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마지막으로 아스날, 토튼햄과 함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런던 3대 명문 클럽'''' 가운데 하나인 첼시를 방문해 보자.
일단 다시 런던 중심가인 얼스코트(earl''s court)역에서 출발해 보자.
환승을 하는 ''''디스트릭트 라인(district line)''''은 선로 하나에서도 여러 방향으로 가는 열차가 들어오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애먼 방향의 기차를 타게 되거나, 그나마 틀린 열차를 탔다는 것조차 늦게 알아채면 지난해 프리미어 리그 우승팀의 킥 오프 장면을 놓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일단 승차장으로 들어오는 열차의 종착역을 확인해야 한다.
첼시의 홈구장 스탬포드 브릿지가 위치한 풀햄 브로드웨이 역으로 가는 기차의 종착역은 ''''윔블던''''이다.
해당 열차가 들어올 때 ''''윔블던''''이라고 써 있는 표지 왼쪽에 노란색 화살표가 표시된다. 이 열차를 탄다.
시차 적응 실패 혹은 여독이 쌓였거나 지하철에 탔다고 잠시 긴장을 풀어 잠이 든다거나 하면 축구 대신 윔블던에서 테니스를 볼 수도 있으니 항상 약간의 긴장 상태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풀햄 브로드웨이 역의 첫 인상은 구단주인 ''''석유 재벌'''' 아부라모비치와 닮아있다. 비록 짧은 기간 동안 많지 않은 역만을 보았지만 런던의 지하철 역 가운데 그중 깔끔하고 세련된 역을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풀햄브로드웨이 역을 꼽겠다.
이같은 이미지가 특히 첼시의 스폰서를 맡고 있는 국내 기업의 이미지와 자연스럽게 오버랩 됐다. 게다가 첼시의 ''''블루''''가 이같은 이미지를 한층 강하게 한다.
지하철에서 나와 스탬포드 브릿지를 찾는 일은 상당히 간단하다. 역에서 나와 왼쪽방향으로 불과 100미터 정도만 가면 어렵지 않게 이정표와 함께 경기장을 찾을 수 있다.
혹시 길을 가던 중 낯선 영국인들이 친한 척을 해오면 당황하지 말고 ''''사진 한 장 찍겠냐''''고 물은 뒤 환하게 웃는 표정을 찍어서 보내라.
월드컵 당시 히딩크의 ''''심판에 물병 권하기 작전''''을 응용한 것이다.
깔끔하게 정돈된 거리를 따라 1분 정도 걸으면 첼시의 문양이 새겨진 이정표가 나온다.
스탬포드 브릿지 초입에는 경기장 외곽 꼭대기에 지난해 프리미어 리그 우승기가 여보란 듯이 펄럭이고 있다.
스탬포드 브릿지 주변은 자유롭게 개방돼 있으며, 평일 용품을 살 수 있는 메가 스토어에 대한 접근성도 좋다.
또 식사와 음료를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도 마련돼 있어 축구 경기와 생활을 자연스럽게 공유하게 한다. 또 매치가 있는 날에는 경기장내에 있는 호텔 숙박 패키지를 묶은 상품도 판매하고 있다.
아스날 경기장이 주는 묵직함이나 토튼햄의 위협적인 느낌 대신 스탬포드 브릿지는 고급스런 호텔에 들어서는 느낌이다.
이로써 런던 3대 축구 클럽의 경기장을 대략 둘러보았다. 무엇보다 이들 경기장은 외형적인 규모에서 뿐만 아니라 각각 특유의 전통을 갖고 이것을 팬들과 선수들이 잘 지켜내고 있다는 점이 부러움을 갖게 한다.
경우에 따라선 선수들이 이런 전통을 지키기 위해 더 좋은 조건의 이적을 미루기도 하고, 이적 후 맞닥뜨린 옛 고향팀을 상대로 골을 터트린 뒤 골 세레머니를 사양하기도 한다.
우리 월드컵 경기장 역시 이들 경기장과 비교해 규모나 화려함에서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각각의 경기장을 홈으로 쓰는 팬들과 구단, 선수들에게 ''''우리만의 것''''으로 내세울 만한 철학이 담겨 있는가 하는 점을 떠올려 본다.
우리 프로축구의 비약적인 발전을 꿈꾸며 런던 3대 축구 클럽의 경기장 방문기를 간략하게나마 여기서 마친다.
런던=노컷뉴스 홍석재기자 forchis@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