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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반쪽으로 전락한' 5·18 단체와 특전사동지회의 '5·18묘지 참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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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뒤끝작렬]'반쪽으로 전락한' 5·18 단체와 특전사동지회의 '5·18묘지 참배'

    편집자 주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올해 본격적으로 추진된 '포용과 화해와 용서' 대국민 공동선언식
    지역 시민단체들 "피 묻은 군홧발로 5·18 짓밟지 말라"
    5·18 2단체와 특전사동지회 "계엄군도 피해자"
    전남대 김희송 교수 "5·18민주화운동 왜곡하는 논리"

    지난 19일 오전 5·18민주화운동 공법단체 중 2곳(부상자회·공로자회)과 대한민국 특전사동지회가 국립 5·18 국립묘지를 참배했다. 5·18부상자회 제공지난 19일 오전 5·18민주화운동 공법단체 중 2곳(부상자회·공로자회)과 대한민국 특전사동지회가 국립 5·18 국립묘지를 참배했다. 5·18부상자회 제공
    "지난 43년 동안 5·18민주화운동의 피해자에 광주시민만 포함됐지만 당시 계엄군 대다수 역시 반란 군부의 명령에 따라야 했던 또 다른 피해자다."
     
    5·18 공법 3단체에 전달된 '감귤 20박스'가 초래한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최근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뒤흔들고 있다고 평가받는 이 논리는 지난 1월 11일 전달된 '감귤 20박스'에서 시작됐다. 대한민국 특전사동지회 광주시지부에서 5·18 3단체(부상자회·공로자회·유족회)에 감귤 20박스를 전달했고, 이에 황일봉 부상자회장과 정성국 공로자회장이 위에 언급된 말로 화답했다.
     
    감귤 20박스 전달 이후 '포용과 화해, 용서'를 위한 행사 준비를 위해 물밑 작업이 꾸준히 진행됐다. 5·18부상자회와 공로자회는 지난 1월 17일 '1단체 10묘소 참배 운동'이라는 이름 아래 대한민국 특전사동지회와 함께 국립현충원에 안치된 특전사 사망자 묘를 참배하며 손을 맞잡았다. 이후 특전사동지회가 5·18 단체의 참배에 화답해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는 계획이 급물살을 탔다.
     
    실제로 5·18 2단체는 특전사 사망자 묘지 합동 참배 이후 '포용과 화해, 용서'라는 제목의 '대국민 공동 선언식' 행사 계획을 지난 13일 공식 발표했다. 대국민 공동 선언식에서는 5·18의 상징적인 노래인 '임을 위한 행진곡'과 특전사의 대표적인 군가인 '검은 베레모'를 제창하는 계획이 발표돼 주목을 받았다. 특히 5·18 3단체와 특전사동지회가 국립5·18민주묘지를 합동 참배한다는 계획도 발표됐다.

    이같은 5·18 3단체와 특전사동지회의 '거창한' 행사에 대해 누군가는 특전사 단체의 국립5·18묘지 참배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특전사 단체가 5·18묘지를 참배한 것은 1980년 5·18민주화운동 이후 43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화해와 용서를 기치로 내건 일련의 행사는 충분한 공감 없이 진행된 '반쪽짜리 행사'에 불과했다. 오월어머니집 한 관계자는 "최근 5·18부상자회가 특전사 동지회와 오월어머니들의 식사를 추진하고 싶다고 제안했지만 거절했다"면서 "공식적인 사과도 없었고, 협의 과정 하나 없이 일방적으로 행사가 추진됐다"고 말했다.
     
    오월어머니들은 일방적으로 행사를 추진한 5·18 2단체를 두고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며 "5·18의 역적"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에 반발해 5·18부상자회는 지난 17일 오월어머니집 앞에서 김형미 오월어머니집 관장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5·18 일부 단체들과 시민단체 사이에서는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격앙된 반응이 흘러나왔다.
     
    지역사회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5·18부상자회와 공로자회는 행사를 강행했다. 지난 19일 오전 5·18 2단체와 특전사동지회가 관련 행사를 5·18문화센터에서 진행하자 광주지역 시민단체 113개가 참여한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소속 회원 150여 명은 '대국민공동선언은 5·18 왜곡이다', '피 묻은 군홧발로 5·18을 짓밟지 말라!', '진상규명, 진정한 사과가 먼저다!'는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5·18문화센터 앞에 드러누웠다. 광주시민단체협의는 성명을 통해 "5·18민주화운동의 진상은 여전히 온전히 규명되지 않았다"며 "이런 상태에서 섣부른 용서는 이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진상 규명을 방해할 것"이라고 규탄했다.

