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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 자살률, 남성보다 낮다?…"고위험군은 약 2배"



사회 일반

    한국 여성 자살률, 남성보다 낮다?…"고위험군은 약 2배"

    年자살사망 남성이 여성 2.2배지만…시도경험 여성이 1.8배
    男 고연령일수록 자살률도 오름세…女 '2030 비율'이 2순위
    성별 통계로 보면 여성 자살 OECD 압도적 1위…"매우 심각"
    사용수단 치명성, 남성이 더 높다 보니…진정성 저평가되기도
    "적극적인 사후관리서비스 개입 등으로 반복적 시도 예방해야"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지금의 한국 사회를 말해주는 가장 상징적인 지표를 꼽는다면 합계출산율과 자살률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는 양대 지표 모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최악'의 성적표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 가임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는 0.78명으로 또다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OECD에서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인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정작 낮아야 하는 자살률은 2003년 이후 지금껏 부동의 1위
    다. 2021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23.6명으로 OECD 평균치(11.1명)의 2.1배 수준이다. 해당연도 국내 10~30대의 사망원인 1위도 '자살'이었다. 하루 평균 36.6명이 스스로 세상을 등지는 나라의 초저출산은 '내일'을 꿈꿀 여력이 없는 청년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이다.
     
    특히 유념해 봐야 할 것은 젊은 여성들의 자살률 증가 추이다. 액면 그대로의 통계만으론 그 심각성이 와닿지 않을 수 있다. '그 너머'를 찬찬히 들여다봐야 하는 부분이다.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2023~2027) 공청회 발표자료 중 발췌. 보건복지부 제공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2023~2027) 공청회 발표자료 중 발췌. 보건복지부 제공 
    앞서 지난달 통계청이 내놓은 '2022 국민 삶의 질' 보고서를 보면, "남자에 비해 여자의 자살률이 절반 가량 낮은 수준"이라고 적혀 있다. 실제로 재작년 한 해 동안 자살로 생을 마감한 1만 3352명 중 남성은 9193명, 여성은 4159명으로 남성 사망자가 2배 이상 많았다. 10만 명당 환산한 비율도 남자가 35.9명으로 여자(16.2명)보다 현저히 높다. 절대적 수치만 보면 희생자가 훨씬 많은 남성에게 눈길이 먼저 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세부적으로 한 단계 더 들어가면 흥미로운 사실이 보인다. 남성은 연령이 오를수록 자살률도 동반 상승하는 경향을 나타낸다. 20대·30대에서는 각각 10만 명당 27.1명·33.4명이었던 남성 자살률은 50대에 43.6명으로 증가했고, 70세 이상에선 무려 81.8명으로 치솟았다.
     
    반면 여성은 70세 이상에서 가장 자살률이 높긴 했지만(10만 명당 25.7명), 남성처럼 연령에 따른 상관관계가 뚜렷하진 않았다. 오히려 20대(19.6명)와 30대(20.7명)가 40대(17.1명)·50대(16.3명)·60대(13.1명)보다 자살사망자 비중이 높았다.
     
    최근 자살사망자의 절반 이상(51.1%)을 차지하는 40~60대의 자살률은 감소추세인 데 반해 10~30대의 자살률은 계속 오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2030 여성들의 위험 징후는 더 두드러진다. 국내 20대 자살률은 2019년 10만 명당 19.2명→2020년 21.7명→2021년 23.5명으로 증가했고, 같은 기간 30대도 26.9명에서 27.3명으로 올랐다.
     
