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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

    내 삶을 통째로 바꾸는 변화…NDC가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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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지난 가을 우리 사회는 6차례에 걸쳐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도출을 위해 산업계와 시민사회가 격론을 벌이는 진통을 겪었습니다. 막연히 'NDC 때문에 전기료 오른다'는 우려도 여전한데, 사실 전기료를 넘어, 온실가스 감축 여정은 우리의 일상을 통째로 바꾸는 변화를 의미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NDC가 도대체 뭔지,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보다 정확히 이해하고 앞으로의 공론화 과정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길잡이가 되기 위해 CBS노컷뉴스는 기후에너지환경부, 문화체육관광부와 공동기획으로 5회에 걸쳐 NDC를 톺아봅니다.

    2030년 NDC 이어 2035년 NDC 제출
    전 세계 온실가스 감축에 얼마큼 기여할지 국가별 목표
    韓, 2018년 배출량 정점→2030년 40% 감축→2035년 53~61%↓
    전력·수송·건물 난방과 온수 등 모든 영역서 석유·가스 퇴출
    제조업 생산 장비·공정도 모두 변화 불가피
    일상 바꾸는 변화인데…공론화 절차에 아직은 저조한 시민 관심

    연합뉴스연합뉴스
    ▶ 글 싣는 순서
    ①내 삶을 통째로 바꾸는 변화…NDC가 뭐길래
    (계속)

    파리협정 4조 2항. 각 당사국은 국가적으로 결정한 기여목표(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를 잇달아 준비·통보·유지(maintain)하고, 그 기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내 경감(mitigation) 조치를 추구한다.

    지난 2015년 한국을 포함한 197개국이 서명 당사국으로서 채택한 파리협정(Paris Agreement)은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 만료를 앞두고 논의된 '포스트 교토 체제'를 거쳐 성사된 신(新)기후협약이다.

    '지구 온난화 대응'이 화두였던 교토체제에선 이산화탄소(CO2)·메탄(CH4)·아산화질소(N2O)·수소불화탄소(HFCs)·과불화탄소(PFCs)·육불화황(SF6) 6대 온실가스(GHG)의 대기 중 농도를 안정화하는 게 목표였다면, '기후변화 대응'을 표방한 파리협정은 '산업화 전 수준 대비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섭씨 2도 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섭씨 1.5도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의 추구(2조)'라는 온도 목표를 구체화한 게 핵심이다.

    특히 교토의정서가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담하는 부속서I국가(선진국)와 감축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비(非)부속서I국가(개도국)를 목록화 한 반면, 파리협정은 선진당사국(Developed country Parties)과 개발도상당사국(Developing country Parties) 모두 '저마다 야심찬(4조 3항)' 감축 노력을 하라고 규정했다.

    이 과정에서 NDC 의미는 감축 의무의 강제성에 대한 선진·개도국 간 입장차이를 절충해 '공약(Commitment)' 대신, 전 세계 배출량 감축에 대한 '기여(Contribution) 목표'로 톤 다운된 채 합의됐다.

    이들 서명 당사국은 매년 모여 당사국총회(Conferece of Parties)를 연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로 불리는데, 1992년 맺은 유엔기후변화협약의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첫 회의가 1995년 독일 베를린에서 열렸고, 지난달 브라질 벨렝(Belem)에서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열렸다. 그 사이 유엔기후변화협약과 그 이행 방안은 1997년 교토의정서로, 2015년 파리협정으로 발전했다.

    파리협정 당사국은 5년마다 NDC를 통보하고, 이행점검의 결과를 통지(4조 9항)해야 한다. 이행점검은 2023년 첫 전지구적 이행점검(Global Stocktake, GST)을 시작으로, 5년마다 실시(14조)한다. 또 온실가스 배출 및 감축 통계와 NDC 이행 현황을 당사국총회에 보고(13조 7항)해야 한다.

    온실가스 배출 및 감축 통계와 NDC 이행 현황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에서 수락되고 당사국총회에서 합의된 모범관행 방법론을 사용해 보고한다.

