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연장 11회초 2사 1루 한화 채은성이 좌월 투런 홈런을 날리고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프로야구 한화 채은성이 주장의 품격을 입증했다. 승리 분위기에서 수비 실수로 흐름이 넘어가 패배까지 몰린 위기에서 팀을 구해냈다.
채은성은 28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LG와 원정에서 4 대 4로 맞선 연장 11회초 짜릿한 결승포를 터뜨렸다. 2사 1루에서 LG 7번째 투수 박명근을 상대로 통렬한 좌중월 2점 홈런을 날렸다.
한화는 연장 11회말 박동원에게 1점 홈런을 맞았지만 2사 만루 위기를 넘겨 6 대 5로 이겼다. 2위 한화는 1위 LG와 승차를 2.5경기로 좁혀 선두를 사정권에 뒀다.
이날 한화는 에이스 코디 폰세가 등판해 승리할 가능성이 높았다. 폰세는 6회까지 삼진 5개를 뽑아내며 2실점으로 호투, 4 대 2 리드를 이끌었다.
하지만 7회말 수비에서 묘하게 흐름이 바뀌었다. 한화는 무사 1, 2루에서 상대 이중 도루에 포수 최재훈이 기민하게 2루로 송구해 2루 주자 문보경을 협살로 잡는 듯했다. 그러나 3루수 노시환이 문보경 대신 1루 주자 박동원을 잡으려 2루로 송구해 주자가 모두 사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다.
7회말 LG 문보경이 더블 스틸에서 3루에 세이프되는 모습. LG폰세는 그래도 구본혁과 대타 오지환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그러나 박해민의 빗맞은 타구가 3루수 키를 살짝 넘는 행운의 2타점 적시타로 연결돼 4 대 4 동점이 됐다. LG 쪽으로 분위기가 넘어간 장면이었다.
하지만 연장 11회초 채은성이 힘을 냈다. 볼 카운트 3볼-1스트라이크에서 채은성은 박명근의 시속 145km 높은속구를 놓치지 않고 시원하게 방망이를 돌렸다. 비거리 125m 결승 2점포로 팀을 구해냈다.
경기 후 채은성은 "마지막 11회 2아웃이어서 부담 없이 쳤다"면서 "큰 게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결과가 좋게 나왔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어제 무기력하게 졌는데, 오늘 이겨서 다행"이라며 "(선두 경쟁을 하는) LG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오늘 졌더라면 팀 분위기가 더 가라앉을 뻔했다"고 주장의 책임감을 드러냈다.
폰세가 채은성을 안아주는 모습. 한화
홈런 뒤 폰세가 채은성을 꽉 안아줄 만큼 결정적인 한 방이었다. 채은성은 "폰세가 영어로 얘기해 뭐라고 하는지는 몰랐다"면서도 "아마 고마워서 그랬을 것"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아쉬운 판단으로 위기를 초래한 노시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더그아웃에서 무슨 얘기를 해줬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채은성은 "얘기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노시환이 기가 죽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시환이는 그런 거 없는 친구"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경기 후 한화 김경문 감독은 "좋았던 분위기가 넘어가 힘든 상황이었지만 선수들 모두 집중력을 잃지 않고 다시 승리로 경기를 끝낸 점이나 특히 결승 홈런을 친 채은성을 칭찬하고 싶다"고 말했다. 주장의 존재감을 보여준 채은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