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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LG-롯데전이 열린 지난 7일 잠실구장. 3루 측 덕아웃 뒷쪽 복도에는 분주하게 오가는 선수들과 관계자들 사이로 푸짐한 진수성찬이 차려졌다. 원정팀 롯데 선수들을 위한 뷔페 저녁 식사였다.
한정된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의도로 원정팀 라커룸 개선책의 일환이었다. 잠실은 홈팀과 달리 원정팀은 사용 공간이 적어 지난 시즌까지 방망이와 글러브 등 선수들의 장비가 복도에 놓여져 있었다.
올시즌부터 LG, 두산 관계자들이 협의 끝에 라커룸에 선반 등을 설치해 장비를 안으로 들이게 하고 고심 끝에 뷔페 음식을 복도로 빼게 했다. 대신 복도 입구에 관계자 외 출입을 금하기 위해 문을 설치했다.
하지만 이상구 롯데 단장은 경기 전 취재진에게 분통을 터뜨렸다. "그라운드에서 훈련한 선수들이 장비들을 들고 오가는데 그 먼지가 다 어디로 가겠느냐"면서 이단장은 "LG, 두산 선수들이라도 복도에 음식을 두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단장은 롯데 관계자를 불러 "구단 관계자 회의를 열어 조치를 취하라"고 말했다.
훈련을 마친 선수들도 식사를 하면서도 어색해하는 눈치였다. 두산 소속으로 잠실 터줏대감에서 롯데로 이적한 홍성흔은 "전쟁에 나가는데 찬밥, 더운 밥을 가리겠어요"라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다른 선수들은 낯선 환경에 다소 뜨악해 하는 모습이었다.
LG
롯데의 강경 반응에 화들짝 놀란 LG는 다급히 해명에 나섰다. 이일재 LG스포츠 잠실구장 운영본부장은 기자실을 찾아 "한정된 원정팀 라커룸 공간을 활용하자는 의도였는데 상대팀이 불편해할 줄 몰랐다"고 말했다. 지난 4, 5일 두산도 잠실에서 KIA와 개막 2연전을 치른 상황이었다.[BestNocut_R]
이부장은 이어 "원정팀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두산 운영팀과 협의해 해결책을 찾겠다"고 말했다. 결국 경기 후 LG는 "8일 경기부터는 뷔페 음식을 라커룸 안으로 들이겠다"고 밝혔다.
당초 ''공간 활용''이라는 취지는 좋았지만 사전 의견 수렴이 충분히 없었던 가운데 일어난 해프닝이었다. 보다 본질적으로는 올림픽 챔피언과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준우승팀의 야구강국에 걸맞지 않은 열악한 구장 환경이 낳은 촌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