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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만원에 돌아온다? 기본소득, 지방소멸 막을 '한 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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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만원에 돌아온다? 기본소득, 지방소멸 막을 '한 수' 될까

편집자 주

'수도권 집중률 1위 국가' 대한민국이 쪼그라들고 있다. 지방은 텅 빈 상황에 살 만한 공간마저 줄어들며 경쟁도 치열해졌다. 2000년대 이후 국토균형발전 약속을 수차례 반복해 온 정부는 '지방시대'를 선언하고 42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지만, 10년간 지방을 빠져나간 청년은 71만 명에 달한다. '지방소멸'이 국가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한다는 경고가 나오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CBS노컷뉴스는 축소사회가 되기까지, 그 복잡한 인과관계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진짜' 해법을 찾는 여정을 시작한다.

[2025 축소사회, 어디까지 왔나⑦]

최보금 기자최보금 기자
▶ 글 싣는 순서
①지방소멸 위기, 수도권도 예외는 아니다? 멈추지 않는 '인구 블랙홀'
②"지방엔 아무것도 없다", "서울공화국이 문제다"…어디까지 사실?
③'교도소'라도 유치해야 할 판…'지방 일자리' 위기, 청년이 없다
④"지자체 절반 소멸" 한국도 日 따라가나…해답은 '지방'에 있다
⑤'한강의 기적' 양날의 칼로 돌아왔다…'K-지방소멸' 문제점은?
⑥3시간 머문다고 지방에 도움? '생활인구 제도' 효과성 의문
⑦50만원에 돌아온다? 기본소득, 지방소멸 막을 '한 수' 될까
(계속)

"재량 예산을 늘려서 지역화폐를 대규모로 발행하고 농어촌 기본소득을 지급하면 농촌 인구가 늘어나지 않겠나"

이재명 대통령 취임으로 기본소득 정책이 새 국면을 맞았다. '농어촌주민수당'을 소멸위기지역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공약한 이 대통령은 기본소득의 밑그림을 그린 인물로 알려진 이한주 민주연구원장을 국정기획위원장으로 임명했다.

현재 지방자치단체들이 지급하는 농민수당과 달리 '농어촌주민수당'은 농어촌에 거주하기만 하면 다른 조건에 관계없이 지급된다는 점에서 '기본소득'의 개념에 가깝다.

기본소득 정책 확대가 지방거주 유인 정책으로 작용해 지방소멸을 막는데 유의미할까.

기본소득 시행중인 지자체…"공동체 의식 높일 수도"

하흘리 마을 농촌풍경. 연합뉴스하흘리 마을 농촌풍경. 연합뉴스
경기도와 전라북도, 전라남도가 기본소득 도입에 적극적이다.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 추진한 경기 연천군 기본소득 시범사업은 청산면 주민 모두에게 2022년부터 매월 15만 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고 있다.

전북은 8개 면에서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며 1인당 월 10만 원씩, 연간 190억 원가량이 소요될 예정이다. 전남도 자체 재원 158억 원을 투입하는 '전남형 기본소득' 지급을 위한 조례를 제정하고 곡성군과 영광군을 기본소득 시범사업 지역으로 선정해 2025년부터 2년간 주민들에게 1인당 연 50만 원을 지급한다.

이같은 결정을 두고 지역별로 여러 정치적 해석이 나오지만, 결과적으로 농촌 주민에게 일정 소득을 보장해야 한다는 연구결과들이 존재한다.

전북연구원은 지난달 7일 '기본사회는 농촌지역부터 실현해 나가야'라는 제목의 이슈브리핑 자료에서 기존 농민기본소득을 강화하는 한편, 농촌지역을 지키는 주민을 위해 '농촌기본소득'도 새로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도의 '농민공익수당'을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는 농민에 대한 보상과 지원이라는 점에서 '농민기본소득'으로 볼 수 있으며 기존 정책을 강화하면 농민기본소득의 정립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특히 농촌주민들이 불리한 여건에서도 '지역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농촌 유지를 위해 주민이 생활할 수 있는 일정한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황영모 전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농촌기본사회는 정부(국가+지역)의 재정 여건을 고려해 가능한 정책수단을 활용하되, 농촌기본사회로 나가는 단초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재정 제약과 정책 효율성을 이유로 현상 유지와 관리 대상에 그치지 않기 위해 기존 정책을 강화하고 신규 정책의 혁신적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남호 전북연구원장도 "농촌사회는 경제적·사회적 격차가 커져 영농의 불리함과 생활의 불편함으로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불확실성이 높아진 복합위기 상황에서 사회 회복력의 원천인 농업·농촌에서부터 기본사회를 현실화하는 정책 실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려대 정부학연구소 '농촌지역 지속거주의향의 영향요인 분석' 논문에서는 주민 정착과 농촌기본소득의 연관성에 주목했다. 경기도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 지역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농촌지역 지속거주의향에 영향을 미치는 변인들을 연령집단별로 구분해 살펴본 이 논문에서 연구진들은 "농촌기본소득사업과 같이 보편적인 기본소득의 제공이 농촌주민의 공동체 의식을 높이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본소득, 약간의 지방 거주 유인 되지만…"


