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이미지 제공4년 전 고위 법관에게 전용 차량을 일괄적으로 제공하는 제도가 폐지됐지만, 일부 고위 법관들이 공용 차량을 전용 차량처럼 지정해 사용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차량을 이용하는 고위 법관 중에는 명예퇴직금까지 받는 이들이 있어 이중 특혜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은 업무상 필요가 있는 일부 보직자에게만 예외적으로 허용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4년 전 폐지된 고위법관 전용차 제도…지금은?
14일 CBS노컷뉴스가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업무용 차량을 지정 활용하고 있는 법관은 79명이다. 이 가운데 지난 2021년 법령 개정으로 전용 차량 배정 대상에서 제외된 고위 법관은 29명이다.
구체적으로 △법원행정처 및 사법연수원 주요 보직자 9명 △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 및 수석판사 7명 △가정법원장(서울가정법원장 제외) 7명 △회생법원장(서울회생법원장 제외) 2명 △원로법관 4명 등이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 황진환 기자 김명수 전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은 고위 법관에 대한 '불필요한 예우'를 최소화하겠다며 전용 차량을 지급하는 대상을 대폭 줄였다. 기존에는 고등법원 부장판사급 이상 고위 법관에게 전용 차량을 배정했다.
2021년 개정된 법원공용차량 관리규칙은 전용 차량 배정 대상자를 '사법연수원장 및 사법정책연구원장, 각급 법원장(서울가정법원장 외 가정법원장 제외), 법원행정처 차장, 법원도서관장, 윤리감사관, 대법원장 비서실장, 법원행정처장이 지정하는 직위 보임자'로 제한했다.
29명의 고위 법관은 개정 규칙에서 정한 전용 차량 배정 대상은 아니다. 다만 업무용 차량을 지정해 사용할 수 있어 전용차와 비슷한 성격의 차량을 배정받는 것이다.
업무용 차량 쓰는 고위법관…"필요한 보직만 배정"
대법원은 업무상 필요한 보직을 가진 고위 법관에게만 차량을 배정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업무용 차량의 경우 외부 업무 수행이나 평일 출퇴근 등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 전용 차량과는 차이가 있다.
법원공용차량관리업무지침 제10조 3항은 '법원행정처장은 원활한 업무 수행을 위해 대외활동이 많은 기관장, 직위 등을 고려해 업무상 필요한 경우에 한해 승인한 자에게 업무용 차량을 지정 활용하도록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법원행정처는 "2021년 개정 시행된 법원공용차량 관리규칙의 취지는 기존 전용 차량 배정 대상자의 범위를 축소한 것"이라며 "각급 법원장을 비롯한 기관장과 대외기관 업무 수행상 차량 이용의 필요성이 큰 일부 보직자에 대해서만 차량을 배정해 해당 정책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고위 법관은 차량 이용뿐 아니라 명예퇴직 수당도 수령하고 있다. 추미애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22년부터 올해 10월까지 모두 66명의 법관이 명예퇴직 수당을 수령했다.
앞서 대법원은 전용 차량 배정 대상을 축소하는 대신 명예퇴직 수당 지급 대상을 '고법 부장판사급 이상 법관 및 16호봉 이상 법관'으로 확대했다. 사실상 차량을 이용하지 못하는 것에 따른 보상의 성격으로 명예퇴직 수당을 지급한 셈이다.
그러나 명예퇴직 수당을 수령한 법관 중에는 전용 차량을 이용할 수 있는 법원장과 더불어 업무용 차량을 지정 활용하는 회생법원장과 가정법원장 등이 포함됐다. 연도별로 보면 △2022년 3명(2억7000만여원) △2023년 2명(2억6000만여원) △2024년 1명(3000만여원) △2025년 5명(5억여원)이다.
차량에 명퇴금까지 받는 법관도…"엄격하게 대상 선정해야"
법조계에선 특혜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업무용 차량 배정 대상을 보다 엄격하게 지정해야 한다는 견해가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출퇴근 과정에서 보안이 요구되는 통화를 자주 하거나 외부에서 공무를 수행하는 일이 많은 대상만 업무용 차량을 이용할 수 있도록 배정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판사 출신 변호사는 "기존처럼 승진에 대한 혜택으로 차량을 제공하는 관행은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며 "명예퇴직 수당은 신청하는 법관에 대해서만 지급하는 것이어서 차량을 배정받은 모든 법관이 이중 특혜를 누린다고 지적하긴 어렵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