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환 기자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에 앞서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 오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장관은 앞서 같은당 노웅래 의원의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구속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부스럭'거리는 돈봉투 소리 등 구체적인 증거를 언급해 논란을 불렀다.
27일 법무부에 따르면 한동훈 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 출석해 국회법 93조에 따라 직접 체포동의안 요청 사유와 취지를 설명할 예정이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반부패수사3부(강백신 부장검사)는 지난 16일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개발 사업의 최고 결정권자로서 민간사업자에게 4895억원의 이익을 몰아주고 성남시 측에 같은 금액의 손실을 입혔다는 내용이다.
한동훈 법무부장관. 황진환 기자한 장관의 발언 직후 이 대표의 신상 발언이 곧바로 이어진다. 이후 무기명 투표로 표결이 진행된다. 가결 조건은 '재적 의원 과반(150명 이상) 출석에 과반 찬성이다.
다수당인 민주당의 반대로 부결이 유력할 전망이지만 한 장관이 직접 이 대표의 혐의를 설명하면서 얼마나 구체적인 혐의나 증거를 서술할지가 관심사다. 한 장관이 공개 석상에서 이 대표 혐의를 공격적으로 서술할수록 이를 지켜보는 여론에 민주당의 '방탄' 이미지를 강하게 각인시키는 효과가 있어서다.
한 장관은 이미 지난 23일 이 대표가 90분이 넘는 기자회견을 통해 혐의를 부인한 것을 두고 "판사 앞에 가서 얘기하면 된다"며 "(영장심사는) 여러 사법 리스크를 한번에 해소할 좋은 기회인데 그걸 마다하고 특권 뒤에 숨으려는 이유를 국민은 궁금해하실 것이다. 누구나 '방탄'이라고 생각하지 않겠나"라고 꼬집었다.
한 장관은 앞서 노웅래 의원의 체포동의안 표결 때 구체적인 증거 관계를 언급한 적도 있다. 그때까지 언론 등 대외적으로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던 새로운 내용이었다.
그는 노 의원이 뇌물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 녹음된 파일이 있다고 강조하면서 "청탁을 주고받은 뒤 '저번에 주셨는데 뭘 또 주냐', '저번에 그거 잘 쓰고 있는데'라고 말하는 노 의원이 목소리와 돈 봉투 부스럭 소리까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20년간 중요 부정부패 수사를 직접 담당했지만 부정한 돈을 주고받는 현장이 이렇게까지 생생하게 녹음된 사건을 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런 한 장관의 발언에 대해 민주당과 노 의원 측은 "명백한 피의사실 공표이자 방어권 침해 행위"라고 반발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런 배경에서 한 장관이 발언 수위를 조절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 대표의 혐의를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묘사할 경우 가결표를 던지려는 일부 의원의 반발심을 자극해 되레 반대로 돌아설 수 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양부남 민주당 법률위원장도 지난 1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한 장관의 발언 수위가 세면 셀수록 의원들의 반감이 생길 것이다. 이번 이재명 대표 표결에서 노 의원 때 반대표 161표를 넘어설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국회 표결 전 근거자료로 범죄 혐의와 증거 관계를 사실대로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것은 법무부 장관의 당연한 임무"라며 피의사실 공표 논란에 선을 그었다.
이 대표 측은 검찰이 관련자 진술 외에 명확한 증거도 없이 구속영장을 무리하게 청구했다고 주장한다. 검찰은 인적·물적 증거를 충분히 확보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번 국회 표결을 앞두고 한 장관이 이 대표의 혐의를 분명하게 드러내 보일 새로운 증거나 사실 관계를 폭로해 향후 수사 동력을 확보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