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서울의 군대'를 구실로 러 파병 정당성 주장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러시아 파병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이번에는 "서울의 군대"를 구실로 들었다.
김 위원장은 9일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리 기념일을 맞아 북한 주재 러시아대사관을 처음으로 방문해 실시한 축하 연설에서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언급하며 "우크라이나 괴뢰들이 핵 대국의 영토에 대한 군사적 행동을 노골화하는 것을 그대로 방치해둔다면 그들은 필경 더욱 분별없이 겁 없는 행동에 용감해질 것이고 그러면 미국의 특등앞잡이인 서울의 군대도 무모한 용감성을 따라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그 무모한 용감성은 마치 전염성이 높은 비루스와도 같이 전파될 것"이라며 "우리는 이러한 잘못된 위험한 현상들을 바로잡아야 할 의무를 책임적으로 행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러시아 파병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서울의 군대를 핑계로 대고 책임을 돌린 대목이다
김 위원장은 이어 "만약 미국과 서방의 하수인, 눅거리(싸구려 물품) 오작품 병기들이 우리의 형제국가 러시아연방에 대한 위험한 군사적 침공 발상을 포기하지 않고 또다시 공격을 감행한다면 나는 기꺼이 조로조약의 제반 조항과 정신에 따라 적들의 무력침공을 격퇴하기 위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무력사용을 주저 없이 명령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것을 나는 형제로서, 전우로서 우리가 해야 할 신성한 사명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아울러 북·러 조약을 근거로 "그들이 러시아 영토를 침공하는 천인공노할 만행을 행하지만 않았다면 우리의 검과 창에 무주고혼의 신세는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우리의 참전은 정당한 것이었으며 이는 우리의 주권적 권리 영역"이라고 거듭 밝혔다.
김 위원장은 축하연설에서 푸틴 대통령에 대해 "푸틴 대통령 동지의 특출한 선견지명과 결단", "친근한 나의 벗, 존경하는 푸틴 동지", "푸틴 대통령과 같은 강력한 국가의 노숙한 지도자"등으로 표현하며 러시아와 밀착 관계를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당 중앙위 본부청사에서 러시아대사관까지 차를 타고 오는데 80초가 걸렸는데 "그 짧은 80여초 간에 나는 장장 80여 년간 지울 수 없는 우애와 연대의 무수한 페이지들을 기록해온 두 나라사이의 역사와 그 뿌리에 대해, 지리적 개념을 초월하는 평양과 모스크바사이의 정신적 가까움, 날로 깊어지는 조로관계의 친밀감과 형제적 감정을 새삼스레 느꼈다"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은 김 위원장의 러시아 대사관 방문소식과 축하연설 전문을 10일 노동신문 1면과 2면에 걸쳐 게재했다.
아울러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와 공화국 국무위원회,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공화국 내각이 공동으로 러시아에 보낸 전승절 축하문도 신문에 실었다.
북한은 공동 축하문에서 "앞으로도 조로사이의 포괄적인 전략적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의 정신과 의무에 변함없이 충실할 것"이라며 "싸우는 러시아, 승리하는 러시아의 곁에는 언제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통일부는 김 위원장의 러시아 대사관 방문에 대해 "러시아의 지속적인 전승절 참석 요청에도 불구하고 북한 최고위급 인사의 모스크바 방문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이 직접 러시아 대사관을 방문해 러시아의 체면을 세워주고 양국 밀착의 모멘텀을 대내외에 부각시켰다"고 분석했다.
한편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의 러시아 대사관 방문을 수행한 딸 주애에 대해 "존경하는 자제분"라고 표현했다. 북한의 대외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의 전날 보도에서는 "가장 사랑하는 따님(his dearest daughter)"이라며 '최상급'의 표현을 사용했는데, 국내 보도에서는 예전에 쓰던 "존경하는 자제분"이라는 표현을 다시 쓴 것이다.
2025.05.10 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