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이틀째인 30일 서울 강남구 역삼1동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 앞에서 부정선거 감시단이라고 주장하는 단체가 부정선거 감시와 계수를 명분으로 투표 대기 유권자들을 촬영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대선 본투표를 목전에 두고 또 다시 부정선거론이 달아오르고 있다. 일부 사전투표소의 미흡한 관리 실태가 정치권 안팎의 공방으로 번지면서다.
국민의힘은 선거 관리의 부실을 짚으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음모론이라고 선을 그으며 확산을 경계중이다. 선거 막바지 부정선거 의혹을 둘러싼 진보와 보수 두 진영의 신경전이 날카로워지는 양상이다.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는 30일 회의에서 전날 발생한 투표 용지 외부 반출 논란을 거론하며 부실한 선거 관리를 꼬집었다. 윤재옥 총괄선대본부장은 "정말 있어서는 안 되고 이해할 수도 없는 사건"이라며 "선거관리위원회가 사과문을 냈지만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많은 국민들이 사전투표를 불신하고 있고, 선거 관리에 대한 불신도 어느 때보다 높다"며 "조심하고 또 조심해도 부족할 마당에 이래서야 국민들이 선관위를 믿을 수 있겠냐"고 비판했다. 투표소 현장을 불시에 방문해 실제 투표자 수와 선관위가 발표하는 투표자 수가 일치하는지 확인하겠다는 얘기까지 꺼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외동딸 동주씨와 함께 지난 29일 오전 인천 계양1동 주민센터에서 제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를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국민의힘의 이같은 공세에는 보수층 표심을 의식한 계산이 일부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부정선거론을 적극적으로 띄우지는 않지만, 사전투표 관리의 미흡함을 부각시키면서 보수층 결집과 본투표율 상승 효과를 얻을 수 있어서다.
실제 사전투표 불신과 부정선거론은 극우·보수 유튜버들의 단골 소재가 된 지 오래다. 보수세가 강한 지역에서 사전투표보다 본투표율이 높은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앞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불법 계엄의 주요 사유로 든 것도 부정선거다. 최근에는 부정선거를 다룬 영화 시사회에 참석하면서 보수층의 지지를 의도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지난 29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주민센터 투표소에서 청년들과 함께 제 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를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민주당은 선관위의 관리 부실 문제가 부정선거 의혹으로 옮겨 붙지 않도록 경계하고 있다. 부정선거론이 확산해 자칫 중도층 표심이 동조하거나 극우 진영에서 주장하는 내란의 정당성에 빌미를 줄 수 있어서다.
같은날 민주당 추미애 공동선대위원장은 부정선거 의혹이 불거진 데에 "이번 선거 자체를 부정하겠다는 심보가 보인다"며 "미리 부정선거 딱지를 붙이려는 극우세력에게 엄중한 경고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건 인지전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인지전에 지금도 (누군가)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방해세력이 누구인지 배후에서 누가 공작하는지 선관위는 즉시 고발 조치하고 수사를 촉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여준 상임총괄선대위원장은 "사전투표에 부정선거가 있다는 저들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사전투표는 이제 제도로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며 "더욱 겸허하고 낮은 자세로 정권 교체를 바라는 국민 마음만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공방을 떠나 선관위의 부실한 관리는 도마에 오르는 게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 신촌동 사전투표소의 투표 용지 외부 반출 이외에 경기 김포시에서는 지난해 총선 투표 용지가 사전투표함에서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전날 선관위는 "사전투표 과정에서 관리 부실이 있었다"며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