전 시상식에서 김윤희가 눈물을 흘리자 동료들이 눈물을 닦아주고 있다. (윤성호 기자)
수영 박태환(25, 인천시청)과 리듬체조 김윤희(23, 인천시청)는 사실 베테랑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나이는 아니다. 하지만 종목 특성상 이번이 마지막 아시안게임이었다.
박태환은 말이 필요 없는 한국 수영의 대들보다. 올림픽 금메달은 물론 아시안게임에서도 숱한 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6년 도하 대회와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 금메달 6개를 딴 박태환은 인천에서는 금메달이 없었지만, 은메달 1개, 동메달 5개를 따며 한국 선수로는 아시안게임에서 가장 많은 메달(20개)을 딴 선수가 됐다. 그리고 자랑스럽게 아시안게임과 작별을 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