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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

올 것이 왔다…트럼프 관세 '첫 타격' 맞는 韓철강·알루미늄

美, 예정대로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부과…지난해 한국 수출량 7조원
업계 "손실 최소화 고심 중…시장 예의주시"…일각선 "무관세 경쟁서 비교우위" 전망도
알래스카 천연가스 프로젝트로 수출↑ 가능성도…관세 유예 관철 못한 日 반면교사 제언도

연합뉴스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가 예정대로 12일(현지시간)부터 부과되면서 무관세 쿼터제를 적용 받던 국내 업계가 기로에 섰다.

수익성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업계에선 각종 시나리오를 준비하며 비상 대응에 나섰지만, 기업 차원에선 뚜렷한 돌파구를 어려워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美, 예정대로 관세 부과에 업계 "시장 분석 중"…타격 불가피

1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예고했던 대로 12일(현지시간) 0시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지난달 10일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알루미늄 및 파생상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포고문에 따른 조치다.

이와 관련해 미국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9일(현지시간) NBC와의 인터뷰에서 25% 관세 부과가 일정대로 진행되는지 묻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에 국내 철강 업계는 혼란 속 다가올 타격에 대비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은 미국과의 합의에 따라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대신 쿼터제를 적용해 연간 263만톤 이하로 철강을 수출해왔다. 하지만 고율의 관세가 더해지면 한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 악화와 그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기존 수요 중 상당 부분은 미국 US스틸 등 현지 기업이 차지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부과시 국내 철강업계가 1조2천억의 비용을 부담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한 철강 업체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여러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업체 입장에서는 기본적으로 손실 최소화를 고민하는 분위기"라며 "미국 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품목 별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통화에서 "지금 벌써부터 미국 내 철강 가격이 수시로 움직이고 있어 유불리 전망이 오리무중인 상태"라며 "정부와 협의하며 대응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미국 시장이 포기할 수 없는 철강 시장이라는 점이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이 미국으로 수출한 철강 제품은 48억3100만 달러(우리돈 약 7조402억원)에 달한다. 대미 수출 비중으로 보면 철강은 13.1%를 차지한다. 미국 철강협회 추산 지난해 우리나라 철강 제품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9.7%로 캐나다, 브라질, 멕시코 다음으로 큰 비중이다.

미국은 관세를 피하기 위해선 생산 시설 확대를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국내 철강 업체가 당장 미국 내 공장 신설에 나서긴 여의치 않다. 현대제철과 포스코그룹 모두 현지 제철소 건설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투입되는 막대한 재원 대비 채산성이 뚜렷하지 않아 계속 고심을 이어지는 분위기다.

"무관세 국가 경쟁서 우위 가능성"…알래스카 프로젝트도 기회

현대제철 냉연강판. 현대제철 제공현대제철 냉연강판. 현대제철 제공
업계 일각에선 장기적 관점에서 우리나라 철강 업계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온다. 관세가 부과되는 대신 기존의 쿼터제가 없어지기 때문에 수출량을 늘릴 수 있어서다. 전반적인 수출 확대는 어렵겠지만, 한국 철강 기업이 강점이 있는 품목에서는 우위를 점할 기회라는 취지다.

한국무역협회 장상식 무역통상연구원장은 통화에서 "미국이 수입하는 철강 2880만t(톤)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2200만톤이 무관세였다"라며 "그동안 무관세였던 국가끼리 이제부터 레이스를 한다고 보면 비관하기는 이르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철강 중에서도 미국 내 현지 공급이 적은 강관류나 유정용 강관 등 고부가가치 품목을 중심으로 전략적으로 수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 중인 '알래스카 천연가스 프로젝트'도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희망 섞인 관측도 있다.

알래스카 프로젝트는 알래스카 북부 노스슬로프 지역에 매장된 천연가스를 수출하기 위한 개발 사업으로, 1300㎞의 가스관 등을 깔아야 하는 총 개발비 387억 달러(한화 약 57조원) 규모 초대형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가 현실화할 경우 천연가스 운송에 필요한 파이프나 운반선 등에 철강재가 대량 필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일본, 한국, 그리고 다른 나라들이 (알래스카 프로젝트에) 각각 수조 달러씩 투자하면서 우리의 파트너가 되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의 철강 감산 방침도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단 시각도 있다. 앞서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미국의 관세 발표에 앞서 5일 철강 생산량을 감축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공급 과잉이 해소될 경우 국내 철강 업체의 수익성이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대응 목소리 커져…"종합적 협상 진행해야"

다만 개별 기업 차원의 대응은 한계가 명확한 상황이어서 업계에선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한 철강업체 관계자는 통화에서 "기업 차원에서 대응을 하더라도 단기적으로는 자구책을 마련하는 수준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라며 "한미 정부 협상으로 최대한 긍정적인 영향을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당장의 관세 부과를 피하기는 어렵지만, 한미 실무협의체를 통해 최대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한미 실무협의체는 관세, 비관세, 조선, 에너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등 5개 분야로 구성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관세 부과 대상과 관련해 유예 품목을 확대하는 등 미국 측과 최대한 협의를 진행하며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철강·알루미늄에서 자동차 부품, 가전 부품, 항공기 부품 등 87개 품목은 관세 부과가 유예됐다.

철강·알루미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걸쳐 정부 차원에서 종합적인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장상식 무역통상연구원장은 전날 일본 측이 철강 관세 유예를 위해 미국을 방문했지만 빈손으로 돌아온 것을 언급하며 "철강·알루미늄을 위한 원포인트 협상보다는 미국의 패를 확인하면서 조선과 에너지 분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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