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건희씨에 대한 1심 판결을 두고 특검과 법원 양쪽 모두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김씨 '엄벌'에만 초점을 맞춘 특검이 일부 잘못된 방향으로 무리하게 기소했고, 법원 역시 지나치게 기계적인 법해석으로 판결했다는 것이다.
방조 뺀 특검, '상대 욕하면 공범 아니다'라는 법원
"피아가 분명한 팀은 이제 조금씩 사야쥐.. ㅎㅎ 김건희, ○○ 싸가지 시스터스 같은 선수들 말고.. ㅎㅎ"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김씨의 1심 판결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며 다양한 근거를 댔다. 그 중 주가조작 선수인 민모씨와 김기현씨가 김건희씨를 욕하며 자신들의 거래에서 배제하려는 듯한 대화 내용도 김씨가 주가조작 '내부자'가 아닌 '외부자'라고 판단하는 증거가 됐다.
재판부는 김씨를 '싸가지'라고 표현한 문자메시지 내용을 언급하며 "당시 이들에게는 피고인과 함께 도이치모터스 주식에 대한 시세조종행위를 할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금융 사건을 수사하거나 변호한 법조인들은 이러한 판단이 오히려 공범 관계를 드러내는 증거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자본시장법 전문인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주가조작 공범들끼리 텔레그램 등을 통해 정말 많은 연락을 주고받는데, 서로 욕을 하거나 배척하는 듯한 표현을 한 것이 공범 관계를 부정하는 근거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오히려 돈만 대고 개입하지 않은 사람이 아니라 일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정황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도 전날 1심 판결에 항소하면서 김씨가 직접 실행한 가담행위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①블랙펄인베스트먼트에 시세조종에 쓰일 주요 자금인 20억원을 3회에 걸쳐 제공하고, 추후 실제 시세조종에 사용된 점 ②김씨가 영업점 단말기 주문을 통해 도이치모터스의 당시 하루 거래량에 맞먹는 10만주를 1회 매도주문 해 통정거래를 체결시킨 점 ③주가조작 일당이 '주식을 매도하라'는 문자를 주고받은 지 7초 만에 김씨 계좌에서 같은 수량(8만주)의 매도 주문이 이뤄진 점이다.
그럼에도 김씨를 공동정범으로 기소한 것을 두고는 특검의 수사가 결론을 정해두고 무리하게 이뤄진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 김씨와 유사한 전주(錢主)였던 손모씨의 경우 김기현씨와 시세조종에 대한 구체적 대화를 주고받은 증거가 있었음에도 이미 1심에서 공범으론 무죄 판결을 받았고, 검찰이 2심에서 방조 혐의를 추가하고서야 유죄가 선고됐기 때문이다.
| ▶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판결문 속 김기현-손○○ 문자메시지(2012.4.2.) |
-김기현: 기관들 매수 유입될꺼구요. 1차 목표가는 8천원입니다. 지금 머리를 짜고짜고있습니다. 회장과ㅡ 부사장과 ○○○이와… 10분이면 다들어갈꺼에요. 종가에 조금만 쏴주세요. -손○○: 몇주. 몇주정도 -김기현: 한 오천주만 쏴도… -손○○: 언제 쏘라는거니 종가가 어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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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손씨에 대해 법원은 "공동정범의 죄책을 인정할 정도로 시세조종 행위에 대해 공동가공의 의사에 따른 분업적 역할분담에 의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있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고등법원 형사부의 한 판사는 "범죄 실행의 전반적인 과정에서 시세조종 행위에 구체적인 역할을 맡아 실행한 경우여야 공범으로 판단한다"며 "특검이 수년째 논란이 된 도이치모터스 수사를 방조 혐의 기소로 끝낼 수 없었던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명태균 공천개입, 통일교 청탁·뇌물 수수 의혹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김건희 씨가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명태균 의혹, 무죄를 위한 무죄? 잘못된 기소?
김씨가 명태균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무죄를 두고도 법원과 특검에 대해 각각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법원이 해당 혐의를 무죄로 본 주된 논리는 명씨가 자기 영업을 위해 벌인 여론조사를 여러 사람에게 제공했고, 이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그 이익을 전속으로 취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론조사는 제공하는 행위 자체로 이득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다수에게 공표했을 때 효용가치가 생긴다는 점에서 재판부의 무죄 논리가 궁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재판부는 대통령 부부가 명씨와 여론조사와 관련해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거나 명씨가 대통령 부부가 아닌 다른 곳에서 여론조사 비용을 충당했다는 점도 무죄 근거로 서술했다. 청탁성 거래에 계약서 유무를 거론하거나 명씨의 실제 손해는 없어 무죄라는 발상이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과 함께 법조계에선 특검의 기소 혐의가 적절치 않아 어색한 무죄 사유가 나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여론조사를 제공하고 대가를 안받았다면 정치자금법 위반이 될텐데 특검은 여론조사 제공의 대가로 '김영선 공천'이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며 "뇌물이나 알선수재 형태의 범행인데 정당의 공천은 공무원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정당 업무방해 혐의로 의율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리한 여론조사와 공천을 주고받은 부정한 거래가 사안의 본질인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면서 명씨가 대통령 부부만을 위해 '공짜' 여론조사를 해줬느냐에만 치중한 판결이 나왔다는 것이다.
전날 특검은 "각 무죄 부분에 대한 1심 법원의 판단에 심각한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며 항소장을 제출했지만, 향후 1심 만회를 위해 재판 전략을 대폭 변경할지 주목된다.
이외에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에서 재판부가 범행 시기를 나눠 일부를 공소시효 만료로 판단한 점과 김씨가 통일교 측으로부터 처음 샤넬백을 받을 당시 구체적 청탁이 없어 무죄라는 판단 등도 항소심에서 치열하게 다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