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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윤석열 후보의 '시스템 수사'와 김건희 씨의 '혜안'



칼럼

    [칼럼]윤석열 후보의 '시스템 수사'와 김건희 씨의 '혜안'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와 부인 김건희 씨. 연합뉴스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와 부인 김건희 씨.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엉망진창이 됐다. 임명장을 준 자리에서 "우리 윤 총장님"이라며 문 대통령은 엄청난 신뢰를 주었지만, 윤석열 총장은 야당의 대권후보가 되어 문 대통령의 퇴임 이후를 겨누고 있다.
     
    아무리 지겨워도 조국 사건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조국 수사가 끝나고 강희철 한겨레신문기자는 '법조외전'이라는 책에서 "요란한 구호만 난무하던 문재인 정권도 어느덧 후반기, 다시 '검찰의 시간'이 오고 있다"고 의미심장하게 마지막 글을 남겼다. 사실 그런 예상을 한 것은 그 뿐만이 아니었다. 조국은 억울하다고 해도 울림이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의 상황을 만든 장본인 중 핵심 인물이기 때문이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윤창원 기자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윤창원 기자홍준표 의원은 윤 후보가 대권출마를 선언하고 얼마 뒤 "대통령 직무에서 검찰 사무는 0.1%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그것은 지극히 타당한 얘기다. 그것은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의 작동 원리가 돼야 한다. 그러나 검찰 사무가 대통령 직무의 0.1% 밖에 안 되지만(왜냐면 문 대통령은 추와 윤이 싸우는 내내 침묵했다) 현실에서 여론에 반영된 검찰 직무 파장은 그 이상이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세계 10대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고 하지만 대한민국은 여전히 사법 공화국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집권 시) 적폐수사를 하겠다"고 엊그제 정치보복을 예고했던 윤 후보가 문 대통령이 취했던 검찰개혁이라는 '판' 자체를 모조리 갈아엎겠다고 선언했다. 심지어는 검찰총장에게 예산권을 주고 민주주의에서 견제와 균형 원리로 도입한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도 폐지하겠다고 덧붙였다. 말 그대로 검찰 공화국을 만들겠다는 심산 외에는 달리 해석할 방법이 없다.
     
    만일 이런 상황이 도래한다면, '차관급'에 불과한 검찰총장은 대통령 다음의 권력자가 될 것이 뻔하다. 장담컨데 그 검찰총장 권력은 '국방부장관, 합참의장, 육·해·공 참모총장'이 가진 권력을 능가하고 더 큰 권한은 국정 곳곳에서 반드시 파란을 일으킬 것이다. 칼은 꼭 후환(future trouble)을 남긴다.
     
    '총'과 '극초음속미사일'로 국민을 위협할 수 없는 세상이다. 권력자는 정치검찰을 동원하면 사법적 외양으로 세련된 포장이 가능하다. '피 흘리지 않는 사회적 매장'에 범죄의 낙인만큼 강력하고 효과적인 방편은 없다.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윤 후보는 문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암시하면서 "대통령이 간여하지 않고, 시스템에 따라 할 것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스템'이라는 말을 동원해 자기 발언이 '정치보복이 아니다'라는 외피를 씌운 셈이 됐다. 대통령이 하라 해서 하고 하지 말라고 해서 안하고 그런 것이 아니라, 검찰은 수사 단서가 있으면 수사하고 또 법원에서 사법 심사를 받는 '일련의 형사 사법절차'를 원론적으로 말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시스템에는 큰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만능은 아니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체제를 갖춘다 한들 결국 그것을 운영하는데서 수없는 좌절과 실패가 반복돼 온 사실을 우리는 목도해왔다. 외피는 모두 시스템으로 분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5월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서 인사말을 한 후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5월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서 인사말을 한 후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연합뉴스고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당시, 형사사법시스템도 외양상 다름없이 작동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간여했다는 직접 증거는 없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이르게 한 사건의 배경에는 광우병 촛불시위가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시위가 커지자 아침이슬 노래소리가 청와대 뒷산까지 들려왔다고 고백했다.
     
    촛불에 타죽을 수 있다는 소름돋는 얘기다. 정권은 그 배후에 노무현 세력이 있다고 봤다. 이 딜레마를 귀신처럼 알아챈 한상률(당시 국세청장)은 태광그룹 세무조사를 단행했고, 정권에서 사인을 받은 대검중수부는 탈탈 털어 십수명을 구속했다. 마지막 단계에서 권양숙 여사가 나왔고 그러다가 노 전 대통령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정권의 사인은 시스템 일부가 아니고 거의 전부일 수 있다. 검찰이 수사 단서가 발견돼 이 사건을 자발적으로 수사했다고 한다면 터무니 없는 소리 일 것이다.
     
    '대통령의 불간여, 시스템 적폐수사'를 윤 후보가 설파할 때, 부인 김건희 씨의 말이 문득 떠올랐다. 김 씨는 시스템이 작동하는 현실에서의 사법운영 원리를 명명백백하게 꿰뚫고 보고 있었다. 검찰총장 부인다운 놀라운 혜안(?)이다.
     
    "권력이라는 게 잡으면 우리가 안 시켜도 경찰이 알아서 입건해요. 그게 무서운 거지…"
     
    "그럼 나한테 줘 아니…나한테 주는 게 아니라, 내가 번호를 줄테니까 거기다  해. 내가 한동훈이한테 전달하라고 그럴게"

    "조국·정경심도 그냥 가만히 있고 구속 안 되고 조용히 넘어가려고 했는데, 방송·유튜버들이 너무 많이 키운거야"
     
    세상은 작용과 반작용의 원리가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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