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수비 축구에 뿔난 존 오비 미켈(가운데).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제공)
"11명 모두 경기 내내 공 뒤에 숨었다."
시종일관 나이지리아가 몰아쳤다. 볼 점유율은 무려 63%-37%로 나이지리아가 훨씬 앞섰다. 하지만 이란은 전원 수비로 맞섰다. 결국 경기는 무승부로 끝났다. 나이지리아는 울었고, 이란은 웃었다.
나이지리아와 이란은 17일(한국시간) 열린 2014년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F조 1차전에서 0-0으로 비겼다.
관중들의 야유까지 나왔지만, 이란은 당당했다. 현실적으로 승리가 어려운 마당에 승점 1점을 챙긴 것에 만족하는 눈치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은 "힘들었지만 결과가 만족스럽다. 우리는 강한 팀을 상대했기 때문에 현실적인 경기 운영을 펼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나이지리아는 실망감으로 가득했다. 이란의 극단적인 수비 축구에 제대로 된 찬스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존 오비 미켈은 "우리 모두 실망했다. 모든 토너먼트의 첫 경기는 매우 중요하다. 이란의 플레이를 보면 11명 모두 경기 내내 공 뒤에 숨었다. 찬스를 만들 수가 없었다"면서 "우리는 이기기를 원했지만, 이란은 다른 생각을 한 것 같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란은 모든 기록에서 나이지리아에 크게 뒤졌다. 볼 점유율은 물론 패스 성공 횟수는 192개-464개로 두 배 이상 차이가 낫다. 볼을 걷어낸 횟수와 태클 횟수 등 수비적인 기록만 나이지리아보다 앞섰다. 이란의 수비 축구가 승점 3점을 노리는 나이지리아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하지만 나이지리아의 스테판 케시 감독은 '축구의 일부'라고 이란의 축구를 인정했다.
케시 감독은 "첫 20~25분만 경기를 한 것 같다. 실망스럽지만, 이것이 축구다. 우리가 압도적이지 못했다. 이란의 플레이를 존중해야 한다"면서 "축구는 아무도 모른다. 이란의 축구가 맞을 때도 있다. 우리는 나쁘지 않았지만, 이기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나이지리아는 22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26일 아르헨티나와 2~3차전을 치른다. 보스니아는 만만치 않은 상대고, 아르헨티나는 우승후보 중 하나다.
미켈은 "무승부가 나쁜 결과지만, 우리에게는 2경기가 남았다. 다음 경기는 반드시 골을 넣고 이기겠다"고 말했고, 케시 감독도 "우리는 이기지 못했다. 하지만 끝은 아니다. 다음 경기를 잘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