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카고의 에르메스 매장. 연합뉴스'트럼프 관세 폭탄'이 유럽 명품업계로까지 번지고 있다. 프랑스 명품 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는 미국 내 생산 확대 가능성을 언급했고, 에르메스는 다음 달부터 미국에서 제품 가격을 인상하기로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은 17일(현지시간) 열린 주주총회에서 "미국의 관세 영향을 줄이기 위해 현지 생산 확대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LVMH는 전체 매출의 25%가 미국에서 발생하지만, 생산의 대부분은 프랑스에 집중돼 있다.
아르노 회장은 유럽 정부에 미국과의 긴장 완화를 촉구하며 "유럽 지도자들이 미국과 현명하게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여러 기업이 미국으로 생산을 이전하고 있다"며 "결국 유럽연합(EU)의 책임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도 대응에 나섰다. CNBC에 따르면, 에리크 뒤 알구에 에르메스 재무담당 부사장은 1분기 실적 발표 후 진행된 애널리스트들과의 통화에서 "관세 영향을 상쇄하기 위해 다음 달 1일부터 미국 내 가격 인상을 단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이달 초 부과한 10%의 보편 관세를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2일 유럽연합(EU)에 대해서는 20%의 상호관세를 발표했다가, 국가별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면서 기본 관세 10%만 적용하기로 한 상태다.
관세 유예 기간이 끝나고 미국의 상호 관세 정책이 예정대로 시행될 경우 유럽산 패션·가죽 제품에는 20%, 스위스산 시계에는 31%의 고율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이에 LVMH 등 유럽 명품 기업들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투자심리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올해 들어 LVMH 주가는 36% 하락했고, 시가총액은 1천억 유로(약 162조 원) 가까이 증발했다. 지난 15일에는 부진한 분기 실적 여파로 프랑스 증시 시총 1위 자리를 경쟁사인 에르메스에 내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