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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영 "'미지의 서울', 남의 것이어도 갖고 싶었던 유일한 작품"[EN:터뷰]

박보영 "'미지의 서울', 남의 것이어도 갖고 싶었던 유일한 작품"[EN:터뷰]

핵심요약

드라마 '미지의 서울' 유미지·유미래 역 배우 박보영 인터뷰 ②
미지와는 수호, 미래와는 세진 각각 연인 연기해 평화로워
배우로서 위기와 방황은 수없이 많아, 매 첫 촬영 전날 도망가고 싶어
작품의 기획 의도, 메시지 너무 좋아 놓치고 싶지 않았다

29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미지의 서울'에서 유미지, 유미래 역을 연기한 배우 박보영. BH엔터테인먼트 제공29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미지의 서울'에서 유미지, 유미래 역을 연기한 배우 박보영. BH엔터테인먼트 제공
좌절에 빠져 바깥에 나가지 못하고 방에만 틀어박혀 있던 미지(박보영)에게 할머니 월순(차미경)은 '뭐가 그렇게 걱정이야? 어제는 끝났고 내일은 아직 멀었는데'라고 하며 용기를 준다. 30분이면 갈 거리를 꼬박 4시간이나 걸려 도착한 병실에서도, 월순은 '어제는 끝났고 내일은 멀었지만 오늘은 아직 모르는 거야, 미지야. 그러니까 우리 오늘을 살자'라고 위로한다. '어제는 끝났고 내일은 멀었고 오늘은 아직 모른다'는 미지가 출근 전 자기 자신을 다잡는 주문처럼 외는 말이기도 하다.

촬영 현장에서 박보영도 그 말을 자주 되뇌었다. 너무 잘하고 싶은 작품이어서 욕심이 났지만, 매회 매 장면 만족스럽게 마칠 수는 없었다. 그때마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 미지를 떠올렸다. 찍어야 할 분량이 이만큼 많은데 끝나버린 어제에 매달리거나,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을 먼저 걱정하기보다는 '오늘 열심히 하자'라고 마음먹었다.

tvN 토일드라마 '미지의 서울'에서 엄마도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똑 닮은 외모이지만 아주 다른, 일란성 쌍둥이 유미지·유미래를 연기한 배우 박보영을 지난 26일 오후 서울 강남구 BH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났다. 아직 방송사도, 연출자도 정해지지 않았을 때 대본을 먼저 만나게 됐다는 그는 '이게 내 것이 아니라도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된 작품이 바로 '미지의 서울'이라고 밝혔다.

박보영은 "이 드라마는 진짜 너무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정말 정해진 게 아무것도 없었다. 감독님도, 방송사도 없었다. 이 대본을 다른 사람이 보면 안 될 것 같은 거다. 제가 좀 빠르게 본 편이었고, 하고 싶었는데 (하려면) 미리 줄 서야 할 것 같았다. 세팅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했다"라고 운을 뗐다.

'어제는 끝났고 내일은 멀었고 오늘은 아직 모른다'라는 대사는 '미지의 서울'을 대표하는 대사가 됐다. '미지의 서울' 캡처'어제는 끝났고 내일은 멀었고 오늘은 아직 모른다'라는 대사는 '미지의 서울'을 대표하는 대사가 됐다. '미지의 서울' 캡처
이어 "이걸 (하겠다고) 질러놓고 매일 하나씩 하나씩 (대본을) 보면서 '와, 진짜 힘들겠다' 생각했지만 뭐랄까… 전 늘 각자의 것이 있다고 생각했고 저한테 온 건 제 거인 거고 남한테 가는 건 남 거라고 여겼다. 되게 유일하게, '남의 것이어도 내가 갖고 싶은데?' 이런 마음이 들 정도로 내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라고 털어놨다.

