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상민이, 왜 이렇게 에러가 많아!" 서울 SK와의 연습경기 도중 안준호 서울 삼성 감독이 던진 잔소리에 이상민(37,삼성)이 멋쩍어 한다. 속상한 눈치다.
이상민은 프로농구 현역 최고령 가드다. 프로 13년차로, 지난 5월 삼성과 2년 재계약을 체결하면서 은퇴를 미뤘다. 좀 더 오래 코트에 남기로 결심했지만, 고질적인 허리 부상이 시즌을 준비하는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최근 허리 통증을 줄이기 위해 침을 맞기 시작했다는 이상민은 "많은 운동선수들이 그 침을 맞고 효과를 봤다고 해서 수술용 대침을 맞고는 있는데 많이 힘드네요"라며 현재 몸 상태가 50%도 채 올라오지 않았음을 털어놨다.
"다른 때보다 더 일찍 훈련을 시작했는데 허리가 지난해 보다 더 안좋네요"라며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입을 연 이상민은 "최근까지는 이렇게 코트에서 뛰지도 못하고 그냥 땀만 뺀다는 생각으로 뛰었어요"라고 말했다. 그나마 지난 시즌이 끝나기 무섭게 보강운동에 돌입해 힘은 다소 붙었다고.
사실 이상민은 삼성과 계약이 만료되는 지난 5월, 은퇴와 재계약을 놓고 고심했다. 삼성은 일찌감치 재계약 방침을 정했지만, 지난해부터 허리에 무리가 온데다 "아쉬울 때 은퇴하자"라는 그의 오랜 생각 때문에 고민을 거듭했다.
그러나 삼성으로 이적한 2007-2008시즌에 이은 지난 시즌, 2연속 준우승에 그친 아쉬움은 결국 그를 코트에 남게 했다. 이상민은 "미련이 남아 그냥 갈수 없었어요. 마무리를 잘하고 싶었죠. 흐지부지하게 떠나고 싶지는 않았어요"라며 챔피언 반지에 대한 열망이 그를 붙잡았음을 밝혔다.
이상민은 다가오는 2009-2010시즌을 삼성이 우승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KBL에서 물이 오를대로 오른 테렌스 레더가 버티고 있는 골밑에 귀화혼혈선수 이승준이 합류하면서 삼성의 약점이던 포스트가 강점이 됐기 때문. 특히 이번 시즌부터는 외국선수가 한 명만 활약, 파워포워드와 센터로 활용 가능한 ''빅맨'' 이승준의 합류는 삼성 전력에 짜임새를 더하고 있다.
이상민 역시 "이승준이 들어온 뒤 장신 팀들과 연습경기를 해봤는데 한결 플레이가 편해졌어요. 2대2를 할 때도 양쪽 포스트를 다 사용할 수 있으니까 공격 루트도 다양해졌고, 일단 높이가 좋아지면서 팀 전력도 좋아졌죠"라며 이승준 효과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어 "확실한 건, 용병이 한 명 뛰는 올 시즌부터는 빅맨이 있는 팀이 편하게 간다는 거죠. 올해가 (우승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에요. 한해 한해가 다르기 때문에 내년에 제가 계속 뛸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거고. 무조건 올해 우승해야죠"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상민은 삼성의 우승을 위해 주연이 아닌 조연 역할에 충실할 계획이다.
"이정석도 지난해에 비해 더욱 노련해졌고, 동욱이도 제대하고 바로 뛴 지난 시즌 보다는 올해 많이 좋아졌어요. 저야 식스맨 역할에 충실해야죠"
이제는 주인공 역할을 후배들에게 넘길 참이라는 이상민. 그래도 욕심은 있다. ''아빠 같은 농구선수가 되겠다''는 아들 준희(7)를 위해 코트 위에서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제 막 어린이 농구클럽에서 농구를 시작했는데 너무 좋아해요. 내가 경기에 지는 날이면 울고불고 할 정도에요. 그런 아들에게 아빠가 우승하는 모습, 이번에는 보여줘야죠"
이상민이 4개월째 허리 재활과 보강 훈련에 매달리며 쉼없이 코트에서 땀흘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