    내달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2023~2027)' 발표를 앞두고 있는 보건복지부도 지난 달 13일 공청회에서 표면상 나타난 수치보다 '흐름'을 더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복지부 이두리 자살예방정책과장은 "중요한 건 남성자살률은 감소 추세이지만 여성 자살률이 (2017년 이후) 소폭이나마 증가추세인 점에서 좀 더 촘촘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송인한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남성 자살자가 여성의 2.2배'란 표현을 통해 마치 여성 (자살)시도자는 있지만 실제 자살은 남자가 더 많기 때문에 이 부분에 더 초점을 맞춰야 된다고 비춰진다면, 저는 전 세계적 비교를 통해 대한민국 여성 자살의 심각성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OECD 통계를 남성과 여성으로 쪼개 보면 다른 모습이 보인다. 남성의 경우, (자살률) 1위는 리투아니아"라며 "OECD에 후발 가입한 국가들을 포함하면 한국의 남성 자살률은 단 한 번도 1위였던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중간값이 10만 명당 16.2명인데, 그 2배가 조금 넘는 수준이라고 부연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여성 자살은 한국이 (10만 명당) 14.9명, 2위인 벨기에와 아이슬란드가 8.4명이다. 이 간극이 클 정도로 한국은 압도적인 1위"라며 "중간값은 4.4명이라, 즉 (국내 여성 자살률은) 3배 이상"이라고 분석했다. 송 교수는 "세계적으로 한국 여성이 얼마나 자살 위기에 몰려 있는지 (당국이) 잘 살펴봐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실제 자살을 시도한 경험도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생각에 그치지 않고 물리적인 수단을 활용해본 자살시도자는 향후 자살에 이를 확률이 일반인 대비 20~30배 높은 '고위험군'으로 사후관리 대상에 해당된다.
     
    정부는 작년 8월부터 자살예방법 개정안 시행을 통해 경찰·소방이 발견했거나 응급실로 실려온 자살시도자의 정보를 당사자 동의 이전에 자살예방센터로 의무 연계하고 있다.

    중앙응급의료센터 국가응급진료정보망(NEDIS)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응급의료기관으로 내원한 자살·자해 시도 건수는 3만 4905건으로 집계됐다. 여성 사례자(60.7%·2만 1176건)가 남성(39.3%·1만 3729건)보다 약 1.54배 더 많았다.


    '2022 자살예방백서'. 보건복지부 제공'2022 자살예방백서'. 보건복지부 제공
    2021년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사업 보고서에서도 여성 자살시도자가 남성의 1.8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1.15배에서 갈수록 더 벌어지는 추세다. 다만, 많은 여성들의 시도가 '미수'로 끝난 이유 중 하나는 약물이나 손목 긋기 등 상대적으로 덜 치명적인 수단을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란 게 중론이다.  

    2017~2019년 강원대 응급의료센터를 찾은 자살시도자들을 분석한 강원대 의학전문대학원 석사학위 논문('연령과 성별에 따른 응급실 내원 자살시도자의 역학적 특성과 자살시도의 진정성 평가(2022)', 한나희)에선 18~39세 여성이 다른 그룹에 비해 동기의 진정성이 저평가되는 경향이 있다고 짚었다. 신체손상이 경미한 사례(33.5%)가 많았다는 점도 근거로 작용했다고 봤다.
     
    과거 자살시도력(65%)으로 보면 이들이 가장 위험인자가 높았음에도, 연이은 시도를 막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했다고도 지적
    했다. 논문은 "18~39세 여성은 (정부의) 사후관리서비스 동의 비율은 가장 높으나 정상적으로 완료하는 비율이 가장 낮다"며 "적극적인 사후관리서비스 개입과 함께 중도 이탈자가 다시 서비스에 들어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반복적인 자살시도를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2 자살예방백서(보건복지부·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복지부 제공2022 자살예방백서(보건복지부·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복지부 제공
    한국에서 자살에 이르는 가장 결정적 원인이 '정신적 문제'(39.8%)라는 점을 고려하면, 여성은 전 연령대에서 이 문제가 1순위 자살 동기라는 점도 유의할 대목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자살사망자들의 주요 동기 중 '경제생활 문제'(2018년 25.7%→2021년 24.2%)와 '육체적 질병 문제'(동기간 18.4%→17.7%)는 계속 줄고 있으나 마음의 문제는 10년 새 10%p 가까이 급증했다(2011년 30.4%→2021년 39.8%).
     
    남성 자살사망자는 정신적 문제(32.1%)와 경제적 문제(30.2%)가 거의 비등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 제공보건복지부 제공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자살사망과 정신질환은 높은 관련성을 갖는다. 한 심리부검 결과에 따르면 자살사망자의 90% 이상이 정신건강 문제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정부는 향후 청년층(만 20~34세)을 대상으로 우선 정신건강 검진체계를 확대 실시하는 등 자살 고위험군에 대한 선제적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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