"다시는 없을 기회라고 했었던 것도 제가 또 1인 2역이라는 거를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또 못하고 그때만 할 수 있는 역할이라는 게 있잖아요. 근데 나이대도 그렇고, 사회 초년생이고, 미래도 첫 직장이었고 약간 이 나이대에 제가 최대한 해볼 수 있는 걸 많이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서 배우로서 되게 욕심이 있었어요. 드라마의 모든 인물들이 핸디캡이 있거나 아니면은 뭔가에 이런 결핍이 있다거나, 아니면은 뭔가 이 소수자들이거나 약간 이런 내용을 다 집약했는데, 되게 거부감 없이 저는 엄청 잘 그려졌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리고 이렇게 따뜻하고, 뭔가 사람들한테 '열심히 잘 살고 있는데 그 모양이 겉으로 봤었을 때는 좋지 않더라도 괜찮아. 열심히 살고 있는 거, 그리고 너만 그렇게 지금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다 그러고 있어'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도 만나기 힘들다고 생각을 했어요. 되게 귀한 대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 하고 싶다'라는 강렬한 마음이 있다고 해서, 늘 원하는 만큼 '출력'이 되지는 않았다. 그래서일까. 박보영은 "배우로서 위기와 방황은 정말 수도 없이 많았던 것 같다, 정말로"라며 "작품을 할 때마다 첫 촬영 전날엔 정말 도망가고 싶었다. 내가 무슨 용기로, 무슨 자신감으로 이걸 할 수 있다고 했을까 너무 무서운 거다. 그냥 박보영 1, 박보영 2가 나오면 어떡하지, 별 차이가 안 나면 어떡하지…"라고 말했다.

'미지의 서울' 포스터. tvN 제공'미지의 서울' 포스터. tvN 제공
박보영은 "내 마음대로 진짜 버튼이 있어서 오늘은 미지, 미래 이렇게 누르고 싶은데 그것도 잘 안되고… 하루는 미래가 울 때는 꾹꾹 참으면서 울었으면 좋겠고, 미지 때는 막 그냥 애처럼 엉엉 울었으면 좋겠는데 그게 머릿속에서는 너무 계산이 잘되는데 나오는 출력값이 제 생각처럼은 좀 잘 안될 때가 많았다. 그럴 때도 너무 도망가고 싶었다"라고 고백했다.

'내가 아직 이런 걸 감당할 수 있는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 박보영은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고 그 친구를 디자인하고 막상 연기를 할 때, 그러니까 끝날 때까지는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진짜 많은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본인의 걱정과는 다르게, 시청자는 매회 박보영이 펼치는 연기에 울고 웃었다. 미지, 미래, 미래인 척하는 미지, 미지인 척하는 미래까지 1인 4역을 열연했을 때, 시청자도 동료 배우도 미지와 미래를 알아보는 것이 신기했다고 그는 전했다.

박보영은 미지와 미래가 서로 바뀐 상태로 만날 때 상대 배우가 '느낌이 너무 다르다'라고 한 걸 "되게 고맙기도 하고 행복했던 순간"으로 꼽았다. 그는 "사실 저는 제가 미지도 하고 미래도 하기 때문에 미지일 때나 미래일 때나 어느 한쪽이 낯설지 않다. 호수(박진영)가 미지인 줄 알고 저한테 막 얘기하는데 저는 미래라서 '어, 그래' 하면서 연기했는데 호수가 지금 너무 차갑다며 기분이 너무 이상하고 미지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때 그래도 방향성이 잘 가고 있구나, 너네가 그걸 느껴주다니 너무 고맙다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박보영은 박진영, 류경수와 함께 호흡을 맞췄다. tvN 제공박보영은 박진영, 류경수와 함께 호흡을 맞췄다. tvN 제공
극 중 미지는 동창인 호수와, 미래는 딸기농장주 세진(류경수)과 러브라인을 그린다. 박보영은 "너무너무 좋았다. 한 드라마를 할 때 메인 러브라인이 있고 서브라인이 있으면 여기한테 마음을 주면 저쪽이 서운하다. 너무 행복하게 양쪽에 다 마음을 줘도 서운한 사람도 없고 시청자분들도 너무 행복하게 볼 수 있는 러브라인이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박보영은 "경수가 좀 더 차분하고 진영이가 더 장난꾸러기 같은 느낌이 있었는데 막상 촬영하다 보니까 진영이는 좀 차분하고 경수가 좀 장난기가 있다. 까불거리는 게 아니라 한두 마디 하는데 되게 재밌는 친구더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지일 때는 호수가 항상 불안정할 때 안정감을 찾아주는 사람이라면, 미래에게 세진은 심하게 가라앉아 있는 저를 억지로 끌어주는 사람이 아니라 옆에서 '이거 해 봐도 괜찮지 않아?' 하는 사람이다. 되게 다른 두 가지의 감정과 사랑을 느껴봐서 되게 좋았고 촬영하면서 서로에게 필요한 사람들을 잘 만났다고 생각했다"라고 부연했다.

