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때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연합뉴스북한이 22일부터 이틀 동안 개최한 최고인민회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불참 속에 대미 메시지가 나오지 않았다. 북한 헌법조문의 수정도 '적대적 두 국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언급이 없었다.
북한의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4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 12차 회의가 1월 22일과 23일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됐다"며, 올해 국가예산 등 7개 의제를 상정했다고 보도했다.
최고인민회의에서는 지난해 연말 전원회의에서 임명된 정부기관 간부들에 대해 통보하는 한편 박태성 내각 총리가 "내각 성원들을 대표하여 공화국 헌법에 충실하고 당과 인민의 기대에 절대의 헌신으로 보답할 것을 맹약하는 선서"를 하는 절차를 거쳤다.
이번 회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직후 열린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이 참석해 시정연설 등을 통해 대미 메시지를 발신할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김 위원장의 참석을 알리는 보도가 없었고, 미국을 향한 메시지도 나오지 않았다.
헌법조문의 수정도 '적대적 두 국가' 기조의 헌법 반영이 아니라 중앙재판소와 중앙검찰소의 명칭 변경과 관련된 내용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 취임식 이후 김 위원장에 대해 "이제 그는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 핵무장국)"이라며 러브콜을 보냈으나, 김 위원장은 일단 모호성을 유지하며 향후 미국의 구체화된 대북정책 기조,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트럼프와 푸틴의 대화 등의 동향을 더 지켜보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 위원장이 참석하지 않은 것은 올해 대미·대남 관계에서의 신중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이제 막 출범한 만큼 앞으로 미국의 대북정책 향방을 더 지켜보겠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한편 북한의 올해 국가예산은 "국가방위력의 중대한 변화를 가속하며 인민경제 중요부문들에서 자립경제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투자를 집중하여 5개년 계획을 성과적으로 완수하고 인민생활향상과 과학, 교육, 보건, 문화를 비롯한 사회주의건설의 모든 분야의 전면적 발전을 담보할 수 있도록 편성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리명국 재정상은 국가예산에 대해 "지난해에 비하여 103.8%에 해당한 자금을 지출하게 된다"며 "국가예산에서 지출총액의 15.7%에 해당한 자금을 국방비로 보장"한다고 밝혔다.
예산총액에서 차지하는 국방비 비중은 15.7%로 작년의 15.9%보다 줄었지만, 예산 총액이 늘어난 만큼 국방비 총액은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회의에는 박태성 내각총리, 최룡해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을 비롯한 당과 정부, 군부의 간부들과 국무위원회 위원들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