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의과대학의 교정에 의대 표석이 설치돼 있다. 이재기 기자 의대생들은 왜 학교로 돌아갔을까?
의대 정원 2000명을 늘리겠다는 정부 발표를 전후로 경북대와 영남대 등 대구경북지역 5개 의과대 학생들은 수업을 거부해왔다. 대학들은 학사일정을 미루면서 학생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려왔다. 그러나 학생들은 4월 7일까지도 수업거부를 이어갔다.
의대증원 결사 반대를 외치며 의사단체, 전공의들과 사실상 파업에 동참해왔는데 정부에서는 의사들의 요구를 들어줄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의과대를 시작으로 수업이 재개되기 시작했다.
대구의 경북대는 4월 8일부터 온라인수업(비대면) 재개를 시작으로 임상실험도 재개하기로 했고 영남대와 계명대, 대구가톨릭대 등 나머지 대학들은 15일부터 학사일정을 시작해 수업을 다시 재개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가장 큰 이유는 지금 시점에서 학사일정을 정상화하지 않을 경우, 현재 수업에 불참하고 있는 학생들이 무더기 유급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코앞에 닥친 유급시점만이 학생들의 수업재개 동인이 된 것은 아니다. 학교 측의 물밑노력도 한몫했다.
경북대 관계자는 "오늘부터 하루 9시간 수업을 진행해도 수업일수가 모자라 2주 가량이 4학년으로 넘어가게 되는 상황으로 하루가 급한 상황이다"며 "오늘까지도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당장 유급되는 건 아니지만 수업 일수의 3/4을 채우지 못하는 학생들은 유급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수업이 재개된 4월 8일부터 바로 유급이 시작되는 건 아니라는 의미로 읽힌다. 유급 시한은 대략 이달 중하순쯤으로 알려져 있다.
유급을 피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시점이 경북대 의대의 경우 이번주부터 인 셈이다. 아무리 늦어도 학사일정이 이때는 정상화돼야 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수업을 거부하는 동안에도 시간은 쉼없이 흐르고 있고 유급을 당하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이 거부냐 복귀냐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북대의 경우 일단 이날부터 학사일정을 재개했지만 이와 별도로 현재까지 파악된 휴학신청자 508명을 대상으로(전체 의대생수는 660명) "휴학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집단저항의 경우 휴학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정부 방침에 따르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완곡히 나타낸 것이다.
대학 측의 이같은 입장도 학생들이 수업재개에 나서게 된 원인으로 작용했다.
사실 의대생들의 지속적 수업거부와 대학의 학사일정 파행은 양쪽 모두에게 커다란 부담이었다. 학생들은 정해진 학사일정을 채우지 못할 경우 유급을 당해 1학기를 새롭게 수강해야 하고, 대학은 학생들과 일정한 합의를 만들어내지 못할 경우 4학년생들을 대거 유급시킬 수 밖에 없고 이 경우 수련병원으로의 인턴공급은 불가능해진다.
한참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수업을 재개하지 못할 경우 의료현장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조차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북대는 원만한 학사일정 재개를 위해 그때 그때 마다 짜여진 학사일정을 놓고 교수,학생들과 절충을 벌여왔고, 이 과정에서 학장단과 의대생 508명 전원이 1대1면담을 진행해 수업재개를 위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한다.
집단저항을 휴학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정부입장이 강고해 일단 학생들이 수업에 속속 복귀할 가능성이 높지만 의대증원 파동의 여진은 당분간 이어질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