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기
''모래판의 황제'' 이만기 인제대 교수(49)가 한국 씨름을 이끌 대권 도전에 나선다. 차기 대한씨름협회 회장이다.
이만기 교수는 2일 2012 천하장사 씨름대축제가 열리고 있는 전남 영광에서 취재진과 만나 "위기를 맞고 있는 씨름의 중흥을 항상 고민해왔다"면서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 내년 준비를 잘 해보겠다"고 조심스럽게 출마 의사를 밝혔다. 아직 회장 후보 등록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어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조만간 출마를 공식화할 예정이다.
이만기 교수의 선배인 이승삼 마산시체육회 감독(61)도 "한국 씨름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이만기 교수가 회장을 할 때가 됐다"면서 "선수 출신 회장이 나온다면 당연히 이교수가 해야 할 것이고 이교수에게도 그동안 ''선배들도 더 이상 기다려줄 수 없다''고 채근해왔다"며 이교수의 출마를 지지하고 나섰다.
이교수는 명실상부한 한국 씨름이 배출한 최고 스타다. 지난 1983년 대학생 시절 혜성처럼 나타나 초대 천하장사에 오르며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이후 ''모래판의 신사'' 이준희, ''인간 기중기'' 이봉걸, ''털보'' 이승삼, 홍현욱 등 기라성 같은 거구들을 제치고 천하장사 타이틀만 10차례, 한라장사 7회, 백두장사 19회 등 모래판을 평정했다.
지난 1990년 27살의 나이에 은퇴했지만 방송 해설과 씨름단 감독 등으로 씨름과 인연을 이어왔다. 특히 지난 2006년 민속씨름을 주관하던 한국씨름연맹에 대한 거침없는 쓴소리로 영구제명을 당할 정도로 씨름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토크쇼 등 TV 출연을 통해서도 씨름 중흥에 대한 고민을 털어놔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현재는 대한씨름협회 부회장도 겸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이 만만치는 않다. 연임 의사를 밝힌 현 최태정 회장의 벽을 넘기가 쉽지 않다. 씨름계에서도 지난 2009년 11월 남병주 전 회장의 유고로 제 39대 수장에 오른 최회장이 그동안 씨름 발전을 위해 노력한 성과를 인정해주자는 목소리가 적잖다. 우승 상금을 늘려 씨름대회의 격을 높이고, 역동적인 경기를 위해 샅바 규격 통일과 체중 상한제 등을 도입하는 등 공로가 컸다는 것이다. 현 회장인 만큼 씨름계에 미치는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여기에 씨름진흥법을 발의한 이철우 새누리당 국회의원을 추대하자는 여론도 일고 있다. 이미 출마 의사를 밝힌 정경호 전 서울시 협회장 등도 대권을 노리고 있다. 한 씨름인은 "경제력이나 권력이 있는 인사가 회장을 맡아야 씨름이 발전할 수 있는 게 아니냐"면서 "이만기 교수가 스타 출신이지만 방송 출연 등으로 워낙 바쁜데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제 40대 대한씨름협회장은 내년 1월 협회 총회에서 대의원들의 투표로 뽑힌다. 대의원을 이루는 각 시도 협회장은 올 연말까지 선출된다. 이어 12월 17일 협회 이사회 이후 회장 후보 등록 등의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불세출의 모래판 스타 이만기 교수가 과연 씨름계 수장에 올라 행정가로서 제 2의 성공 신화를 쓸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BestNocut_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