수십 년째 모교에 장학금을 기부하는 로사식당 건물주로 나온 김로사 역 원미경과의 일화도 들려줬다. 이전보다 촬영 현장이 좋아지지 않았냐는 물음에 박보영이 아직 너무 힘들다고 하자, 원미경은 '나는 일주일에 영화를 다섯 개 찍었었어'라고 했다고. 박보영은 "여기 내려주면 오늘은 이 현장이다, 하면 그걸 하셨다고 한다. 영화 다섯 개 찍고 밤새도록 카탈로그 촬영을 하시고… 어떻게 하셨냐고 하니, 링겔을 옷 속으로 넣어가지고 수액을 맞으면서 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한 번도 선생님 앞에서 힘들다는 말을 안 했다"라고 해 폭소를 유발했다.

박보영은 방송사나 연출자가 정해지기 전부터 '미지의 서울'을 꼭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BH엔터테인먼트 제공박보영은 방송사나 연출자가 정해지기 전부터 '미지의 서울'을 꼭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BH엔터테인먼트 제공
소금 뿌리는 장면에서 세게 뿌리지 못해 박신우 감독이 대신 뿌렸을 정도로 "너무 여린" 면을 가지고 있는 원미경이지만, 연기로 보여주는 압도감은 대단했다고. 박보영은 "장난 아니신 것 같다. 저한테 화를 내는 장면이라고 하면, 저는 항상 표현하는 연기를 많이 했다면 (원미경은) 항상 눈빛이나, 얘기를 하려다가 참거나 그런 표정이나 눈으로 얘기해야 하는 신이 꽤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냥 선생님 보고 연기할 때 어떻게 절제해야 하는지 그 방법을 알고 싶을 정도였다. '아, 저렇게 해야 하는데'… 미래가 표현을 덜 해야 할 때는 '아, 저렇게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싶었다. 그건 선생님의 연륜과 지금까지 해 오셨던 것의 집약체인 거다. 그럴 때는 너무 존경스러운 때가 많았다"라고 전했다.

'미지의 서울'이 본인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았으면 좋겠는지 묻자, 박보영은 "'미지의 서울'이라는 작품이 제 필모그래피에 있었으면 좋겠다. 이게 욕심이랑 비슷한 거긴 한데, 제가 개인적으로 1인 2역 도전한 것도 있지만 이 드라마가 주는 기획 의도나 주려고 하는 메시지가 너무너무 좋았다"라고 답했다.

또한 그는 "그래도 제가 시도를 한 게 실패로 끝났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게 저한테는 큰 의미로 남을 것 같긴 하다"라며 "(메시지를) 드리고 싶은 이강 작가님의 그런 마음을 제가 느꼈고, 그걸 (전달)드리는 부분에 관해서도 실패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라고 바라봤다.

배우 박보영. BH엔터테인먼트 제공배우 박보영. BH엔터테인먼트 제공
'미지의 서울'과 '오 나의 귀신님' 등 한 작품 안에서 성격이 크게 달라지는 역할을 맡아온 박보영. 캐릭터의 이런 설정을 고려하고 작품에 임했는지 궁금했다. 그는 "고려한 건 아닌 거 같고, 조금 우연과 운명이었던 것 같긴 하다"라며 "10년 만에 한 건데 어떻게 보면 평생 한 번도 안 할 수도 있는 거기도 하다. 그냥 제 나이대, 그 시대의 흐름 이 모든 것들이 잘 맞아서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었다. 의도적으로 선택하진 않았다"라고 답했다.

대본을 고르는 기준으로는 "딱히 기준이 있다기보다…"라며 "엄청 주관적이다. 제 마음에 동요가 되냐, 안 되냐, 재미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거다. 객관적인 지표를 둔 재미가 아니고 그냥 정말 제 개인적인 거라서 어떤 기준으로 얘기하기가 조금 애매한 것 같다"라고 밝혔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부터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미지의 서울' 등 최근 2년 동안 따뜻한 메시지를 주는 작품을 주로 해 온 박보영. 앞으로도 이런 방향성이 유지될까. 박보영은 "지금은 내가 뭐라고 메시지를 드리려고 하나 이런 생각도 하고 이제 약간 밝은 걸 하고 싶다는 생각"이라며 웃었다.

"일을 꾸준히 하고 있다는 게 저는 제일 감사하거든요. 40대에도 일을 꾸준히 하고 있었으면 좋겠고, 한동안 메시지를 드리고 싶은 마음과 따뜻한 드라마를 하고 싶은 욕망이 있어서 그렇게 했는데 이게 제가 바라는 대로 요즘 너무 잘 돼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거든요. 항상 초심이라는 것 말고 그냥 지금 마음을 좀 유지를 오래 했으면 좋겠어요. (…) 드라마라는 게 재미를 드릴 수도 있고 감동을 드릴 수도 있고 메시지를 드릴 수도 있잖아요. 뭐든 그렇게 마음이 전달이 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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