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포효하며 환호한 KCC 하승진은 자신의 유니폼 상의를 벗어 관중석으로 던졌다. 대신 전방 십자인대 파열로 시즌을 마감한 자신의 백업맨 강은식의 유니폼을 입어 수술대에 오를 동료와 승리의 기쁨을 같이 했다.
KCC가 선수들의 부상 악재를 딛고 통산 5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KCC는 26일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10-2011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 챔프전 MVP로 선정된 하승진(22점 9리바운드)의 활약을 앞세워 동부에 79-77로 승리했다.
이로써 7전4선승제의 승부에서 4승(2패)을 거둔 KCC는 전신인 현대 시절(97-98. 98-99시즌)을 포함해 통산 5번째 우승을 찍어냈다. 통산 5회 우승은 1997년 프로농구 출범이래 최다다.
허재 감독은 3경기 연속 챔프전에 오르는 쾌거를 이루며 감독 데뷔 6시즌만에 두 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또 플레이오프의 전설 추승균은 개인 통산 8번째 챔프전에서 5번째 우승 반지를 끼며 프로농구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챔피언 반지를 갖게 됐다.
KCC의 최장신센터 하승진(221cm)은 생애 첫 챔피언 MVP를 수상했다. 하승진은 출입기자단이 뽑는 MVP 투표에서 유효 투표수 75표 가운데 66표를 획득하며 MVP로 선정, 상금 1천만원을 받았다.
시작부터 신경전이 대단했다. 동부 로드 벤슨이 덩크슛을 연거푸 꽂아내며 분위기를 가져오자 이에 질세라 하승진과 크리스 다니엘스가 덩크슛으로 화답했다. 양팀은 1쿼터 시작 2분만에 덩크슛 4개를 작렬했다.
그러나 벤슨-김주성-윤호영의 트리플타워가 위력을 발휘하면서 동부에 주도권을 내준 KCC였다. 시종 동부가 앞서갔다. 강한 압박 수비와 골밑의 우위를 앞세워 리바운드 싸움에서 단연 앞섰다. 전반에 동부가 공격 리바운드 7개를 포함해 19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낸 반면 KCC는 12개(3 공격리바운드)에 그쳤다.
그러나 32-44로 뒤진 3쿼터 3분께 하승진이 자신을 수비하던 빅터 토마스를 연거푸 따돌리고 연속 골밑슛을 성공시키며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어 토마스의 연속 파울로 얻은 자유투 4개를 빠짐없이 성공시킨 KCC는 강병현의 3점포까지 터지면서 순식간에 45-46으로 추격했다. 다니엘스의 골밑슛으로 첫 역전에 성공한 KCC는 3쿼터 5분께, 동부가 토마스-김주성-윤호영-김봉수를 동시 출격시키는 ''빅4'' 카드를 꺼내들면서 47-50으로 다시 뒤졌으나 전태풍의 3점포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냈다.
결국 승부가 갈린 것은 종료 휘슬이 울리기 직전이었다. 다리에 쥐가 나는 바람에 잠시 벤치로 물러났던 하승진이 종료 2분1초를 남기고 다시 코트로 나왔다. 전광판 스코어는 71-71 동점이었다. 승부는 이제부터였다.
종료 1분45초전, 수비하던 김주성의 파울이 선언됐다. 5반칙 퇴장이었다. 김주성이 격렬하게 항의해봤지만 소용없었다. KCC는 김주성 파울로 얻는 자유투를 다니엘스가 깨끗하게 성공시키며 2점을 앞서갔다. 그러나 황진원에게 3점포를 허용, 73-74로 역전당한 KCC는 하승진의 골밑슛으로 2점을 만회했으나 이어 하승진이 벤슨과 엉켜 넘어진 사이 골밑을 파고 든 윤호영에게 골밑슛에 파울로 자유투 1개 마저 내줘 75-77로 다시 뒤졌다.
하지만 종료 35.6초전, 전태풍의 패스를 받은 강병현이 또 한번 통렬한 3점포를 성공시키며 역전에 성공했고, 이어진 동부의 공격찬스에 박지현의 3점포가 무위로 돌아가며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