    이에 따라 각 당사국은 매년 △전력 △산업 △건물 △수송 △농축수산 △폐기물 등으로 부문별 배출량(+)과 △삼림, 탄소포집기술(CCUS), 국외 감축활동 등 온실가스를 흡수·저장해 총배출량을 상쇄하는 흡수량(-)을 종합해 총배출량을 산출하고, 기준시점 대비 배출량(+)의 저감 및 흡수량(-)의 증가를 비교해 이행 현황을 평가하게 됐다.


    韓배출 정점 2018년 7억t…2035년 3억t 안팎까지 줄이는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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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사국총회에서 합의된 모범관행 방법론에 따라, 한국 정부도 매년 부문별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을 집계해 발표하고 있다. 어느 부문이 전년 대비 얼마큼 줄거나 늘었는지, 기준시점 대비해선 어떻게 변화했는지, NDC를 지키려면 얼마나 더 노력해야 하는지 등의 평가도 곁들인다.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은 2018년 정점을 찍고 감소 중이라, 이를 기준시점으로 전 세계 온실가스 감축 기여 목표, NDC를 수립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앞서 2030년 NDC는 1996년 IPCC 지침에 따른 통계 기준으로 2018년 총배출량을 7억 2760만t으로 산출, 2030년까지 순배출량(총배출량-흡수량)을 4억 3660만t까지 2억 9100만t(40%) 감축하기로 했다.

    얼마나 줄여왔을까. 기후부 소속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가 지난 8월 발표한 '2024년도 국가온실가스 잠정배출량' 산정 결과, 1996년 IPCC 지침에 따른 통계 기준으로 지난해 잠정배출량은 6억 3897만t으로, 전년 대비 963만t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과 비교하면 8863만t 주는 데 그쳤다. 2030년 NDC를 지키려면 남은 기간 2억 237만t 줄여야 한다는 의미다.

    남은 기간 줄여야 할 2억 237만t은 얼마나 될까. 지난해 전력 부문 잠정배출량은 2억 1290만여t으로 전년 대비 5% 줄고, 산업 부문은 2억 4270만여t 배출해 되레 1.7% 늘었다. 다시 말해, 지금부터 2030년 NDC를 달성하려면 전력이나 산업 중 한 부문 배출량을 통째로 0으로 만드는 수준의 처절한 감축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한국의 2030년 NDC 달성 노력이 미흡했음과 상관없이, 기후변화는 진행되고 있고, 국제사회 시계도 기다려주지 않는다. 지난달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30차 당사국총회(COP30)를 전후로 각 당사국이 2035년 NDC를 발표했다. 지난 2021년 영국 글래스고 개최 26차 당사국총회(COP26)에서 모든 당사국이 2030년 NDC를 제출한 데 이어, 두 번째 NDC다.

    한국의 2035년 NDC는 몇 가지 기술적 변화를 거쳐 산출됐다. 기존 2030년 NDC가 기준연도 배출량은 총배출량을, 목표연도 배출량은 순배출량(총배출량-흡수량)을 산정해 감축률을 높게 산정했다는 의견에 따라 기준연도와 목표연도 배출량을 모두 순배출량으로 통일했다. 감축량 산정에 있어서도 최신 통계기준인 2006년 IPCC 지침을 적용했다.

    그 결과, 2035년 NDC의 기준시점 배출량은 2018년 순배출량 7억 4230만t으로 산정했다. 2006년 IPCC 지침을 적용하면 폐광, 의료용 아산화질소(N2O) 등 신규 배출원과 삼불화질소(NF3)가 추가되는 등 이유로 기존 1996년 지침으로 산정한 배출량보다 연간 기준 약 5천만t가량 늘어, 2018년 총배출량은 7억 8390만t으로 산정됐다는 게 기후부 설명이다.

    목표연도인 2035년 순배출량 목표치3억 4890만t~2억 8950만t으로 산정했다.

