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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일반

    추성훈 ''국적 굴레 벗고 실력 펼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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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12일 UFC 100 데뷔…성공못하면 외국인, 성공하면 한국인의 피

     

    ''아키야마도 나고, 추성훈도 나다'' 몇년 전 추성훈이 한 방송사 다큐멘터리에 출연해서 한 말이다. 그러나 그의 국적을 놓고 일부팬들은 여전히 설왕설래다. 오는 7월 12일 ''UFC 100''에서 앨런 벨처(25, 미국)를 상대로 데뷔전을 치르는 추성훈(34, 일본명 아키야마 요시히로). 그는 왜 끊임없이 국적 논란에 휩싸이는 것일까?[BestNocut_R]

    "많은 사람들이 너무 내 국적에 초점을 맞춰요. 나를 한국인 또는 일본인으로 규정지으려 할 때 슬퍼요. 나는 일본 시민이지만 동시에 한국인의 피를 갖고 있죠" (美격투기 전문사이트 ''Sherdog''- 5월 13일 추성훈 인터뷰中)

    추성훈의 국적은 일본이다. 7월 UFC 데뷔전에서는 ''아키야마 요시히로''라는 이름을 쓰게 된다. 최근 일본 톱모델 야노 시호와 결혼해 도쿄 시내에 신접살림을 차렸다. 한국말도 어눌해 공식적인 자리에는 통역을 대동한다. [BestNocut_R]

    하지만 추성훈은 재일동포 4세 파이터로, 몸에는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 일본 격투기 무대에서 그는 태극기와 일장기가 모두 새겨진 도복을 입고 나와 양쪽 국기를 툭툭 치는 승리 세리머니를 펼쳤다. 2001년말 일본 귀화 전, 부산시청 유도팀에서 뛸 땐 태극마크를 달고 아시아선수권대회(2001년)에서 우승한 적도 있다.

    ''이제 국적논란에 벗어나고 싶다''고 반복해서 말하지만 추성훈이 국적을 마케팅 측면에서 잘 할용한다는 게 격투기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수퍼액션 김남훈 UFC 해설위원은 "추성훈은 한국에선 ''나는 한국인이다''라고 하고, 일본에선 ''나는 두개의 혼을 가졌다''고 한다. 또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선 ''동양인의 한계를 극복하겠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추성훈의 마케팅 전략을 꼭 비판적인 시각으로 볼 필요는 없다. 프로 격투기는 흥행을 최우선으로 하는 스포츠이고, 파이터의 상품가치는 파이트머니 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추성훈은 한국에서 CF스타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 1년간 로체, 바나나우유, 딤채, 하이트 등 10편의 CF를 찍었다. 인기 예능프로그램의 게스트로도 자주 모습을 보였다. 이는 일부 팬들이 추성훈을 두고 ''한국인이냐, 일본인이냐'' 논쟁을 벌이게 만든 이유 중 하나다. 계속되는 국적논란은 오히려 추성훈이 스포츠스타를 넘어 한국에서 대중적인 지위를 획득했음을 방증해준다.

    ◈ 성공못하면 외국인, 성공하면 한국인의 피

     

    스포츠를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보길 즐기는 한국 사람들의 오랜 습성도 이런 현상에 한몫 했다. 스포츠는, 일본 식민 지배와 6.25 전쟁 등 온갖 수난과 고초를 겪은 우리 민족의 단결을 위한 최고의 수단이었다. ''올림픽 금메달=국력''이라는 논리 하에 경기에서의 승리는 곧잘 민족의 쾌거로 전환됐다.

    정희준 동아대 스포츠과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과거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다. 그래서 국제경쟁력이 높은 스포츠 분야에서의 성공으로 ''자뻑''하는 경향이 강하다. 스포츠는 어느 순간 민족 자부심의 원천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 2월 KBS 2TV ''개그콘서트-봉숭아학당''은 추성훈을 비하하는 내용으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극중 추성훈 캐릭터로 분한 개그맨이 이익을 좇아 일본인과 한국인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모습으로 나와 이 프로그램은 방영 당시 많은 시청자들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그러나 실상은 정반대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2000년 초반 추성훈이 한국에서 유도선수로 뛸 땐 거들떠 보지도 않다가 일본으로 돌아가 격투기선수로 성공하자 갑자기 지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추성훈은 ''일본보다 한국에서의 차별이 더 가슴아프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2006년 한반도를 휩쓴 ''하인즈 워드 신드롬''도 비슷한 맥락이다. 한국에선 ''성공 못하면 외국인, 성공하면 한국인의 피''가 된다. 우리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UFC 데뷔전을 한 달여 앞둔 추성훈은 지난달 30일 일본 도쿄 시부야에 본인 이름을 딴 ''클라우드 아키야마 도장'' 오픈식을 갖고 대회 준비에 여념이 없다. 추성훈이 부와 명예가 보장된 일본을 떠나 34세, 적지 않은 나이에 강자들이 득시글한 UFC로 옮긴 건 세계 최고가 되고 싶다는 일념 때문이었다.

    UFC는 이름값보단 실력이 우선이다. 아무리 유명해도 기량이 처지면 바로 퇴출당하는 ''정글의 세계''다. 올림픽, 월드컵같은 국가대항전이 아니기 때문에 민족주의와도 거리가 멀다. 추성훈으로선 ''약한 상대하고만 싸운다''는 비아냥거림과 국적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은 셈이다.

    정희준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미국에서의 성공을 곧 세계정복으로 여긴다. 추성훈이 만약 미국에서 미국자본으로 열리는 UFC를 제패하면 ''한국인의 피''가 미국을 점령했다는 식으로 얘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팬들이 종종 ''일본과 한국 중 어디가 더 좋으냐''고 묻는데, 그건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고 묻는 거랑 똑같아요. 나는 한국과 일본을 모두 사랑해요. 한국인과 일본인이 응원해주는 것 모두 기뻐요. 국적은 정말 상관없어요" (''Sherdog''- 5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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