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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걸고 일하는 '재난 노동자'…보호·보상 제도는 '허술'

산불진화대원 "위험수당 없고 안전 장비·교육 허술"
수문감시원 "산재 보상도 안돼"

산불특수진화대원들이 산불을 진화하고 있는 모습. 신현훈씨 제공산불특수진화대원들이 산불을 진화하고 있는 모습. 신현훈씨 제공
지난 3월 영남권을 강타한 산불로 3명의 산불진화대원이 희생되는 등 최악의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기후변화로 재난이 빈번해지며 이들과 같은 '재난 노동자'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 재난 노동자들은 위험 수당이나 관련 보험 적용도 제대로 받지 못해 관련 제도를 보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산불진화대원 "사복 입고 불 끄러 나갈 때도…10년 동안 위험수당 0원"

"사복 입고 가서 불을 끄기도 하고, 방치 상태나 다름 없어요". 8년째 산불특수진화대원으로 일하고 있는 신현훈(63)씨는 산불진화대가 장비, 위험수당, 교육 등 여러 열악한 처지에 놓여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산불이 나면 소방대가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다. 소방대는 불이 민가나 도시로 번지지 않게 산 밑에서 불을 끈다. 산불진화대는 산 위로 올라가서 진화 작업을 한다.

산불진화대는 전문예방진화대와 재난특수진화대로 나뉘는데 모두 비정규직이다. 재난특수진화대의 경우 435명 가운데 22명을 제외한 413명이 공무직이다. 전문예방진화대는 산림청과 지자체가 고용하는데, 산불 예방 기간 6~7개월 동안에만 단기 계약을 맺고 일한다.

산불진화대는 위험 수당을 받지 못한다. 신씨는 "지난 10년 동안 한 번도 위험 수당에 대한 논의를 해본 적도 없고, 예산이 승인된 적도 없다"고 말했다.

미흡한 교육·훈련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신씨는 "처음 채용돼서 일터에 갔는데 다음 날 불이 날 수도 있다. 그러면 그냥 불 끄러 가는 거다"라고 말했다. 그는 "채용되면 교육을 따로 하고 훈련시키고 배치하는 게 아니다"라며 "선배들한테 귀동냥으로, 어깨 너머로 배우는 게 다"라고 설명했다.

또 신씨는 "처음 자기 일터에 가면 아무 장비도 없이 사복을 입고 가서 불을 끄기도 한다"며 "진화복 등 장비를 주는 데 평균 시간이 한 달"이라고 덧붙였다.

안전 장비와 관련해 신씨는 "안전 장비 예산이 넉넉하지는 않은 편"이라며 "전문예방진화대 (상황이) 더 안 좋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인장비에 해당하는 안전모, 장갑, 신발 이런 건 잘 안 준다"며 "작년에 있던 사람들이 벗어 놓고 가면 그걸 다음 사람한테 넘겨주는 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개인이 자기 돈으로 사서 쓰는 사람도 있고 안전모 같은 경우는 안전 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걸 주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업무 범위 넘어서는 일 하다가 산재" 

"작년 4월 11일 진화대원 한 명이 작업을 하다가 돌아가셨다." 지난해 12월 31일까지 전라남도 장흥군에서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으로 일했던 방남철(63)씨는 "해마다 산불전문예방진화대에서 산재가 1건 이상씩 발생됐다"며 이같이 전했다.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은 산불을 예방하고 순찰하는 일을 주로 한다. 그런데 방씨는 "그 산재가 불이 나서 진화 작업을 하는 본연의 업무가 아니라 위험 수목 제거, 등산로 풀 베기, 예초기 작업 등을 하다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방씨가 말한 진화대원은 위험수목 제거 작업을 하던 중 쓰러지는 나무에 맞아 사망했다.

이런 업무 범위를 넘어선 작업으로 본연의 업무인 산불 예방, 진화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불만도 뒤따른다. 방씨는 "일상적으로 그런 작업들을 해왔다. 산불이 발생하면 작업 멈추고 출동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짜 산불 예방과 순찰 업무를 집중적으로 교육하고 훈련해서 투입하면 초기에 큰 불로 번지기 전에 얼마든지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수문감시원 "책임감 때문에 나갔는데…산재 보상도 안돼"

지난 2023년 6월 27일 전라남도 함평에선 60대 여성 수문감시원 오모씨가 사망했다. 이날은 시간당 7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오씨는 저수지 물이 논으로 넘치지 않도록 수문을 열기 위해 나섰다가 급류에 휩쓸렸다.

수문감시원이라고 불리는 수리시설 감시원은 한국농어촌공사와 계약을 맺고 수문시설 점검·정비·조작과 급수·배수, 긴급 상황 발생 시 대응 업무를 한다. 이들은 농사철인 5월부터 9월까지 5개월만 고용된다.

수문감시원은 도급계약을 맺는다. 4대보험이나 산재보험도 적용받지 못한다. 이 때문에 2023년 함평 사망 사고 이후 농어촌공사 측은 "수문관리시 여닫는 것을 보고하거나 그로 인한 책임은 부여하지 않는다"며 책임을 부인했다. 당시 노동계는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농어촌공사를 고발했다.

고발장을 접수했던 민주노총 박근서 나주지부장은 "(오 씨는) 책임감 때문에 그 새벽에 나간 것"이라며 "누군가가 관리를 해서 '이런 날은 나가지 말아라' 그런 시스템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임금을 주는 체계도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며 "저수지가 크면 더 많이 주고 조그만한 저수지는 적게 주고 이런 형태"라고 덧붙였다. 여전히 수문감시원의 처우 개선이나 재발 방지책 등 이렇다 할 해법은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게 박 지부장 설명이다.

"효과적 재난 대응 위해선 '재난 노동자' 처우 개선해야"

기후 변화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더 많은 재난 노동자들이 필요해지고 있다.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이들의 처우가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직 산불특수진화대원인 신씨는 "모든 재난은 예방, 발견부터 마무리까지 다 하나"라며 "어디 한 군데가 빠지면 전체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각각의 역할이 다 소중하다"고 말했다.

산불진화대를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교육, 안전 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신씨는 "채용부터 교육, 훈련, 운영, 진화 지휘 체계 등 단일하게 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전직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 방씨는 "지금은 산불이 봄철, 겨울철 딱 특정해서 나지 않는다"며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들을 1년 동안 상시적으로 근무할 수 있게 하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수문감시원의 경우는 4대보험과 산재보험 적용부터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손익찬 변호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수문감시원은) 근로자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사업주가 취해야 하는 의무 조치도 잘 안 되고 있고 교육 등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간제 근로자라도 농어촌공사가 안전 교육이나 조치를 충분히 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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