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850조 원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는 유럽 최대 연기금인 네덜란드 공적연금 운용사(APG)가 삼성전자 등 국내 대기업 10곳에 탄소배출을 줄이라고 촉구했다.
APG는 국내 기업 10곳을 '기후포커스 그룹'으로 선정해 탄소 배출량 감축 실행을 촉구하는 서한을 발송했다고 17일 밝혔다. 대상 기업은 삼성전자, 현대제철, SK, SK하이닉스, LG화학, LG디스플레이, 롯데케미칼, 포스코케미칼, LG유플러스, SK텔레콤이다.
APG는 이들 회사들에 기존 탄소 배출량 감축 전략과 지난 5년간의 감축량에 대해 평가하고 기후위기 대응 과정에서 장기 투자자들과 충분히 소통하라고 당부했다. 또 기업들이 해당 사안에서 지속적이고 결단력 있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적극성을 요구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2020년 기준 매출액 대비 탄소배출량이 8.7%로 애플(0.3%) 등 글로벌 동종업체들과 비교해 높은 수준임을 지적했다. 계속 탄소배출 비용이 증가한다면 기업가치가 줄어들 위험이 있어 투자자로서 신속한 감축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외에 SK에 대해서는 에너지 자회사들의 탄소 배출 감축과 관련한 정보공개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대제철 등 철강기업의 경우 탄소배출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2020년에는 매출이 늘지 않았는데도 탄소 배출이 급증했다고 꼬집었다.
국내 기업들에 대해 글로벌 자금들이 탄소 배출 감축을 압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0년 세계 최대 규모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KB금융에 화석연료로 25% 이상 매출을 올리는 기업을 투자대상에서 제외하라는 서신을 보냈다. 블랙록은 KB금융의 지분을 6% 이상 보유한 주요 투자자다.
삼성전자 등이 RE100(재생에너지 사용 100%)에 참여해야 한다는 압박도 세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 기업 중에선 2020년 11월 SK 계열사 8곳을 시작으로 한화솔루션(한화큐셀)과 아모레퍼시픽, 한국수자원공사 미래에셋증권, KB금융그룹, 롯데칠성음료 등이 RE100에 가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