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기자금융당국이 부동산 안정화를 위해 초고강도 대출 규제를 내놨다. 시장은 규제의 영향권인 은행과 건설 섹터의 주가가 엇갈린 방향으로 움직일 것으로 전망한다.
은행의 주주환원 확대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히 유효한 반면, 건설은 민간 분양 시장 위축에 따른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에서다.
1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한 지난달 27일 이후 30일까지 2거래일 동안 코스피가 0.26% 내린 가운데 KRX 은행 지수는 0.69% 상승했지만 KRX 건설 지수는 2.85% 하락했다.
앞서 은행과 건설 주가는 지난달 규제 발표 전인 26일까지 이재명 정부의 경기 및 주식시장 부양 정책에 따른 기대감에 힘입어 각각 12.73%와 16.87%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14.16% 오른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은행은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주주환원 확대 정책의 최대 수혜주로 꼽혔다. 건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원전 부흥 정책에 따른 기대감도 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가 은행과 건설 주가의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규제의 주요 내용은 △수도권 주담대 최대 6억원 제한 △6개월 이내 전입 의무 △전세대출 제한 등이다.
전격적인 규제 시행의 배경은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제 번복과 윤석열 정부의 일부 대출 규제 완화, 민주당 집권에 따른 기대감에 따른 수도권 아파트 가격 급등이 꼽힌다. 서울 일부 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일주일 사이 1% 가까이 오르며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유진투자증권 김지나 연구원은 "경기 부양을 제1의 과제로 삼는 만큼 이번 정부의 정책 의지는 매우 강하다"면서 "부동산 대책은 단순히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전체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에 있어 걸림돌을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도 포함돼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은 이번 규제 이후에도 은행 주가의 추가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현재 상승을 이끈 주주환원에 대한 기대감이 훼손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 백두산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기업금융 및 주주환원 확대를 통해 가계부채 대책이 실적이나 기업가치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이번 대책이 지속가능한 성장이나 자산건전성을 담보한다는 측면에서 오히려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신한투자증권 은경완 연구위원도 "당장 가계대출 성장률 둔화는 아쉽지만 자본비율 내지 주주환원 관련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최근 가파른 주가 상승에도 여전히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52배에 불과하며 총주주수익률은 7%를 상회한다"고 말했다.
다만 상대적으로 가계대출 비중이 큰 인터넷전문은행은 이번 규제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NH투자증권 정준섭 연구원은 "시중 은행에는 딱히 부담스러운 요인이 아니다"라며 "가계대출 성장 여력 축소를 기업대출 증가로 해소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높은 성장을 지향하는 인터넷은행에게는 상대적으로 부담스러운 정책"이라며 "카카오뱅크의 경우 대출자산 대부분인 95%가 가계대출로 구성돼 있다. 가계대출 제한은 전체 성장 여력에도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건설은 신규 수주와 단기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영증권 박세라 연구원은 "민간 분양 공급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출한도에 영향을 받지 않을 만큼 우수한 입지에서 분양을 추진하는 것에도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이어 "가수요를 일으키지 않을 충분한 공급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이는 국토교통부 장관 인선 이후인 8월쯤 공개될 것으로 보이며 해당 정책이 이번 정권의 공식적인 첫 부동산 대책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증권 이경자 연구원은 "건설사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공사비 도급금액과 실제 투입 공사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주택거래 감소 장기화에 따른 분양 경기 위축이 현실화할 경우 건설사들의 분양 계획 변화에 따른 중장기 실적 변동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