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제21대 대통령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새로 출범할 정부가 해결해야 할 의료 현안이 산적해 있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 지역 의료 격차 해소,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 등 모두 해법을 찾기 쉽지 않은 난제들이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의대 증원'…지연될수록 의사 수급 차질
의대 정원 확대는 새 정부가 직면할 가장 시급한 문제다. 지난해 2월 정부가 의대 정원을 2천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 의정 갈등이 본격화됐다. 당시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이에 반발해 집단 이탈했고,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상당수가 현장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특히 전공의와 의대생 복귀가 늦어질수록 전문의 배출에도 차질이 생기는 만큼, 조속한 해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교육 현장에서는 세 학번이 동시에 수업을 듣게 되는 '트리플링(tripling)'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의료계도 차기 정부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복귀 문제를 꼽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김성근 대변인은 선출될 대통령을 향해 "의대생과 사직 전공의들이 조속히 본래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현재의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다만 의사 확충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으나, 구체적인 정원 규모와 확대 방식은 여전히 논란이다. 2027년 이후 의대 정원은 보건복지부 산하 의료인력 추계위원회에서 논의하기로 했지만, 위원회 구성의 공정성과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도 여전하다.
지역의료 격차 해소·공공의료 인프라 확충도 해결 과제
수도권과 지방 간 의료 인프라 격차 해소도 중요한 과제다. 이는 곧 의료 접근성의 불균형으로 이어지며, 지역 환자들의 생명과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2020년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근무 의사 수는 서울이 305.6명으로 가장 많았고, 경북은 126.5명으로 가장 적었다. 전체 의사의 약 30%가 서울에 몰려 있었다.
류영주 기자특히 응급·분만·외상 등 필수의료 분야에서 지역의 인력난과 시설 부족은 심각한 수준이다. 2023년 말 기준, 전국 시군구 250곳 중 산부인과가 없거나 있어도 분만이 어려운 지역은 72곳에 달했다. 이 중 산부인과 의료기관이 아예 없는 지역이 22곳, 분만실이 없는 지역은 50곳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공공의대를 설립해 지역·공공·필수 의료 인력을 양성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의료계는 회의적인 입장이다.
의협 안덕선 의료정책연구원장은 "취지는 이해하지만 비용 대비 효과가 낮다"며 "이미 전국에 40개 의대가 있는 만큼, 의료 전달 체계 개선이 더 실효성 있는 해법"이라고 지적했다.
공공의료 강화도 새 정부의 주요 과제로 꼽힌다. 공공의료는 감염병 대응, 필수의료 제공, 재난·응급 상황의 안전망 역할을 담당하는 핵심 인프라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공공병원 부족과 중증환자 수용능력에 한계가 드러나면서 공공의료 강화 필요성이 부상했다.
그러나 현실은 열악하다. 전체 병상의 약 10%만이 공공의료기관에 속해 있으며, 지방의료원 상당수는 예산·인력 부족, 병상 운영의 비효율성에 시달리고 있다.
수도권은 일부 시립·국립병원이 있지만, 비수도권에서는 시·군 단위에서 지방의료원이 하나도 없는 지역도 적지 않다. 국립중앙의료원 등 핵심 공공병원조차 시설 노후화와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남은경 사회정책국장은 "코로나19 등 위기 상황에서 이익과 관계없이 기본적으로 필수 진료를 할 수 있는 의료 인프라가 필요하다"며 "학생이 없다고 학교를 폐쇄할 수는 없듯이 보건도소 한 명이라도 환자가 있다면 국가가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