강원특별자치도 내 인구감소지역으로 선정된 홍천군의 평일 한낮 모습. 홍천=최보금 기자강원특별자치도 내 인구감소지역으로 선정된 홍천군의 평일 한낮 모습. 홍천=최보금 기자
기본소득 정책이 노인 등에게는 지방 거주 유인으로 어느정도 효과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인권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월 50만 원이라면) 연간 600만 원 수준의 소득 보조이므로 직장이 없는 노인이나 연금 생활자에게는 매력적인 조건이 될 수 있다"며 "또한 실업 상태에 있으면서 농촌에서 대안적인 삶을 꾸려보려고 하는 사람들과 수도권으로의 이직을 고민하는 해당 지역 거주자에게도 약간의 유인이 될 수는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평균적인 직장인들이 기본소득을 위해서, 일자리, 교육, 문화, 의료 등 도시의 다양한 기회와 서비스를 포기하면서까지 지방 이주를 결정하기는 어렵다"며 "더군다나 모든 지방에서 동일하게 기본소득을 지급한다면 그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문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산업적 안정성이 있고 지역 소비도 잘 됐던 한 지역이 코로나19 유행과 같은 상황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지역 경제의 멈춤 현상이 나타날 경우 기본소득이 '동맥'을 뚫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안정성 측면에선 "50만 원의 현금을 지급해서 지역의 소비 활동이 잘 된다고 해도 반짝 효과에 그친다. 차라리 예산을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달리 기본소득 정책이 지방소멸 해법이 될 수 없다고 반론도 있다.

권규상 충북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지금도 지자체별로 신규 거주민에게 다양한 방식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하지만 보조금 지급이 끝나면 주소지를 바로 이전하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전했다. 결국 지역의 경쟁력을 향상시키지 못한다면 기본소득만으로는 지방거주 유인으로 작용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박승규 국립군산대 금융부동산경제학과 교수도 월 50만 원 기본소득을 가정하고 지방거주 유인 가능성에 대해 "월 50만 원 지급이라면 1년에 600만 원이며, 3인 가족은 1800만 원"이라며 "이는 청년에게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듯 하다. 연 600만 원을 받고 다른 것을 버리는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찬성 비율 낮아진 '기본소득 여론'…예산확보도 관건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기본소득 실시지역 현황점검을 위해 방문한 경기도 연천군의 한 방앗간에서 주인과 대화하고 있다. 26년 동안 방앗간을 운영했다는 주민은 "기본소득이 나오면서 저희가 매출이 늘었다"며 "(매출이) 늘어나는 바람에 세금을 내고 있다. 그래도 좋다"고 했다. 이 주민은 전날 기준으로 매출에서 지역화폐 결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8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이재명 대통령이 13일 기본소득 실시지역 현황점검을 위해 방문한 경기도 연천군의 한 방앗간에서 주인과 대화하고 있다. 26년 동안 방앗간을 운영했다는 주민은 "기본소득이 나오면서 저희가 매출이 늘었다"며 "(매출이) 늘어나는 바람에 세금을 내고 있다. 그래도 좋다"고 했다. 이 주민은 전날 기준으로 매출에서 지역화폐 결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8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기본소득이 국민들에게 인식되기 시작한 건 오래되지 않았다. 한국리서치와 한국일보가 지난 2019년 조사한 한국인의 기본소득제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한국인 68%가 기본소득에 대해 "잘 모른다"고 답했다.

그러나 해당 조사에서 4차산업 혁명으로 인한 일자리 축소에 대한 대안을 고려하는 맥락으로 기본소득제에 대해 찬반 여부를 묻자, 63%가 찬성했다. 당시 지역별 총생산이 가장 낮은 대구·경북(70%), 광주·전라(68%) 지역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2년 뒤인 2021년 연세대 복지국가연구센터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 앤 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2502명을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조사 대상자의 42.8%가 기본소득에 찬성해, 반대(26%)보다 훨씬 많았다.

당시엔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증세에도 찬성(54.8%)이 반대(45.2%)보다 많았다. 희망하는 기본소득은 월 50만 원(20.8%)이 가장 많았으며, 매달 30만 원(16.7%), 100만 원(14.7%) 순이었다. 필요 없다는 응답자는 15.7%였다.

그러나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24년 사회정책 국민 인식조사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기본소득 도입에 대한 의견 조사에서 반대(54.3%)가 찬성(45.7%)보다 많았다.

보고서는 또 사회적 약자 중 노인과 저소득층을 제외하면 현금성 소득지원보다 사회서비스 확대를 지지하는 비율이 대체로 높았다고 분석했다. 이는 사회서비스의 규모와 품질에 대한 기대가 상대적으로 더 크다는 해석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국가가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할 수 있을 만큼의 현금성 소득을 지원할 경우 노동시간에 변화가 있을지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응답자는 기본적인 생활이 보장되더라도 현재 노동시간의 절반 이상은 계속 일하겠다는 의향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기본소득을 위한 예산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통계청의 '2024년 농림어업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농가 인구는 200만 4천 명에 달한다. 매월 15만 원씩만 지급해도 연간 3조 6천억 원이 넘는 예산이 소요된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농민이 아닌 농촌 모든 주민을 지급 대상으로 하면 그 액수는 이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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