    2035년까지 2018년 배출량 대비 적어도 53%, 많게는 61%까지 줄여보겠다는 게 새 감축 목표다.  부문별 부담은 △전력 68.8~75.3% △수송 60.2~62.8% △건물 53.6~56.2% △산업 24.3~41%  등 순이다. 이는 앞으로 우리가 사용하는 전력과 동력, 건물 난방과 온수를 공급하는 에너지원에서, 그간 사용해온 석유와 가스, 석탄 등 화석연료가 퇴출됨을 시사한다. 제조업 생산 장비와 공정도 모두 변화가 불가피하다.

    지난가을 떠들썩했던 NDC 공론화…'사회적 합의' 성적표는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가을 두 달여간 떠들썩하게 진행된 2035년 NDC 논의 '과정'에서도 과거 2030년 NDC를 정할 때와는 달라진 점이 있다.  

    올해 6월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2035년 NDC 수립을 위한 대국민 의견수렴을 위한 공개논의' 절차를 진행했다. '토론회'를 지난 9월 19일부터 10월 2일까지 6차례 개최하고, 11월 6일 정부 초안 발표 및 공청회를 실시했다. 토론회와 공청회는 모두 유튜브로 생중계됐다.  

    두 달여간 2018년 대비 감축 목표안을 △산업계 요구 수준인 48% △2030 NDC와 같은 감축 속도의 선형 목표인 53% △국제사회 권고 수준인 61% △플랜1.5 등 시민사회가 '탄소예산의 세대 간 공정 배분'에 따라 계산한 65%를 놓고, 각계에서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

    한국은 1년 전 12·3 계엄으로 인한 내란 사태에 이어 대선을 치르고 새정부가 출범한 탓에 2035년 NDC 수립 논의가 상당히 지연됐지만, 새정부가 짧게나마 공론화라는 절차를 거친 배경엔 과거의 시행착오가 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2030년 NDC를 '2017년 배출량 대비 24.4% 감축'으로 정해 2020년 최초 제출한 데 이어, 2021년 글래스고에선 '2018년 대비 40% 감축'으로 상향했다. 최종안 발표 뒤 다수 언론에선 '공론화나 비용을 누가 분담할지에 대한 논의가 사실상 전무하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산업계는 감축목표가 너무 높다며, 시민사회는 너무 낮다며 반발했다.

    이듬해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2030년 NDC 세부 내용 중 △전력부문 감축 목표를 44.4→45.9%, △산업 14.5→11.5%로 조정해버렸다. 파리협정 4조 11항은 '자국의 의욕 수준을 증진하기 위해 기존 NDC를 언제든 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데, 정권 교체 후 이뤄진 NDC 조정이 '의욕 수준을 증진하기 위함'이었는지를 두고는 의문이 제기됐다.

    윤석열 정부에서 2030년 NDC를 손질한 근거로는 문재인 정부에서 산업계와의 논의 절차 등이 없었다는 점이 거론됐다. 윤 전 대통령은 후보 시절 신문사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산업계와의 논의 절차가 없었기 때문에 NDC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같은 시행착오를 보완, 2035년 NDC를 정하는 데 있어 짧은 시간 이뤄진 공론화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시민사회에서는 2030년 NDC에도 못 미치는 48%가 목표안에 포함된 점을 문제로 지적했고, 산업계에선 시민사회가 요구한 65%는 실현 불가능하다고 맞섰다. 결국 2035년 NDC는 '사회적 합의'안을 도출하는 대신, 목표안의 양극단을 제외한 53~61%라는 범위 형태로 확정했다.

    다만 일단 공론화 절차가 형식적으로라도 추가된 이상, 향후 NDC를 수정하거나 새 NDC를 정할 때 다시 정부의 일방적인 발표 방식으로 회귀하긴 어려워 보인다.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유튜브 채널에서 생중계된 2035 NDC 토론회 시리즈 최다 조횟수는 2800회, 기후에너지환경부LIVE는 2400회 수준으로 대중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고 보긴 어려운데, 더 많은 시민이 관심 갖고 직·간접적으로 참여한다면 공론화 절차가 의결 과정에 미치는 영향은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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