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인천 선학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핸드볼 여자 결승전에서 일본을 상대로 29대 19로 승리하며 금메달을 획득한 선수들이 임영철 감독을 헹가래하고 있다.(박종민 기자)
"우선희 선수가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은퇴하고 가정에 집중하려 한다는데 감독님 생각은 어떠신가요?"
한 기자의 질문이 나오자 기자회견장에 있던 임영철 여자 핸드볼 대표팀 감독은 불편한 질문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이어 "제가 전에도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이런 질문은 안 하셨으면..."이라며 잠시 침묵했다.
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1일 오후 선학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여자 핸드볼 결승전에서 일본을 29-19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만36살의 노장 선수 우선희는 대표팀의 주득점원으로 금메달을 따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게다가 주장으로서 감독에게도 선수들에게도 없어서는 안 될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그런 우선희가 앞으로 없다고 생각하니 한국 여자 핸드볼의 미래가 걱정되는 게 임 감독의 솔직한 심정.
우선희 선수. (박종민 기자)
잠시 침묵하던 임 감독은 "나는 사령탑으로서 잠잘 때, 훈련할 때, 밥 먹을 때도 어떻게 하면 한국 여자 핸드볼이 최강의 팀이 될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며, "우선희 선수와 12~13년을 같이 감독-선수로서 생활했는데, 옆에서 본 결과 45~50살까지는 뛸 수 있다고 본다"는 깜짝 발언을 해 기자들을 폭소하게 했다. 임 감독 옆에 앉아 있던 우선희는 '못 말리겠다'며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하지만 임 감독은 농담이 아닌 진심어린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그는 "우선희 선수는 선수로서 갖춰야 할 미덕, 태도 등 정말 세계적으로 최고인 선수다. 지금도 20대 선수 못지 않게 더 체력이 좋다"며 칭찬했다.
이어 "우선희 선수가 좀 더 뛰어야, 후배들이 영향을 받아 제2, 제3의 우선희 나오지 않겠는가"라고 발언했다.
"한국 핸드볼 실정은 열악하고 선수들은 적다. 2008년부터 위기가 시작됐고, 그게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런던 올림픽까지 영향을 끼쳤다"고 한 임 감독은 "우선희 선수가 있어야 이런 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