    반대 집회에도 불구하고 행사장 내부는 일견 평화로워 보였다. 검은 베레모를 쓰고 군화를 신은 특전사 예비역들은 행사장 앞에서 열을 지어 대기하다 행사장에 입장했다. 사전에 행사에 찬성하는 사람들에게만 비표를 나눠줬고 비표가 있는 사람만 행사장 입장이 가능했다. 한 노인은 "나는 5·18 유공자인데 왜 못 들어가나"라고 항의하기도 했지만 끝내 그의 입장은 허락되지 않았다.
     
    논란 속에 5·18 3단체의 한 축인 5·18유족회는 아예 모든 행사에 불참했다. 유족회는 5·18 진상규명을 위한 특전사의 양심선언과 특전사 수뇌부의 공식적인 사과가 보장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비판하며 불참을 결정했다. 5·18 유족이 빠진 채로 개최된 반쪽짜리 행사는 '포용과 화해'의 장이 아닌 '반목과 갈등'의 장으로 전락했다.
     
    5·18부상자회와 공로자회는 특전사동지회와 당초 일정을 변경해 5·18묘지를 기습 참배했다. 시민단체가 참배에 반대하며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충돌을 피한다면서 당초 19일 오후 참배 일정을 돌연 오전으로 급히 변경한 것이다. '역사적인' 특전사 동지회의 5·18묘지 참배를 취재하기 위해 대기 중이던 언론사에게조차 통보되지 않은 말 그대로 '기습 참배'였다. 비밀리에 진행된 '기습 참배'를 두고 "비겁하다"는 비난까지 나왔다.

    지난 19일 오전 광주 서구 5·18문화센터에서 대국민 공동선언식 개최를 반대하는 시민단체 관계자들. 박성은 기자지난 19일 오전 광주 서구 5·18문화센터에서 대국민 공동선언식 개최를 반대하는 시민단체 관계자들. 박성은 기자
    "질서 회복의 임무를 수행한 특전사 선배들의 희생은 결코 왜곡되거나 과소평가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일부 5·18 단체와 특전사동지회는 5·18 당시 광주시민을 진압한 특전사 등 계엄군도 피해자라고 규정했다. '질서 회복을 위한 임무를 수행한 특전사 대원들'에 대한 경배와 존경으로 시작된 행사는 트라우마로 고통받고 있는 특전사 대원들의 아픔이 정당하게 치유되고 보장받아야 한다는 행동강령으로 이어졌다. 이같은 논리의 근거는 '당시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으로 투입돼 임무를 수행한 군인들은 상명하복을 원칙으로 하는 신분으로 공적인 임무를 수행한 장병들이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남대 김희송 인문학연구원 연구교수는 "해당 논리는 5·18민주화운동의 역사에 대한 부정이고 민주화운동을 왜곡해 왔던 세력의 논리"라면서 "자국의 국민을 대상으로 살상 행위를 하라는 명령에 복종했다는 것은 명백한 가해"라고 말했다. 특히 5·18 2개 단체와 특전사동지회가 행동강령을 통해 '5·18민주화운동 당시 상부 명령에 의거 계엄군으로 투입돼 현장에서 임무를 수행한 계엄군 장병들에게도 법적·재정적 지원이 가능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폭력을 가했던 계엄군 역시 트라우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이들이 유공자와 같이 치료를 받게끔 지원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고 비판했다.

    기자는 5·18 2단체 관계자 중 행사 추진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5·18부상자회 황일봉 회장에게 수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전화드리기 어렵다'는 답만 돌아왔다. 황 회장의 통화 연결음 '임을 위한 행진곡'의 가사 중 일부는 '새 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다. 하지만 이번 행사를 지켜보면서 기자는 '언제 새 날이 올지' 가슴이 먹먹했다. 5·18 공법 3단체 내부의 공감조차 이끌어내지 못 하고 졸속으로 추진된 '5·18묘지 합동 참배'와 '대국민 공동선언식'은 반쪽 행사로 전락했다. 뿐만 아니라 '포용과 화해'를 추구했지만 광주시민의 상처를 덧내기만 했다는 호된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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